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용기 하나로 20세기 주방을 혁신한 '타파웨어'
브라우니 와이즈가 고안한 '홈파티' 판매 방식..70년 동안 2.2초에 1번씩 홈파티 개최
전자레인지용 용기·차퍼·에코보틀 등 제품 혁신 지속..매년 20억 달러 이상 매출 올려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20세기 전 세계 주방을 장악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타파웨어(Tupperware)'다. 1940년대 세계 최초로 물과 공기를 차단시키는 밀폐력이 있는 플라스틱 용기와 함께 등장해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100여 개국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타파웨어는 1946년 얼 사일러스 타파(Earl Silas Tupper, 이하 얼 타파)가 설립한 주방용품 브랜드다. 타파웨어가 출시한 플라스틱 밀폐 용기 '원더리어 보울(Wonderlier Bowl)'과 '벨 텀블러(Bell Tumbler)'는 주부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전 세계 주방을 지배했다. 미국 포춘지가 '20세기 인류 역사를 바꿔 놓은 39가지 제품' 중 최고의 가정용 주방도구로 선정할 만큼 당시 타파웨어의 제품은 혁신적이었다. 지금까지도 타파웨어는 트렌드에 발맞춘 제품들을 선보이면서 매년 20억 달러(약 2조3700억원)가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참고로 지난해 매출은 20억6970만 달러(약 2조4600억원)다.
게다가 지금까지 전 세계 유수의 디자인 어워드에서 50회 이상 수상을 거머줬고, 2008년부터 2014년까지는 가장 존경 받는 가정용품 기업으로 7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타파웨어는 어떻게 70여 년 동안 한결같이 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었을까.
플라스틱 용기의 선구자 '얼 타파'
타파웨어를 설립한 얼 타파는 과학자이자 발명가였다. 화학회사 듀폰(Dupont)에 근무하면서 플라스틱 제조와 디자인 업무를 맡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플라스틱은 냄새가 나고 깨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었고 그러던 중 우연히 가볍고 냄새가 없는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에틸렌'을 접하게 됐다. 1938년 듀폰으로부터 조형기(Molding Machine)를 구입해 담배와 비누를 위한 플라스틱 용기를 생산하는 '얼 타파 컴퍼니(Earl S. Tupper Company)'를 설립한 것이 타파웨어의 전신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군인들을 위해 방독면에 들어가는 폴리에틸렌 부품과 해군용 신호 램프 등 군수용품을 만들다가 전쟁이 끝난 직후 회사명을 ‘타파웨어 플라스틱 회사(Tupperware Plastics Company)’로 바꾸고 본격적인 주방용품 생산에 뛰어들었다. 회사명은 얼 타파(Tupper)의 성(姓)에 식기를 뜻하는 웨어(ware)를 합친 것이다.
얼 타파는 전쟁 중에도 폴리에틸렌에 관한 연구를 지속했다. 1942년 사출성형 방식(Injection molding, 플라스틱을 가열 융해시킨 후 고압으로 금형 내에 사출하여 압력을 유지한 채로 냉각 고화시켜 성형하는 방법)으로 벨(종) 형태의 컵 '벨 텀블러'를 제작한 것이 플라스틱 주방용품의 시작이다.
1947년에는 타파웨어의 상징인 뚜껑에 고무 패킹(Packing)을 부착한 플라스틱 용기를 선보였다. 고무 패킹을 뚜껑에 부착하면 음식 부패의 원인이 되는 공기를 차단할 수 있어 식재료들을 더 오래, 신선하게 보관이 가능했고, 내부에 있는 액체가 용기 밖으로 새지 않았다. 이 뚜껑을 부착해 처음 출시한 제품이 바로 타파웨어의 스테디 셀러인 '원더리어 보울'이다. 둥근 모양의 플라스틱 용기로 기본 디자인은 70여 년 동안 변함없지만 지금도 타파웨어를 대표하는 제품이다.
마케팅의 귀재 '브라우니 와이즈'가 만든 '홈파티'
이런 혁신적인 제품도 처음부터 주목을 받았던 건 아니다. 소비자들에게 폴리에틸렌은 생소한 소재였고, 밀폐 기능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탓에 초기에 판매는 매우 부진했다. 그런데 1948년 자영판매원이었던 브라우니 와이즈(Brownie Wise)가 스탠리 홈 프로덕트(Stanley Home Products)사 제품을 미국 중산층 가정주부들의 커피모임이나 사교모임 등에서 판매할 때 타파웨어의 제품도 함께 판매했는데, 당시 타파웨어 매출이 급증했고 얼 타파는 이 판매 방식에 관심을 가졌다. 결국 1951년 얼 타파는 브라우니 와이즈를 타파웨어의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브라우니 와이즈는 플로리다에 '타파웨어 홈 파티(Tupperware Home Parties)'를 설립해 미국 전역에 파티를 진행할 판매원을 양성하고 타파웨어의 독자적인 판매 방식인 '홈파티(Home Party)' 체계를 갖춰 나갔다.
타파웨어의 홈파티 판매 방식은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1950년대 후반에는 홈파티 진행 판매원만 2만여 명에 달했고, 이 방식을 고안한 브라우니 와이즈는 경제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마케팅의 귀재'라는 별명이 붙었고, 1954년에는 여성 최초로 미국 '비즈니스 위크'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하지만 얼 타파와 브라우니 와이즈는 경영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와이즈는 1958년 타파웨어를 떠났고, 얼 타파도 타파웨어를 렉솔 제약(Rexall Drug Company)에 매각했다.
와이즈는 타파웨어를 떠났으나 지금까지도 타파웨어는 홈파티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 중이다. 2010년대 초반까지도 전 세계에서 2.2초마다 홈파티가 열렸다. 다만 홈파티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최근 타겟 등 유통업체들과 제휴해 직판할인점 수를 늘리고 있다.
시대에 발맞추는 제품과 정책
타파웨어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제품에 대한 혁신을 지속했기 때문. 1960년대 당시 전자레인지가 가정에 보급되면서 타파웨어는 전자레인지에 사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웨이브 리히터블 라인(Microwave Reheatables Line)'과 '타파웨이브 라인(TupperWave Lines)'을 출시했고, 이는 북미를 제외한 유럽과 아시아 등 해외 진출의 계기가 됐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식문화가 다양해짐에 따라 타파웨어도 다양한 제품을 내놨다. 2년 동안 선보인 신제품만 100여 가지다. 게다가 나라별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맞춤형 제품도 잇따라 내놨다. 국내에서는 김치 보관 용기인 '퓨어 김치 키퍼(Pure Kimchi Keeper)'와 쌀 보관 용기인 '라이스 키퍼(Rice Keeper)'가 대표적이다.
또 2000년대 '친환경'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과일과 채소 등을 간편하게 다지는 차퍼(Chopper) 시리즈, 반영구적인 사용이 가능한 에코 보틀(Eco Bottle) 등을 내놓으면서 지속 인기몰이를 했다.
회사 운영방식과 정책도 트렌드에 발맞췄다. 플라스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최소화하기 위해 3rs(Reduce, Reuse, Recycle) 정책을 시행 중이다. 종이, 상자, 나무, 에너지, 물, 플라스틱을 줄이고(Reduce), 다시 사용하고(Reuse), 재활용(Recycle)한다는 의미로 타파웨어 생산 공장에서 시행되고 있는 친환경 정책이다. 정책 시행을 바탕으로 2008년 전 세계 타파웨어 생산 공장에서는 약 1600톤의 플라스틱 원료를 재사용했고, 2010년에는 한 해 동안 각종 원재료 12만 톤을 절약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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