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재의 전쟁과 평화] 아이크의 편지와 북한 목선 사건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군은 이 작전을 통해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44년 당시 성공을 장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가장 큰 변수는 날씨였다. 악천후로 작전 개시일이 5일에서 6일로 하루 늦춰졌다. 폭풍우 속 상륙작전은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는 격이다.
5일 오후 4시 15분 작전 회의에서 기상 장교는 “6일엔 비와 바람이 잠잠해진다”고 예보했다. 6일을 놓치면 작전은 2주 더 미뤄야 했다. 그러면 관련 정보가 샐 수 있었다. 연합군 총사령관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아이크)는 “OK, 갑시다”고 말했다. 명령을 내린 뒤 아이크는 줄담배를 피우며 커피를 계속 찾았다. 그리고 연필로 편지를 써내려갔다. “프랑스 셰르부르-아브르 지역으로 상륙작전을 펼쳤지만, 교두보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병력을 철수시켰습니다. 육·해·공군 장병은 용감히 싸웠습니다. 만일 작전에 대해 비난받아야 하거나 잘못이 있다면, 다 제 책임입니다.”
짧은 편지엔 ‘날씨 탓’이 없었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그리고 6일 새벽, 바람과 파도가 조금 잦아들었다. 아이크는 작전을 강행했고, 독일군은 허를 찔렸다. 결국 독일은 항복했다. 아이크는 이 편지를 한 달간 지갑 속에 넣고 다녔다고 한다. 후에 보좌관에게 편지를 넘겨줘 세상에 알려졌다.
요즘 국방부와 군이 지난달 15일 삼척항에 입항한 북한 소형 목선을 발견하지 못하고, 관련 사실을 은폐·축소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경두 장관은 급기야 지난달 20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사과문엔 누가 무엇을 잘못했다는 게 분명하지 않았다. 국방부 안팎에서 ‘사과문에서 주어(장관)가 빠졌다’고 수군대고 있는 이유다. 해리 트루먼 미 대통령은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적힌 팻말을 늘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에 뒀다고 한다. 책임감은 리더십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다.
이철재 국제외교안보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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