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 누군가를 죽여야만 한다? 이 남자의 끔찍한 선택
[오마이뉴스 김봉건 기자]
▲ 영화 <킬링 디어> 포스터 |
ⓒ 오드 |
마틴은 틈만 나면 스티븐을 만나기 위해 직장은 물론이며 집까지 찾아왔다. 언뜻 어눌한 구석이 엿보이지만, 의외로 집요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든 귀찮아할 법한데, 스티븐은 어쩐 일인지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는 듯한 느낌이다. 아니 마틴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닌다는 표현이 더 어울림직하다. 스티븐은 마틴에게 값비싼 손목시계를 선뜻 풀어준다거나 마틴의 집에 방문하는 등의 의외의 행동을 취하곤 한다.
심지어 마틴을 집으로 초대해 그를 가족들에게 소개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게도 해준다. 이런 와중에 킴은 마틴과 연인 관계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마틴은 점차 스티븐에게 집착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더니 급기야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게 된다. 그렇다. 마틴은 스티븐의 의료 과실로 숨진 환자의 아들이었다.
▲ 영화 <킬링 디어> 스틸 컷 |
ⓒ 오드 |
원제는 <The Killing of a Sacred Deer(신성한 사슴 죽이기)>이며,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인 에우리피데스의 희곡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전해진다. 트로이 전쟁으로 원정을 떠난 아가멤논이 신의 사슴을 죽여 저주를 받게 되자 이 저주를 풀기 위해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친다는 내용이다.
▲ 영화 <킬링 디어> 스틸 컷 |
ⓒ 오드 |
스티븐은 이성이 마비되어 극도의 패닉에 빠져들게 되고, 그의 가족들은 자신들이 맞닥뜨리게 된 불행을 거스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부터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 양식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가족 구성원 가운데 희생자를 골라야 하는 스티븐. 끔찍한 딜레마임이 분명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가 벌이는 행위는 경악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딜레마 앞에서 마주하게 되는 인간의 민낯이란 실로 이기적인 데다 지극히 잔인하기까지 한 것이었다.
▲ 영화 <킬링 디어> 스틸 컷 |
ⓒ 오드 |
딜레마 앞에서 와르르 무너져 내린 인간의 모습을 바라보는 건 여러모로 불편하고 불쾌한 일이다. 비극과 맞닿은 딜레마, 이 냉혹한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 인간이 우리가 믿고 있던 면모들을 버리고 인간답지 못한 모습을 드러낼 때, 비로소 우리는 그 어떤 스릴러보다 더 잔혹하고 섬뜩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새날이 올거야(https://newday2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