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쓰레기 택배 왔다" 주작글 후원금 사기 논란

김상기 기자 2019. 6. 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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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드림 유저 거짓 호소글 올리고 채무변제 등에 유용.. 운영진 "법적 대응 나설 것" 엄포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이 후원금 사기 논란으로 시끌벅적하다. 난치병을 앓고 있다는 글과 누군가 엉뚱한 음식물 쓰레기 택배를 보냈다는 글을 잇따라 올린 유저에게 수천만원의 후원금이 전달됐는데 알고보니 ‘주작’글이었다. 이른바 ‘음식물쓰레기 택배 후원금 사기극’으로 불리는 이번 사건을 놓고 네티즌들은 인터넷 십시일반의 전통을 훼손한 일이라며 혀를 차고 있다. 보배드림 운영진은 즉각 후원금 규모와 변제 계획을 밝히지 않으면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논란은 지난달 15일 보배드림 유저 A씨가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A씨는 자신이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고 재생불량성 빈혈에 시달리고 있으며 아내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썼다. 또 사업이 망하는 바람에 돈이 없어 자녀들과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월세 또한 밀린 상태이니 후원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A씨의 호소는 이후 ‘음식물쓰레기 택배’ 사건이 터지면서 다시 눈길을 끌었다. A씨를 알고 있다는 다른 아이디의 유저 B씨가 지난달 27일 ‘누군가 A씨에게 쓰레기 택배를 보냈으며 A씨 가족을 방문해 조롱했다. A씨 아내가 충격으로 극단적인 시도를 했다’는 내용의 글을 보배드림에 올린 것이다.

보배드림 회원들은 쓰레기 택배를 보낸 사람이 누군지 색출 작업에 나서는 등 공분했고 이는 다시 A씨에 대한 후원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B씨와 A씨의 접속 아이피가 같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A씨가 거짓말로 후원금을 가로챘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보배드림 운영진은 지난 3일 “쓰레기 택배를 보내고 방문해 가족을 조롱했다는 글을 작성한 B씨의 접속 아이피와 피해를 당했다는 A씨의 접속 아이피가 일치한 기록을 확인했다”면서 “피해 액수가 크니 더 이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입금 주의해 달라”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A씨는 4일 글과 통장 인증사진 등을 올리고 자신은 후원이 아니라 차용을 부탁한 것이며 밀린 월세를 빨리 해결하려고 쓰레기 택배라는 허구의 내용을 올렸다고 해명했다.

A씨는 “애초 밀린 월세와 생활비를 융통해 주십사 돈을 차용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돈이 모자랐고 퇴거 예정일이 다가와 쓰레기 택배라는 허구의 글을 올렸다”고 썼다.

그는 지금까지 입금된 후원금은 최대 3900만원 정도이며 그 중 채무변제와 월세 납부, 생활비 등으로 2200만원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략의 채무변제 계획도 설명했다.

A씨는 “채무 변제한 돈을 다시 돌려달라고 한 상태다. 돌려받는 액수에 따라 적게는 600만원에서 많게는 1600만원 정도 차액이 발생하는데 그 돈을 당장 마련하긴 어렵다”면서 “모자라는 돈은 시간이 흐르더라도 반드시 갚겠다”고 설명했다.

A씨의 인증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미 거짓글을 올린 전력이 있는데다 병을 앓는다는 것조차 제대로 인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후원금은 5000만원에 육박하며 변제계획도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보배드림 회원들은 “6월 1일 잔액최고금액이 3943만원인데 그 전에 인출한 금액은 왜 빼느냐”거나 “애초 통장 잔고가 708원이라면서 왜 708원 잔액이 표시된 통장을 공개하지 않느냐” “부부가 앓는다는 난치병부터 인증하라”고 공격하고 있다.

보배드림 운영진은 A씨가 전체 후원금 총액과 사용 내역 등을 명확히 공개하고 후원금을 어떻게 환불할 것인지를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보배드린 운영진은 4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변호사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법률 검토를 요청했으며 곧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면서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이번 사건에 공동대응하는 한편 모든 소송비용 등을 보배드림 운영진이 부담하겠다”고 말했다.

한 보배드림 회원은 “이제 웬만하면 인터넷 호소글을 보고 도와주지 못할 것”이라면서 “다른 네티즌들의 측은지심을 이용한 엽기적인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그림=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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