27개동 핀셋 분양가상한제.. 적응 거친 시장은 '물음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2015년 4월 이후 4년7개월 만에 부활했다. 첫 번째 표적은 서울 강남 4구와 마포·용산·성동·영등포구의 27개 동(洞)이다. 정부는 ‘선제적 차단’을 강조했다. 이들 지역이 가격 상승 등에서 정량요건을 충족했을 뿐 아니라 향후 분양 과정에서 주변 집값 상승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차단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사실상 구 단위에서 지정하던 걸 동 단위로 정밀타격해 집값 상승세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 대상 분양가보다 5~10% 포인트 정도 분양가가 낮아진다고 기대한다.
하지만 시장에선 ‘물음표’를 던진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 이미 ‘적응기’를 거쳤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 확대 시행을 예고한 이후에도 서울 집값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다 풍선효과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정부는 못을 박았다. 이후에 시장 과열 양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추가 지정하는 등 ‘고강도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결정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 등 당연직 위원 9명과 민간위원 8명이 참석했다. 주로 서면회의로 대체했던 회의가 이번에는 모처럼 대면회의로 열렸다. 시장의 주목을 받는 만큼 서면회의에 따른 ‘졸속’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다.
김 장관은 회의에서 “최근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저금리와 풍부한 시장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수요가 서울 주택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지난 1년간 서울의 분양가가 집값보다 4배 이상 오르며 기존 주택의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집값 상승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새롭게 지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2015년 4월 이후 지정 사례가 없다.
부활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첫 대상지는 서울 27개 동이다. 강남·송파·서초·강동구의 22개 동(개포·대치·도곡·압구정·잠실·가락·마천·송파·잠원·반포·서초·길·둔촌동 등)과 마포구 아현동, 용산구 한남·보광동, 성동구 성수동1가, 영등포구 여의도동이 과녁이 됐다. 아파트 단지별로 보면 한남3구역, 반포주공1단지, 신반포3차, 둔촌주공 등 87개가 분양가상한제 대상으로 지정됐다.
적용 지역의 일반 아파트는 8일부터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면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받는다.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는 정부에서 유예기간을 줬기 때문에 내년 4월 29일 이후부터 입주자 모집공고 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시세 대비 분양가 수준에 따라 5~10년간 전매가 제한되고, 2~3년 동안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한다.
국토부는 이들 단지가 분양가상한제 지정을 위한 법정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했다. 우선 구 단위로 적용 지역을 골라낸 뒤 동 단위로 좁혀들어갔다. 법정 요건은 투기과열지구이면서 ‘최근 12개월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 ‘최근 3개월 주택매매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 ‘직전 2개월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5대 1 초과(국민주택 규모는 10대 1)’라는 조건 중에 하나라도 해당하는 것이다.
일단 서울 25개 구는 법정 요건을 충족했다. 이에 국토부는 최근 1년간 분양가 상승률이 높거나 8·2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서울 집값 상승을 선도한 지역을 선별했다. 여기에서 다시 일반분양 예정 물량이 많거나 고분양가 책정 움직임이 있는 사업장이 확인되는 지역을 골라냈다. 그 결과 강남 4구(강남·송파·서초·강동구)와 마포·용산·성동·영등포구가 지정 검토 대상에 올랐다.
국토부는 강남 4구의 경우 정비사업이나 일반사업 물량이 있고, 최근 집값 상승률이 높은 동을 지정했다. 나머지 4개 구는 고분양가를 책정할 우려가 있어 선제적으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키로 했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관리사업이 예정된 동이라도 사업이 초기 단계일 경우 분양까지 6~7년 걸린다.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해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번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집값을 안정화 단계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기대한다. 홍남기 부총리도 “부동산 시장 이상 과열, 투기 예방과 함께 주택공급 등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동 단위 ‘핀셋 지정’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업체의 적정 이윤을 보탠 분양가격 이하로만 분양해야 한다. HUG의 제한가격보다 더 낮은 분양가를 책정하는 것이다. 이 실장은 “HUG의 고분양가 관리 대상 분양가보다도 5~10% 포인트 낮은 분양가가 책정될 것으로 본다. 이렇게 되면 시세의 70~80%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약효’가 미지수라고 진단한다. 정부가 일찌감치 분양가상한제 확대 엄포를 놓으면서 시장이 적응기를 거쳤기 때문에 집값 상승세를 꺾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단기적으로는 안정 효과를 거두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양지영 R&C 소장은 “동 단위 지정은 지정하지 않은 옆동의 집값이 상승하는 풍선효과를 유발한다. 장기적으로 재정비사업 추진 속도를 늦춰 공급 부족을 낳고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청약 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저렴한 분양가상한제 지정 지역으로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국토부는 이번이 ‘1차 지정’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언제든지 ‘추가 지정 카드’를 꺼낼 방침이다. 예를 들어 HUG의 고분양가 관리를 피해 후분양으로 바꾸거나 일반분양 물량을 민간 임대업체에 통째로 매각하는 지역에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식이다.
또한 국토부는 분양가상한제로도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추가 대책을 내겠다고 경고했다. 김 장관은 “내년 2월부터 실거래 상설 조사팀을 구성해 전국 실거래 신고를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부동산시장점검회의를 정례화해 범정부 차원의 감시도 강화할 것이다. 시장 불안 움직임이 확대되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추가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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