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막차야" 3기 신도시 고양 창릉·부천 대장에 '막차 승객' 몰릴까

과천·인천·동탄=서윤경 최민우 기자 2019. 5. 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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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과천 등 선정 후 땅값 들썩.. 교통망 확보 약속에도 불안감 여전
과천 선바위역 인근 3기 신도시 개발 예정지. 과천=최민우 기자

“막차야, 막차.”
경기 과천 선바위역 인근 중개업소 사장들은 전셋집을 구하러 왔다는 기자의 말에 마치 짜기라도 한 듯 같은 말을 했다.

중개업소에서 말하는 막차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또 첫차가 출발한 시점은 언제부터였을까. 첫차는 지난해 9월 13일 출발했다. 그날 정부는 부동산 대책으로 1기와 2기 신도시 사이에 3기 신도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과천을 지역구로 둔 한 국회의원이 신도시 후보 예정지라며 자료를 유출했다. 자료에 포함된 과천은 3기 신도시 예정지로 급부상했고 이때부터 집값과 땅값이 폭등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19일 정부가 3기 신도시 예정지를 공개했다. 예정지에는 과천을 포함해 경기 남양주·하남·인천 계양 등 4개 지역이 들어갔다. 해당 지역 땅값과 인근 전세가격은 치솟았다.

2년 뒤 3기 신도시 청약에서 가점을 받으려면 주소를 해당 지역으로 옮기는 게 유리했다. 바로 과천의 중개업소 사장들이 기자에게 ‘막차’를 말한 이유였다. 오를 대로 오른 전세가격은 서울과 맞먹었다. 방 2개짜리 아파트 전세가가 3억5000만원이었다.

7일 국토교통부는 마지막 3기 신도시로 두 곳을 추가했다. 경기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이다. 정부 발표로 이곳의 땅값과 집값도 요동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자료 : 국토교통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들썩
지난해 12월 3기 신도시 예정지가 발표된 뒤 들썩인 건 해당 지역의 땅값과 인근 지역 전셋값이다.

물론 들썩인다는 말이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많아지면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교통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불편해질 게 뻔하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기대감이 큰 것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상관없이 집값과 땅값, 전세가격까지 모두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청약 가점을 받으려고 과천으로 주소를 이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꼼수까지 나왔다. 인천 계양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자는 서울에 살면서도 주소 이전을 할 수 있는 편법을 알려줬다. 그는 “은행 대출받아서 전세를 구하고 주소만 이전한 뒤에 그걸 월세를 주면 월세로 은행 이자를 대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가만 오른 게 아니다. 땅값도 치솟았다. 평당 400만원이던 게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인천 계양구 인근의 박촌역에서 만난 60대 주부는 “해당 지역의 땅은 거래할 수 없게 됐는데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면서 “3기 신도시 쪽에 땅이 있는 사촌 오빠는 신이 났는데 도로 하나를 사이로 3기 신도시에 포함되지 않은 사촌 여동생은 울상”이라고 전했다.

불만도 많다. 과천 선바위역 인근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는 지역 주민은 “호가는 800만원이 됐는데 이 땅을 사들이는 정부는 한국감정원의 공시가를 근거로 한다고 했다”면서 “공시가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GTX-B 예타면제에 멘붕
2기 신도시 주민들은 3기 신도시 개발에 나선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2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짜임새 있는 개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3기 신도시에서 강조한 게 교통이다. 이날 3기 신도시 추가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입지 선정의 첫 번째 과제로 ‘서울 도심까지 30분 내 출퇴근 가능 도시’를 꼽았다. 입지 자체를 서울과 접근성이 양호한 곳으로 했다. 또 지구지정 제안단계부터 지하철 연장, BRT 등 교통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가 남양주, 하남, 인천 계양, 과천 등 서울 경계선과 2㎞ 떨어진 곳에 12만2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힐 때도 2기 신도시 실패를 교훈 삼아 교통망 확충과 자족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신도시 개발과 도로 개발 계획에 시간차가 있어 ‘교통지옥’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지난 2월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주민들이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주민 총궐기 집회를 열고 교통불편 해소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경기도 화성 동탄2에서 만난 한 주민의 말은 되새겨 볼 만하다. 그는 “신도시를 발표한 뒤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이 도로 등 교통 공사”라며 “완공한 뒤 입주해서 불편없이 다녀야 한다. 이게 당연한 순서인데 잊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불안감은 조성되고 있다.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23개 예타 면제 사업 중 GTX-B노선 설립이 빠진 데 따른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교통학계 관계자는 “GTX-B노선은 3기 신도시의 핵심 교통대책 중 하나”라며 “정부가 부동산 공급 대책으로 3기 신도시를 앞세운 상황에서 예타 면제 대상에서 제외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예타 면제 사업에서 빠지면서 GTX-B노선의 착공 시점은 뒤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의 계획대로라면 3기 신도시 입주와 교통망 구축 시기에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확충할 수 있는 교통망이 있고,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있다”면서 “예컨대 지하철을 연장할 계획인 하남은 3년가량이면 되지만, GTX-B 라인에 의존하는 남양주나 고속도로를 확충하는 인천 계양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과천·인천·동탄=서윤경 최민우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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