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기·마사지볼 찾는 2030..그들이 유난히 피로한 이유
스마트폰 여파 눈찜질 제품 특수 누려
"경쟁사회 가속, 내 몸부터 챙겨야"
30대 직장인 홍해인씨의 말이다. 최근 홍씨처럼 피로감을 호소하는 20~30대가 많다. 지난 4월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3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직장인 건강관리 현황’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6명 정도가 ‘강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9.1%가 현재 자신의 피로 강도를 ‘매우 강함’(22.0%) 또는 ‘강함’(37.1%)으로 답했다.
직장인의 피로감은 늘 있어왔지만 달라진 건 이를 푸는 방식이다. 요즘의 젊은 세대는 과거 중장년층이 주로 사용했던 안마기와 마시지용품에 관심을 갖고 건강식품을 챙겨 먹는 등 피로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20~30대가 주로 찾는 안마기는 신체 부위별로 사용할 수 있는 10만원 대 미만의 가성비 좋은 소형 제품이다. 안마기의 대표격으로 여겨졌던 안마의자보다 가격이 싸고 공간도 적게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층이 피로감을 많이 느끼는 목과 어깨에 집중한 안마기가 관심의 대상이다. 홍씨 역시 최근 쿡쿡 쑤시는 어깨와 허리를 풀기 위해 목·어깨 안마기와 주먹만한 마사지볼을 쓰고 있다. 그는 “퇴근 후 안마기를 어깨에 얹고 있는 게 일상이 됐다”며 “목과 어깨가 시원해지면 질 높은 휴식시간을 보내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마사지볼은 회사 책상 서랍에 넣어 두고 뒷목이 뻣뻣할 때마다 꺼내 쓴다.
젊은층이 주로 찾는 올리브영의 안마기 매출은 더 크게 늘었다. 이곳의 올해 상반기(1월 1일~6월 6일) 마사지·안마 용품은 전년 동기 대비 158%가 더 팔렸다. 인기 제품은 목 뒤나 발바닥에 붙여 저주파로 근육을 풀어주는 패치형 EMS 마사지기와 스트레칭용 마사지볼·요가링이다. 신은경 올리브영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은 “지난해엔 마사지볼처럼 사용자의 마사지 동작을 돕는 소품류가 인기였다면, 올해는 몸에 붙여 사용하는 패드형 마사지기가 인기를 끈다”고 전했다. 직접 힘들여 사용해야 하는 마사지 도구보다 붙이고 가만히 있어도 피로가 풀리는 전자기기로 진화한 셈이다.
이쯤되니 궁금해진다. 20~30대는 왜 갑자기 피로 회복에 집중하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지금의 20~30대가 이전 세대가 비슷한 나이에 느꼈던 것보다 더 큰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원인으로 봤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피로감 때문에 과거 은퇴 시점에나 느꼈던 편안함과 휴식에 대한 욕구가 더 빨리 찾아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피로감 강도는 피로에 노출된 시간에 비례하는데, 지금 2030대는 청소년기부터 성적·입시에 대한 중압감으로 시작해 직장 생활까지 이미 오랜 시간 높은 수위의 스트레스에 시달려왔다”고 설명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커진 ‘휴식’에 대한 욕구도 영향을 미쳤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금의 젊은 세대는 ’나의 행복‘을 우선 가치로 두는 세대다. 남의 시선을 의식해 외모를 가꾸던 것에서 발전해, 이젠 내가 편안하고 즐거운 행복을 더 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건강을 위한 소비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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