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엑시트' 이상근 감독 "다른 영화 참고 No, 나만의 것 만들자 싶었죠"

이준범 2019. 7.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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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이상근 감독 "다른 영화 참고 No, 나만의 것 만들자 싶었죠"

지난 17일 영화 ‘엑시트’(감독 이상근)가 언론에 첫 공개됐다. 의외로 좋다는 반응이 많았다.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 하는 청년백수 용남(조정석)과 대학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의 기상천외한 용기와 기지를 그린 재난탈출액션 영화’라는 시놉시스는 영화의 매력을 다 담아내지 못했다. 이 영화로 데뷔한 이상근 감독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다. 단편영화 ‘간만에 나온 종각이’로 2010년 제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했고 류승완 감독 연출부를 거쳤다는 것 외에 뚜렷한 경력을 찾기 힘들다. 포털사이트에 이름을 검색해도 인물 정보가 뜨지 않을 정도다.

7년이 걸렸다. 최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이상근 감독은 영화를 준비한 과정을 하나씩 털어놨다. 2012년 택시에서 라디오를 듣다가 유독가스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 것이 영화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남자 주인공이 헤어진 전 여자친구의 결혼식장을 찾아가는 저예산 영화였다. 이후 제작사 외유내강과 진행하면서 많은 것들이 더해졌고 바뀌었다. 영화 제목도 중의적 의미의 ‘포기’(Foggy)에서 ‘슈퍼히어로’를 거쳐 ‘엑시트’로 바뀌었다. 그렇게 긴 시간 영화를 준비하는 감독의 감정이 극 중 백수로 등장하는 용남 캐릭터에 그대로 담겼다.

“영화감독으로 데뷔하는 과정이 포장될까봐 우려되긴 해요. 전 집에서 부모님이 해준 밥 먹고, 부모님이 빨래해준 옷을 입으며 행복하게 준비했거든요. 물론 그만두라거나 다른 길을 찾으라는 애정 어린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힘들다기보다는 언제 될까 하는 기다림의 시간이었죠. 기다리면 언젠가 이뤄진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모습이 용남 캐릭터에 많이 투영된 것 같아요. 부모님과 자식 간의 익숙하고 뻔한 한국적인 정서지만 그런 공감대가 재미를 준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소심하지만 제가 그 과정에서 느낀 것들을 차곡차곡 메모장에 적어놨어요.”

‘엑시트’는 기존 재난 영화에서 볼 수 없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세상 심각하고 무서운 재난 영화에서 벗어나 웃기고 경쾌한 재난 영화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상근 감독은 ‘엑시트’를 만들며 참고한 영화가 없다고 단언했다. 일부러라도 다른 영화를 베끼는 것보다 새롭게 만들고 싶었다.

“레퍼런스를 참고하고자 하는 마음은 조금도 없었어요. 가스 재난 영화는 영화 ‘미스트’나 1980년대 영화들 밖에 없지만 보지 않았다. 제가 오리지널에 대한 강박이 조금 있거든요. 다른 영화를 베끼는 걸 피하고 싶었죠. 제가 데뷔작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창작자들은 모두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사실 이미 많은 영화가 다 나와 있잖아요. 그 안에서도 기존의 걸 비튼다던지 나만의 것을 만들어보자는 욕망이 강해요. 뭔가 찾아보기보다는 내 안에 있는 것을 찾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상근 감독은 ‘엑시트’의 핵심 이미지로 두 젊은이가 이상한 옷을 입고 방독면을 쓰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 곳을 헉헉대면서 뛰어가는 그림을 생각했다고 했다. 비록 쓰레기봉투를 뒤집어썼지만, 그 안에는 꿈과 희망을 갖고 있는 고귀한 사람이 있다는 이미지였다. 그들이 숨을 헐떡이면서 땀나도록 달리는 모습이 이상근 감독이 영화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가깝다.

그 모습을 영화에선 구현해준 것이 조정석과 임윤아다. 조정석은 고소공포증을 이겨냈고, 임윤아는 근력이 다 소진되는 마지막까지 반복해서 달렸다. 이 감독은 두 사람의 현장 경험이 자신보다 더 많다며 많이 의지했고 믿었다는 촬영 후기를 들려줬다.

“조정석 배우는 정말 똑똑해요. 감독에게 두세 가지 옵션을 더 주는 배우, 한 수 앞을 더 보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준비해온 의견과 감독의 의견을 조율하고 하나씩 섞어서 변주를 해요. 그러곤 좋은 걸 내놓죠. 또 배우로서 스펙트럼이 넓잖아요. 코미디와 액션, 정극까지 다 가능하죠. 덕분에 조정석 배우가 현장에 있을 때는 큰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제 짐을 많이 덜어줬죠. 임윤아 배우도 ‘엑시트’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생각해요. 연기적인 면에서도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같이 리딩이나 캐릭터 얘기를 많이 해서 맞춰가는 작업이 길지 않았어요.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아서 새로운 것들을 많이 할 수 있었어요.”

‘엑시트’를 보다보면 어디서부터 실제 배우들이 연기했고 어디까지 CG인지 궁금해진다. 이상근 감독은 “대부분 배우들이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이 실제로 매달려 움직이는 느낌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세트장에 12~15m 높이의 건물을 짓고 중장비를 이용해 고공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인물들이 수직으로 이동하는 장면은 안전 때문에 와이어를 달았지만 수평으로 움직이는 장면은 와이어를 달지 않고 직접 했다. 이 감독은 영화를 보면서 “용남이의 힘든 모습이 느껴져서 좋았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모두가 힘들게 고생하며 찍은 영화를 관객들이 공감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제일 기대하는 반응은 가족 드라마적인 부분이에요. 우리 엄마나 아빠, 우리 누나나 형도 저렇다는 한국적인 정서나 공감을 많이 얻어가셨으면 좋겠어요. 젊은이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서 용기나 힘을 얻길 원하는 건 아니에요. 단지 그들과 같이 숨을 참고 응원하면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또 재난 영화지만 어둡지 않구나, 신선하구나, 두 사람이 귀엽고 재밌구나 하는 걸 같이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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