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열풍의 심장 타이베이를 가다 | 1~2인 가구가 절반..카페형 편의점 대세 흑당 대신 웰빙차..외식업계 한국 진출 러시

노승욱·나건웅 2019. 9. 2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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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만 수도 타이베이시로부터 서쪽으로 약 7㎞ 떨어진 곳에 위치한 뉴타이베이시. 회색빛 산업단지 속에서 나 홀로 ‘반짝’이는 건물이 있다. 1974년 설립된 대만의 치킨 브랜드 ‘TKK’ 본사다. 45년 역사를 자랑하는 TKK는 대만 최초의 패스트푸드 브랜드다. TKK 1호점이 문을 열고 10년 만인 1984년에 맥도날드와 KFC가 대만에 들어왔다. 창업주 3세이자 현재 TKK 부사장으로 경영에 참여 중인 스종위에(史宗岳) 씨는 “대만에서만큼은 맥도날드나 KFC보다 우리가 따거(大哥·형님)”라며 뿌듯해했다.

지난해 리모델링한 4층 규모 사옥은 ‘45년 차 식품기업’이 아닌, 실리콘밸리의 IT 스타트업을 떠올리게 한다. 도서관, 피트니스센터, 요가실, 샤워실, 노래방에 공중정원까지…. 하이라이트는 1층 로비다. 근엄한 표정의 안내원이나 경비원이 앉아 있는 책상 대신, 서울 이태원에 있을 법한 ‘수제맥주 펍’을 연상시키는 길다란 다이닝 바와 TKK 마스코트 배경의 포토존이 자리한다. 바 뒤편 주방에서는 즉석에서 튀긴 치킨이 주문 즉시 준비된다. 두툼한 육질과 담백한 식감의 ‘TKK 오리지널 치킨’이 ‘치킨 선진국’인 우리나라와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낸다.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맥주 탭(tap) 모양의 차 탭. 맥주도 아닌 ‘버블티’를 수도꼭지처럼 틀어 마시는 발상의 전환이 신박하다. 스종위에 부사장은 “TKK의 다음 50년을 준비하기 위해 젊은 이미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찾아오고 싶고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사옥을 전면 리모델링했다. ‘치킨과 차’라는 색다른 조합에 대한 고민도 같은 맥락이다. 치킨을 뜯고 차를 마시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하다 보면 딱딱하고 어려운 비즈니스 미팅도 순조롭게 풀린다”고 설명했다.

#2. 타이베이 시청 건너편에 위치한 성품서점 신의점. 1층은 백화점, 2~3층은 서점, 4~7층은 서점과 백화점이 혼재된 라이프스타일 매장으로 꾸며졌다. 평일 오전임에도 독서와 쇼핑을 즐기는 이들이 적잖다. 성품서점은 2004년 뉴욕타임스로부터 ‘아시아 최고 서점’으로 선정됐다. 츠타야 서점의 모티프가 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매대를 출판사에 팔지 않고 MD가 직접 선정한 추천 도서를 비치, 고객의 신뢰를 얻었다. 서점에서 책뿐 아니라 각종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것도 특징. 음반 매장에서는 청음을, 주방 코너에서는 직접 요리를 해볼 수 있는 체험 서비스를 제공한다. 녹지와 수변을 살린 사색 공간, 지점마다 다른 콘셉트, 지역 문화와 어우러지는 적절한 이벤트도 매력 포인트다.

저가항공발(發) 여행붐과 일본 불매운동 반사 효과에 힘입어 대만 여행객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1~7월 대만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62만8362명으로 지난해 동기(57만338명) 대비 10.2% 증가했다. 8월 이후 일본 여행 기피가 본격화됐음을 감안하면 올해 대만행 관광객은 110만명을 돌파,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전망이다. 올 상반기 국내 음료 시장을 강타한 흑설탕 버블티 열풍과 마라탕 등 신(新)중화요리 유행도 대만과의 거리를 가깝게 하는 요인들이다.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인구나 경제 규모는 작지만 시사점이 적잖은 나라다. 저성장·1인 가구 증가를 먼저 경험했고, 수출 중심 경제에 인구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점도 비슷하다. 저출산 고령화로 부족해진 노동력을 동남아 국가에서 수급하는 등 ‘신남방 정책’을 펴고 있는 점도 우리와 닮았다.

▶1인 가구 천국 대만

▷혼밥족에 카페형 편의점 2년간 두 배↑

33%.

대만의 1인 가구 비중이다(지난해 기준). 2007년 27%에서 11년 만에 6%포인트 증가했다(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중은 지난해 기준 29.3%). 1인 가구를 겨냥한 ‘싱글 이코노미(single economy)’가 발달한 것은 당연지사. 딤섬 1인분을 2~3개씩 소량으로 팔거나, 요리 대신 외식을 선호해 주방 없는 원룸이 일반화됐다. 1인 메뉴 전문 식당이나 브랜드는 따로 없다. 모든 식당, 브랜드가 1인 메뉴를 팔기 때문이다.

대만 유통업계도 싱글 이코노미 열풍이 거세다. 대만의 대형마트는 2016년 112개에서 매년 1개씩 순감하고 있다. 가족 단위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용량 소매 시장이 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기간 백화점 업계는 111개에서 117개로 늘었지만 백화점보다는 복합쇼핑몰 주도 성장이란 평가다. 단, 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1.6%에 불과, 모든 유통 업태를 통틀어 가장 낮았다.

가장 유망한 업태는 지난해 매출 증가율 6.3%를 기록한 편의점이다. 대만 편의점은 2015년 점포 수 1만개를 돌파한 뒤 포화 논란이 일었다. 이에 세븐일레븐, 훼미리마트, 하이라이프, OK마트 등 주요 업체들은 연간 점포 순증치를 기존 300~400개에서 100개 안팎으로 완화했다. 그러나 1인 가구가 급증하자 다시 출점에 박차를 가해 지난해에만 460개가 순증, 1만910개에 도달했다.

대만 편의점의 또 다른 트렌드는 점포 대형화다. 대만 편의점의 면적별 비중을 보면 25평 미만 소형 편의점은 2016년 전체의 57%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20%로 확 줄었다. 대신 25평 이상 중대형 편의점이 같은 기간 43%에서 80%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구체적으로는 35~45평 대형 매장이 12%에서 32%로 세 배 가까이 급증했고, 45평 이상 초대형 매장도 7%에서 17%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대만 토종 편의점 브랜드 하이라이프(Hi-Life)의 진공흥(陳功與) 총경리실 처장은 “1인 가구와 혼밥족이 늘며 편의점 안에 취식 공간을 마련한 카페형 매장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특히 한국에서 ‘즉석 라면 끓이는 기계’를 수입해 매장에 설치했더니 라면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하이라이프의 성공 사례를 보고 다른 편의점들도 잇따라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며 편의점 업체들은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쓰고 있다. 특히 포인트 적립은 한국 편의점에서 보기 드문 서비스다. 세븐일레븐은 ‘아이캐시(icash)’, 훼미리마트는 ‘파미페이(Fami Pay)’, 하이라이프는 ‘하이페이(Hi Pay)’라는 자체 간편결제 앱으로 결제하면 0.3~1%포인트를 적립,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한다. 편의점 4사의 총 회원 수만 2000만명이 넘을 정도로 상용화됐다.

1인 가구를 위한 할인 서비스도 반응이 좋다. 원 플러스 원(1+1) 제품을 사면 더 저렴하지만 1인 가구 소비자에게는 양이 많은 것이 흠. 이에 대만 편의점 업계는 한 번에 사서 저장해놓은 뒤 필요할 때 하나씩 꺼내 쓰도록 했다. GS25의 ‘나만의 냉장고’와 비슷하지만 저장 가능한 물량이 훨씬 더 많다. 진공흥 처장은 “1인 가구 공략을 위한 세 가지 키워드는 ‘가격 할인’ ‘온라인 지불’ ‘상품 나눠 받기’다. 많은 양을 구매할수록 할인폭이 커진다. 커피를 저렴하게 마시기 위해 한 번에 100잔 사서 앱에 저장해놓고 한 잔씩 꺼내 마시는 이들도 있다. 역시 하이라이프가 먼저 시작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된 서비스다”라고 말했다.

대만 프랜차이즈 시장은 외식업이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대만프랜차이즈협회(Taiwan Chain Stores and Franchise Association)에 따르면, 대만 전체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2781개, 점포 수는 10만4959개다(2017년 기준). 이 중 외식업 브랜드는 970개(전체의 35%), 점포 수는 3만2810개(31%)다.

“970개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 150개는 해외에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70%는 버블티, 과일차, 꽃차, 과일주스 등 음료 브랜드다. 대만 음료 시장은 메뉴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우유는 분말 형태가 아닌, 신선한 생우유를 선호하는 추세다. 차는 원산지를 확인해서 고르고, 밀크티는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예쁘고 다양한 색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대만 프랜차이즈의 해외 진출 지원을 담당하는 쩡루쉔(鄭如軒) 대만무역투자진흥공사(TAITRA) 연구원의 설명이다.

▶차(茶)의 변신은 무죄

▷흑당은 옛말…더 건강하고 예쁘게

타이베이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직장인 A씨는 매일 2ℓ 이상의 차 음료를 마신다. 차를 마시기 위해 그가 들르는 곳은 ‘버블티 카페’. 하지만 막상 가서 먹는 것은 버블티가 아니라 녹차·우롱차 등 ‘맑은 차’다. 그는 “차를 마시러 갈 때 ‘버블티 카페’ 간다고 얘기는 하지만 단순 버블티보다는 순수 차 음료를 더 즐겨 먹는다. 최근 한국에서 유행한다는 흑당 버블티 역시 예전에는 인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차 종류가 더 다양해지면서 여러 음료로 인기가 분산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화권 나라답게 대만은 ‘차의 나라’다. 대만을 대표하는 음료는 역시 ‘버블티’. 밀크티에 타피오카펄이 들어간 음료로 대만에서는 흔히 ‘보바(boba)’라고 부른다. 그중에서도 달달한 맛을 자랑하는 ‘흑당 버블티’는 최근 한국의 대만 음식 열풍을 이끈 주역이었다. 하지만 정작 대만 현지에서는 ‘흑당’ 인기를 실감하기 어려웠다. 이미 대만에서는 한물간 트렌드라는 것.

대만 차 시장의 최신 트렌드 첫 번째는 ‘웰빙’이다. ‘흑당’ 인기가 한풀 꺾인 것도 건강에 대한 염려가 작용했다는 것이 중론. 건강을 위해 차 음료에 들어가던 재료가 바뀌고 있다. 버블티의 기본 음료인 ‘밀크티’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그간 대만에서는 이름은 밀크티지만 정작 우유가 들어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홍차와 우유 분말을 함께 조합해 만든 가루 분말이나 티백을 우려내는 식이었다. 최근에는 젊은 여성 중심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우유에 찻잎을 직접 우려내는 방식으로 만드는 ‘진짜 밀크티’가 확산 추세다. 미국에서 대만 버블티 프랜차이즈 매장 250개를 운영하는 쿵푸티(KUNGFUTEA) 관계자는 “웰빙 트렌드에 발맞춰 차는 3시간마다 한 번씩 우려내고 타피오카는 2시간에 한 번씩 졸인다. 차 브랜드마다 신선한 재료와 고급 음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 어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트렌드는 다양성이다. 일반적인 대만 버블티 카페에는 버블티 종류만 30가지가 넘는다. ‘버블티=밀크티’라는 공식도 깨지는 중. 과거 쓴맛 때문에 밀크티 기반 음료로는 잘 쓰이지 않았던 녹차, 우롱차, 녹두, 흑미 등 다양한 차가 요즘은 종종 쓰인다.

밀크티나 버블티 위에 치즈폼 등 크림을 올리는 ‘클라우드 밀크티’도 최근 대세로 떠올랐다. 언뜻 맥주 거품 같은 크림을 뚫고 음료를 마시려면 컵을 45도 기울여야 하는데, 이때 인중에 묻은 크림을 인증샷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이 유행이다. 이 밖에 투명한 병 안에 찬물로 우려낸(Cold Brew) 찻잎과 꽃잎이 그대로 보이는 음료 브랜드 ‘차지탕(CHAJITANG)’, 과일로 만든 색색의 ‘레인보우펄’로 사랑받는 ‘레드선티(Redsun tea)’도 인기다. 쩡루쉔 연구원은 “대만에서 차 종류가 다양해지는 원인 중 하나는 시각적 아름다움, 즉 ‘인스타그래머블’한 음료를 내놓기 위해서다. 점점 토핑과 재료가 다양화되면서 색과 향이 더 현란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차와 음식을 조합해서 먹는 ‘푸드 페어링’도 ‘다양화’ 트렌드의 하나. 쿵푸티와 손잡은 TKK의 움직임이 이를 잘 보여준다. TKK는 치킨과 차를 세트 메뉴로 구성해 함께 판매하는 전략 구사에 나섰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소개되며 반향을 얻고 있다.

차 메뉴를 도입한 2015년 이후 매출이 5억5000만대만달러에서 지난해 9억대만달러로 3년 만에 63% 급증했다. 스종위에 TKK 부사장은 “어떤 치킨과 차가 어울리는지 최상의 조합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버블티뿐 아니라 허니레몬티, 요구르트티 등 다양한 종류의 음료와 치킨 메뉴를 구성하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치킨과 차’를 미국의 ‘햄버거와 밀크셰이크’ 조합을 뛰어넘는 ‘국민 세트’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버블티 원조인 대만에서는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대만 치킨 브랜드 TKK는 후식 음료가 아닌 치킨과 함께 먹는 ‘푸드 페어링’ 형태의 버블티를 접목하며 매출을 크게 늘렸다. <사진 : 나건웅 기자>
‘유키앤러브’는 대만에 찾아온 관광객을 겨냥한 기념품 사업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사진은 타이베이에 위치한 유키앤러브 본사 1층 디스플레이(좌), 유키앤러브 프리미엄 브랜드 ‘수신방(手信坊)’에서 판매 중인 디저트 모찌(우). <사진 : 나건웅 기자>
▶관광 시장을 노려라

▷향토특산품 전문기업 ‘유키앤러브’

타오위안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남쪽으로 3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선물용 모찌·과자 전문기업 ‘유키앤러브’. 우리나라에서는 대만에 가면 꼭 사와야 하는 ‘펑리수’ ‘누가크래커’ ‘망고젤리’ 등으로 친숙한 회사다. 모찌 행상을 하던 현재 사장의 할아버지가 1993년 창업,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 회사의 비전은 관광객을 타깃으로 하는 ‘향토특산품 전문기업’이다. 해외여행 시장 성장을 내다보고 2009년부터 정부 공인 ‘관광 공장’을 설립, 대만 전통 모찌·과자를 공항 면세점이나 관광지에서 여행객들이 살 만한 기념품으로 예쁘게 꾸며 팔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할랄식품 인증을 일찌감치 받았고, 타이베이 101 전망대 89층에 전망대 유일의 선물 매장도 입점해 있다.

예상은 들어맞았다. 유키앤러브는 현재 43개 국가에 수출하는 대만의 대표 식품 기업으로 성장했다. 제품을 채워 보내는 컨테이너는 2017년 연 500개에서 올해는 650개 이상으로 2년 만에 30% 늘었다. 매출의 60%는 관광상품 수출에서 나온다. 6000평 부지의 회사 한쪽에서는 밀려드는 주문량을 감당하기 위해 제3공장 건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유키앤러브는 대만 펑리수 생산업체 중 10가지에 달하는 가장 많은 종류의 제품을 생산한다. 제3공장이 완공되면 펑리수 생산이 전면 자동화될 것이다. 대만은 인구가 2300만명밖에 안 되는 작은 시장이어서 해외 진출이 중요하다. 대만의 여러 지자체와 합작해서 각종 특산물 개발에 힘쓰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한 상품만 1000여가지, 현재 팔고 있는 제품은 500여가지에 이른다.” 후쌍춘(侯雙春) 유키앤러브 해외판매담당 주임의 설명이다.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유키앤러브의 전략 변화를 보면 세계 소비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 후쌍춘 주임은 “과거에는 대용량 제품이 인기였는데 요즘은 소포장 제품이 반응이 좋다. 포장도 단순한 종이 포장에서 다양한 디자인의 포장을 선호하는 추세다. 한국에서는 CU, GS25, 홈플러스, 이마트트레이더스 등에 납품하고 있는데, 2016년 대만 여행 붐에 힘입어 누가크래커가 대박을 터뜨렸다. 단, 요즘은 붐이 가라앉아 신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진출 노리는 대만 브랜드는

흑당 버블티 인기 업고 우육탕·치킨도 ‘노크’

대만 열풍이 1년 가까이 식을 줄 모른다. 과거 ‘반짝 인기’일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고 흑당 버블티, 샌드위치 등 주요 메뉴가 선전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힘입어 한국 진출을 노리는 대만 브랜드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지난해 9월 가로수길점 1호점으로 한국에 진출한 대만 버블티 브랜드 ‘더앨리’는 현대백화점, 스타필드 등 맛집들이 대거 포진한 특수상권 중심으로 최근 매장을 22호점까지 늘렸다. 지난 3월 문을 연 대만 버블티 브랜드 타이거슈가 역시 국내 진출 5개월 만에 23호점까지 출점했다(8월 기준).

대만 샌드위치로 사랑받는 ‘홍루이젠’은 지난 4월 220개였던 점포 수를 5개월 만인 9월 272개까지 늘렸다. 홍루이젠 가맹점만 23개 운영하는 다점포 점주도 있다는 후문이다. 이 밖에 대만 열풍의 시초로 불리는 ‘공차’, 2005년 국내 진출한 딤섬 전문점 ‘딘타이펑’ 역시 대만 음식 열풍을 타고 제2 전성기를 맞았다. 2017년 300개에 머물렀던 공차 매장 수는 지난 8월 기준 520개를 돌파했다. 공차코리아의 올해 상반기 매출 역시 614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341억원) 대비 180%나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지에 있는 대만 식품업계 브랜드도 한국 진출의 문을 계속 두드리고 있다. 대만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2019 부산국제식품박람회’에 참가를 희망한 대만 브랜드가 13개로 지난해(10개)보다 3개 늘었다. 버블티뿐 아니라 치킨, 빙수, 디저트류로 브랜드 종류도 다각화되는 모습. 대만에서 최근 가장 핫한 국수집으로 평가받는 ‘소혼면포’도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오리피와 고급 도가니(소 힘줄)를 사용해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우육탕면이 주력이다. 면과 탕을 따로 먹을 수 있는, 대만에서도 처음 시도되는 메뉴 덕분에 2017년 창업 이후 2030세대에게 인기가 많다.

송원섭 홍루이젠 대표는 “한국에서 공차, 홍루이젠의 성공적 진출과 한국인들의 대만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만 브랜드에 대한 한국 기업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주로 일본 진출에 관심이 많았던 대만 브랜드들도 최근 한국 진출 성공 사례에 힘입어 한국으로의 선회를 검토 중인 곳들이 적잖다. 신(新)중화요리와 에스닉 푸드(이국 음식) 열풍을 타고 대만 음식 트렌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타이베이(대만) = 노승욱·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6호 (2019.09.25~2019.10.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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