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발목 잡는 후분양제..공급 공백·고분양가 우려

안장원 2019. 5. 1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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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 주택 공급대책 기조
'싸게, 많이, 빠르게'
개발 절차 단축하고 땅값 낮춰
후분양제로 공급 지연·분양가 상승
공급 지체·고분양가는 대책 효과 반감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일정이 빠듯한 3기 신도시 공급이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로 늦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경기도 파주시 운정행복센터 앞에서 검단일산운정신도시연합회 회원들이 3기 신도시 반대 운정일산집회를 하고 있다.
‘저렴하게, 많이, 빨리.’

2000년대 중반 급등하던 집값을 잡기 위해 노무현 정부가 2006년 11월 대대적인 주택공급 확대 대책을 발표할 때 내건 슬로건이다.

당시 정부는 “시장 수급 균형을 통해 근본적인 집값 안정 기조를 확보하기 위해 양질의 주택을 ‘저렴한 가격으로, 많이, 빨리’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저렴하게, 많이, 빨리’는 이후 2008년 9월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건설 방안’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이 세 마디는 공급 대책의 기조로 자리 잡은 셈이다.

2007년 이후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부터 집값 상승세가 꺾였고 이명박 정부 때 수도권 집값 장기 약세의 주요 원인이 보금자리주택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세 번째 대규모 주택 공급 대책인 현 정부의 ‘수도권 30만 가구 주택공급 방안’에서는 이 슬로건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7일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 선정으로 3기 신도시 추진 계획을 마무리 지으며 공급 로드맵을 발표했다. 중소 규모 택지는 내년부터, 사업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신도시는 2021년부터 순차적으로 입주자 모집(분양)을 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인천 계양,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은 2021년부터, 이번에 추가한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은 2022년부터다.
고양 창릉 3기 신도시 발표로 매수세가 끊기며 주택시장이 얼어붙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 1기 신도시.
그런데 신도시 발표에서 분양까지 2~3년은 빠듯하다. 6~7개의 주요 사업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1차로 지정한 계양 등이 개발계획을 세우기 전인 주민 의견 청취 과정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3곳 모두 지난달 말 환경영향평가 주민 설명회를 개최하려다 주민 반대로 무산돼 이달 중순으로 연기했다. 일산·파주·인천 등의 1,2기 신도시에서 3기 신도시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과거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지구 지정에서 주택 공급까지 절차를 단축했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개선한 절차를 더욱 간소화했다. 공급 속도 조절을 쉽게 하게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 85㎡ 이하 공급을 공공에 맡겼다. 공급 속도가 늦어지면 대책이 실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주민공람에서 주택건설 인허가(착공)까지 3년→1년 6개월, 입주까지 6년→4년으로 단축하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실제 소요 기간은 더 길었다. 2009년 5월 서울 강남 등 보금자리 시범지구 선정에서 착공까지 2~3년 이상 걸렸다.

보금자리지구는 중소 규모 공공택지로 이보다 훨씬 큰 신도시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위례 등 2기 신도시가 지구 지정에서 분양까지 빨라야 4~5년이었다. 2007년 지정된 인천 검단신도시는 10년이 지난 지난해부터 분양을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는 착공 전 청약 접수하는 사전예약제도도 운용했다. 시장의 공급 효과는 입주 후 나타나지만 사전 청약으로 미리 주택 수요를 흡수하려는 것이었다.

여기다 후분양제가 이번 대책의 공급 효과를 반감시킨다. 정부는 올해 주거종합계획에서 공공부문 후분양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가 2022년까지 입주자 모집 물량의 7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후분양은 착공 후 2년 정도 지나 분양하는 것으로 그만큼 공급이 늦춰진다. 후분양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부문 분양물량은 정부 계획보다 30% 줄게 된다.

노무현 정부 때도 후분양 단계적 확대를 추진했다. 그러다 2006년 주택공급 확대 대책 후 당초 2007년부터 실시하려던 후분양을 1년 연기한 뒤 슬그머니 포기했다.

실제 주택이 완공돼 실제로 시장에 쏟아내는 공급도 ‘시차’가 예상된다. 정부는 그동안 주택건설인허가 실적 등을 바탕으로 2022년까지 공급에 별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때 기준은 분양이 아닌 입주 물량이다.

신도시가 정부 계획대로 2021년부터 착공에 들어가더라도 실제 입주는 2024년부터 이뤄진다. 정부가 자신하는 2022년 입주도 정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분양 물량과 분양 전 주택건설인허가 실적이 줄고 있어서다. 2~3년간의 ‘공급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자료: 업계 종합
분양가 인하 방안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주택공급 대책의 기본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분양업체에 제공하는 전용 60~85㎡ 공동주택 용지 공급가격 기준을 감정가격에서 조성원가의 110%로 낮췄다. 감정가격은 시세와 비슷한 가격이다. 택지 조성에 들어가는 토지 보상비·공사비 등인 조성원가는 이보다 낮다. 정부는 분양가가 10%가량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대거 해제해 택지로 조성했다. 개발제한구역 땅값이 저렴해 보상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성원가가 낮아진다.

이런 이유로 2010~11년 강남 보금자리주택 분양가가 3.3㎡당 1150만원 정도로 4~5년 전인 2006년 판교(1120만원)와 4년간의 시차에도 비슷했다.

판교, 강남 보금자리지구, 위례 등의 분양 성공에는 강남과 가까운 입지여건 외에 주변 시세의 절반 정도여서 ‘반값’으로 불린 저렴한 분양가가 큰 몫을 했다.

3기 신도시 분양가는 만만찮다. 2015년부터 공동주택 용지 공급가격이 감정가격으로 다시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해제 등으로 조성원가를 낮춰도 택지비는 땅값 상승분을 반영해 올라간다. 2015년 이후 수도권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땅값이 뛰어 서울 인접 공공택지의 공동주택 용지 공급가격이 조성원가의 2배를 뛰어넘기도 했다.
자료: 업계 종합
지난해 12월 분양한 남양주시 다산 진건지구 아파트 용지 가격이 3.3㎡당 1091만원으로 조성원가(574만원)의 1.9배다.

이달 말 첫 분양을 앞둔 과천지식정보타운 공동주택 용지 가격은 조성원가(3.3㎡당 885만원)의 3배에 가까운 2300만~2500만원으로 예상된다.

후분양제도 분양가 상승에 일조한다. 분양 시점이 늦어지는 만큼 땅값과 건축비가 오르기 때문이다. 하남 감일지구에서 2016년 10월 3.3㎡당 1350만원이던 전용 84㎡ 분양가가 2년여 뒤인 2018년 12월엔 1600만원으로 상승했다.

3기 신도시 대책에 포함된 과천 과천지구는 서울 서초구에 붙어있어 과천지식정보타운보다 감정가격이 더 높게 나올 게 분명하다. 업계는 과천지식정보타운 분양가가 3.3㎡당 2400만~2500만원에 나오면 과천지구는 3000만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공공택지 국민주택 규모 분양가가 10억원 정도인 셈이다. 고양 창릉과 하남 교산은 3.3㎡당 2000만원을 돌파할 수 있다.

고분양가 신도시 주택은 무주택 서민보다 '돈 있는' 무주택자나 유주택자의 주택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주변 시세와 분양가 차이가 크지 않으면 기존 주택 수요 분산에도 한계가 있다.

3기 신도시가 공급 속도와 고분양가에 발목 잡힐 수 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m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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