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가습기살균제 합친 환경재앙 40년 전 있었다
여기에다 아직 마무리 지어지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 사고도 큰 충격을 준 이슈입니다.
그런데 지난 1960~80년대에 이 미세먼지 문제에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를 더한 것보다 훨씬 심각했던 환경이슈가 있었습니다. 무엇이었을까요?
1년에 2000명씩 목숨 잃어
80년대 초까지 신문지면에는 “일가족 4명 연탄가스로 사망”, “OO대 교수 부부 연탄가스로 사망” 같은 기사가 자주 등장했습니다.
1983년 12월 1일 자 중앙일보 사설을 보면 “1953~81년 사이 28년 동안 연탄가스 중독자는 294만 명에 이르렀고, 6만 명이 사망했다”고 돼 있습니다.
1년에 대략 2000명이 연탄가스로 사망한 셈입니다.
하지만 70~80년대 당시에도 ‘기상의 날’, ‘환경의 날’이면 대기오염 문제와 결부시켜 연탄가스 중독의 개선을 촉구하는 전문가들이 있었습니다.
연탄가스 중독은 엄연히 실내공기 오염이라는 것입니다.
요즘 개발도상국들에서 석탄 같은 고체 연료로 인해 발생하는 실내공기 오염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산소…많아도, 적어도 환경 문제
산소라고 하면 많은 분이 ‘산소 같은 여자’라는 1991년 화장품 광고를 떠올립니다. 탤런트 이영애 씨가 등장했던 그 광고입니다.
그 광고를 먼저 떠올리는 것처럼, 산소가 환경 문제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산소와 관련돼 발생하는 환경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여름철 오존 주의보가 자주 발령되는데요, 그게 바로 산소와 관련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오존(O3)이란 게 산소 원자 3개가 모여서 만들어진 겁니다.
오존은 질소산화물이나 탄화수소 같은 대기오염 물질이 많아지고, 바람은 잔잔하고 태양 자외선은 강할 때 만들어집니다.
오존은 다시 사람 몸에 들어와서 다시 분해되면서 눈과 호흡기를 자극합니다. 기관지염이나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오존 주의보는 공기 중의 오존 농도가 0.12ppm 이상일 때 발령됩니다.
부(富)영양화된 호수에서는 식물플랑크톤이 번성합니다.
짙은 녹조가 되도록 번성한 식물플랑크톤은 어느 순간부터 죽기 시작하고, 사체가 바닥에 가라앉아 썩기 시작하면 미생물이 산소를 소비합니다.
그렇게 되면 산소 공급이 안 돼 바닥층에서는 산소가 고갈됩니다.
일산화탄소 중독, 실내공기 오염
연탄가스 중독은 쉽게 말해 일산화탄소 중독입니다. 연탄(석탄)이 타면 보통 이산화탄소(CO2)가 생깁니다. 석탄에 산소가 결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산소가 부족하거나 해서 불완전 연소가 되면 일산화탄소(CO)가 발생합니다.
연탄이 탈 때, 다른 성분 때문에 연탄가스에서 냄새가 날 수 있지만, 일산화탄소 자체는 색깔도 없고, 냄새도 없습니다.
이 일산화탄소는 사람 혈액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과 반응을 아주 잘합니다.
일산화탄소는 산소보다 200~300배는 헤모글로빈과 더 잘 결합합니다.
이 때문에 한번 일산화탄소에 심하게 노출되면 산소 공급이 중단돼 목숨까지 잃게 되는 것입니다.
일산화탄소 농도가 200~300 ppm이면 가벼운 두통을 느끼는 정도이지만, 1만 2000 ppm(1.2%) 이상이면 1~3분 안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헤모글로빈과 결합한 일산화탄소를 떼 내기 위해 환자를 커다란 고압 산소 체임버(Chamber)에 넣게 됩니다.
지난해 12월 강원도 강릉시 펜션에서 수능시험을 막 끝낸 고교생 10명이 어긋난 보일러 배기관 때문에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3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고압산소 치료기가 부족해 애를 먹었습니다.
에너지 얻는 데 필요한 존재
포도당 같은 유기물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는 호흡에는 산소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 세포는 유기물 분자 내 화학결합을 끊고 그 속에 든 에너지를 얻어냅니다.
그때 세포는 산화 환원 반응을 통해 포도당에서 전자(electron)를 떼어내 ‘전자전달계(Electron Transfer Chain, ETS)’로 보냅니다.
전자는 전자전달계를 이리저리 거친 끝에 마지막으로 산소와 반응해 물이 됩니다. 산소가 전자 수용체(electron acceptor)가 되는 것입니다.
동시에 포도당은 이산화탄소(CO2)로 완전히 분해됩니다.
호흡하는 동안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를 확보하는 일을 담당합니다. 전자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 막(膜) 바깥쪽에는 수소이온(proton)이 쌓입니다.
수소이온은 미토콘드리아 막을 바로 통과할 수는 없는데, 유일하게 막에 고정된 ATP(아데노신3인산) 합성 효소를 거쳐야 막 안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 수소이온 농도의 ‘낙차’를 이용해 ATP가 생성됩니다.
수소이온은 물이고, ATP 합성 효소는 물레방아인 셈입니다.
ATP는 세포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온갖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일종의 세포 내 배터리 같은 거죠. 여기저기 필요한 곳에 갈아 끼울 수 있는 건전지 말입니다.
산소가 없으면 ATP도 만들 수 없고, 세포도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식물의 잎 세포에 있는 엽록체에서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ATP를 합성합니다.
식물 세포는 그 ATP를 이용해 이산화탄소와 물로부터 포도당을 만들고, 부산물로 산소를 내놓습니다.
대기 중에는 27억년 전부터 축적
46억 년 지구의 역사를 놓고 보면 산소가 지금처럼 늘 풍부했던 것도 아닙니다.
지구 탄생 처음 약 20억 년 동안에는 대기와 해양에 산소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약 27억 년 전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가 등장해 산소를 내뿜기 시작했습니다.
남조류(藍藻類) 혹은 남세균(藍細菌)으로 불리는 이 시아노박테리아가 바로 요즘 강과 호수에서 녹조(綠潮)를 일으켜 문제가 되는 생물입니다.
덕분에 태양 자외선으로부터 지구 생명을 보호해주는 성층권의 오존층도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 산소의 급증은 고생대 캄브리아기(Cambrian Period, 5억 4200만 년 전~4억 8830만 년 전)의 대폭발을 낳습니다. 대폭발은 동물을 비롯해 다양한 생물의 출현을 말합니다.
캄브리아기가 지나간 후에는 산소의 농도가 지금보다 훨씬 높은 35%에 이른 적도 있습니다.
바로 이 석탄기(石炭紀, Carboniferous Period, 3억 6700만 년 전~2억 8900만 년 전) 당시에는 날개 길이가 75㎝, 몸통 길이가 30㎝에 이르는 잠자리가 등장하기도 하고, 몸통이 1.8m에 이르는 전갈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학자들은 대기 중의 산소 농도가 25% 이상이 되면 습한 열대 우림조차 큰 화재를 일으키며 타버릴 것이라고 말합니다.
반대로 산소 농도가 15% 이하로 떨어지면 동물들은 질식하고 마른 나뭇가지들조차 타지 않을 것입니다.
독성 물질로 작용하기도
활성산소는 인체 세포와 반응해 산화작용을 진행하기 때문에 피부 노화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산소가 독이 될 수도, 오염물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의 경우 2기압 이상의 순수 산소, 즉 평상시 노출되는 산소(1기압의 21%, 즉 약 0.2기압)의 10배 농도에서 호흡하면 발작을 일으키게 됩니다.
1기압의 순수 산소, 즉 평상시의 5배 산소를 계속 호흡하면 폐 손상으로 인해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일산화탄소 중독 등 위급 상황에서는 6기압 정도까지 고압의 산소 체임버에서 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세균 중에는 산소가 없어도 살 수 있는 종류, 산소가 없는 데서만 살 수 있는 종류가 있습니다. 혐기성 세균(嫌氣性 細菌, anaerobic bacteria)이라고 하는 종류입니다.
혐기성 세균 중에서도 산소가 있을 때 살 수 없는 세균은 카탈라아제(catalase)라는 효소가 없기 때문입니다.
세포 내 대사과정에서 과산화수소(H2O2)가 생성되는데, 카탈라아제 효소가 있으면 과산화수소를 무해한 물과 산소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탈라아제 효소가 없으면 이 과정을 진행할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산소가 없을 때는 산소호흡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기물을 이산화탄소(CO2)로 완전히 분해하지 못합니다.
포도당을 알코올이나 젖산(유산) 등 중간 정도까지만 분해합니다. 바로 발효입니다.
혐기성 호흡의 경우 산소 대신에 황산염이나 질산염 같은 것이 전자수용체가 됩니다.
산소 호흡에서 산소가 전자를 받아 물이 되는 것처럼, 황산염환원 세균은 황산염을 전자수용체로 사용해 황화수소를 만들어 냅니다.
산소 호흡과 비교하면서 이런 혐기성 호흡을 하는 미생물은 성장 속도가 아주 느립니다.
산소호흡은 혐기성 호흡보다 최대 10배나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 상에서 물질의 순환에서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에베레스트에 산소가 희박한 이유
지구 중력이 끌어당기는 탓입니다.
그래서 해수면 높이에서는 공기 밀도가 높고, 높은 산에서는 공기가 희박합니다.
더욱이 공기층이 위에서 내리누르는 압력 때문에 낮은 곳은 공기 밀도가 더 높아집니다.
대신 공기 조성은 고도와 상관없이 일정합니다.
오존층은 지구 생명의 보호막입니다.
우리도 주위 사람들에게, 지구 생태계에 '산소 같은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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