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다시 나온다" 전자발찌 차고 8살 여아 성폭행 시도, 막을 수 없었나

한승곤 2019. 7. 1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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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차고 모녀 성폭행 시도
미수에 그치자 '성폭행 미수범'이라며 큰 소리
전자발찌 찬 채 성폭행 범행, 과거에도 수 차례
전문가, 보호관찰 인력 증원 절실
전자발찌를 찬 채 가정집에 침입해 모녀를 성폭행하려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를 받는 선모(51)씨가 12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자 광주 서부경찰서 광역유치장을 나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전자발찌를 찬 50대 남성이 가정집에 들어가 50대 어머니와 8살 딸 등 모녀에 대해 성폭행을 시도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모녀는 극렬히 저항했고, 딸은 가해 남성이 강제로 입을 맞추자 혀를 깨무는 등 그야말로 사투를 벌였다.


그 사이 그의 발목에 부착된 전자발찌는 피해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됐다.


현행범으로 붙잡힌 그는 피해자들이 있는 범행 현장서 경찰에게 "난 성폭행 못 한 미수범이다. (교도소에서) 얼마 안 살고 나올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들이 다시 성범죄에 나서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선배의 약혼녀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남성도 전자발찌를 차고 범행을 저질렀다. 야간의 한 공원에서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하다 미수에 그친 남성도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범죄예방 취지로 성범죄자 등에 부착되는 전자발찌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보호관찰관 증원 등 후속 대책에 나섰다.

"난 얼마 안 살고 나올 것" 어머니 성폭행 미수에 그치자 8살 딸에 달려들어

전자발찌를 차고 모녀를 상대로 끔찍한 성폭행 범행을 시도한 성범죄자 선모(51) 씨는 2015년 만기 출소한 성범죄를 포함해 전과 7범의 범죄자였다.


2010년 성범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출소하는 등 성범죄로 3차례 처벌을 받았다. 2015년 만기 출소한 뒤 한 차례 전자발찌를 훼손해 8개월간 또다시 수감됐다. 이 때문에 그의 전자발찌 부착 기간도 2025년에서 2026년까지로 늘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광주 서부경찰에 따르면 남구에 거주하고 있던 그가 모녀를 상대로 끔찍한 범행에 나선 것은 지난 10일 오후 9시40분께다.


그는 과거 모녀가 사는 주택의 1층에 세들어 산 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집 구조에 밝았다. 모녀를 상대로 한 성폭행 시도는 거침없었다. 그는 술 취한 상태에서 주택 담을 넘어 계단을 거쳐 2층으로 올라가 현관문이 잠기지 않은 모녀의 집으로 들어갔다.


전자발찌를 찬 채 가정집에 침입해 모녀를 성폭행하려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를 받는 선모(51)씨가 12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자 광주 서부경찰서 광역유치장을 나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방으로 들어간 선씨는 TV를 보고 있던 A씨와 눈이 마주쳤고 곧바로 A씨의 목을 조르며 성폭행하려 했다. 피해자는 목을 졸리면서도 있는 힘을 다해 "도와주세요"라고 비명을 질렀다. 그러면서 방에서 잠자던 딸을 향해 "빨리 도망쳐"라고 소리쳤다.


딸이 비명을 지르자 A 씨를 목졸라 성폭행을 하려고 했던 선 씨는 8살 딸을 성폭행하려고 달려들었다. 피해 여아는 선 씨의 입술과 혀를 물고 격렬히 저항했다.


그 사이 비명을 듣고 2층으로 올라온 1층 주민이 상황을 파악하고 범행을 뜯어말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선 씨는 "난 성폭행 못 한 미수범이다. 얼마 안 살고 나올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한편 광주지법은 12일 오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선모씨를 상대로 영장실질심사를 열었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유치장에서 법원으로 이동하던 선씨는 '아이 있는 집을 노린 것이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선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대두되는 전자발찌 무용론…정부, 후속대책 나섰지만

지난 5월 전남 순천의 한 아파트에서 회사 선배의 약혼녀를 성폭행하고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30대 남성도 범행 당시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끔찍한 이 사건도 전자발찌 관리 사각지대서 불거졌다. 당시 보호관찰소는 새벽에 이 남성에 전화를 걸어 위치파악 등에 나섰으나, 이 남성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관찰소는 GPS 상 평소 행동반경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전자발찌를 착용하고도 재범한 범죄자는 최근 5년간 292명에 이르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나타났다.


법무부가 감사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14년부터 2018년 10월까지)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자 중 재범자는 292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138명(최근 3년여 간)의 재범 원인 분석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는 충동적인 성범죄 성향에 의한 재범(117명)으로 나타났다.


전자발찌 감독 제도를 보완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감사원은 전자발찌 착용자가 거주지를 옮기는 경우 보호관찰소가 하루 전날 재택감독장치를 수거해가면서 전자발찌 감독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 A 씨는 OO보호관찰소가 이사 전날 저녁에 재택감독장치를 거둬가면서 야간 외출제한(오전 0~6시)이 일시 해제된 틈을 타고 타인의 집에 침입해 유사강간 범행을 저질렀다.


감사원은 2014년 각 보호관찰소에 야간 근무를 하는 신속대응팀이 생겼기 때문에 감독장치를 하루 전에 수거할 필요가 없어졌지만 법무부는 감독 공백을 방치하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전자발찌가 신체에서 분리되거나 야간 외출, 출입금지시설 방문 등으로 보호관찰소에 경보가 울릴 때 전화로 상황을 확인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B 씨는 야간에 귀가하지 않고 놀이터에서 술에 취해 있는 여성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때 △△보호관찰소가 전화하자 "아는 형님과 공원에 있다"며 거짓말을 한 뒤 여성에게 접근, 성폭행을 시도했다. 범행은 다행이 미수에 그쳤지만, 피해자는 평생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노래방에서 성폭행을 저지른 C 씨는 OO보호관찰소 OO지소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장례식에 있다"며 야간 외출제한을 잠시 허용받고 범행을 은폐할 시간을 벌기도 했다.


전자발찌 감독시스템에 따라 경보가 울려도 확인하지 않거나 보호관찰소에서 귀가지도를 하지 않아 재범에 이른 경우도 있었다.


D씨는 초등학생 거주 아파트 단지에 진입해 출입금지 위반 경보가 울렸다. 하지만 법무부 위치추적관제센터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또 다른 성범죄자 E씨는 새벽 2시에 외출했지만 △△보호관찰소가 귀가지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주거 이전으로 인한 감독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며, 영상통화 방식을 도입하는 등 실효성있는 재범방지 방안을 마련하라"며 법무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또 경보 처리, 귀가지도 등을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요했다.


전자발찌 시연하는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 관계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보호관찰 인력 증원 절실…1명이 155명 관리하기도

범죄심리전문가는 성범죄 전과자들의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 이들을 관리하는 보호관찰 인력의 증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전자발찌가 재범 억제에 일정 부분 효과는 있다"며 범죄예방 측면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면서도, "성범죄 전력이 있는 전자발찌 대상자의 재범을 막으려면 이들을 관리하는 보호관찰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호관찰관 1명이 범죄자 128명을 관리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호관찰관 1명당 관리 대상자는 27명으로 한국의 21% 수준이다.


한 보호관찰소의 경우 6명의 담당직원이 전자발찌 부착자를 비롯 932명의 보호관찰자를 관리하고 있다. 직원 1명당 155명의 보호관찰자를 맡고있는 셈이다.


성범죄자 관리·감독에 최선을 다해도 물리적으로 성폭행 범죄 등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관리 사각지대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정부는 보호관찰관 45명을 이달 안에 증원하고, 재범 위험성이 높은 대상자의 야간 외출제한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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