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머물고 싶은 방, 공부 잘되는 방..내 손으로 정리한다
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사진=송상섭(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민서(고양 신원초 6)·신유림(경기도 어정중 1) 학생기자, 도움=홈정리컨설팅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신유림(경기도 어정중 1) 학생기자의 집에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유림이의 방 정리를 도와줄 전문가 김은숙·최희숙 정리컨설턴트인데요. 유림이와 유림이 부모님이 이들을 반갑게 맞았습니다. 유림이는 자신의 방을 공개하는 것이 쑥스러운 듯 수줍게 웃으며 말했죠.
“겨울에는 오빠 방에서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엄마가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서 제 방에 보일러를 많이 틀지 않으셨거든요. 그리고 오빠 방에 있는 서랍장과 옷장에 제 옷이 있기도 하고요. 또 제 방에 있는 책상이 정리가 잘 안 돼서 공부할 때 집중이 안 돼요. 주로 공부는 식탁에서 하는 편이에요. 책상을 정리하려고 해봤지만 물건을 어디에 어떻게 놔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책상에 물건들이 많아서 공부하다가도 자꾸만 눈이 가요. 책상 서랍 속도 정리가 안 돼서 물건이 뒤죽박죽이에요.”
유림이는 “정리를 한다고 해도 깨끗해지지 않는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림이 말대로 책상에는 문제집과 노트뿐 아니라 달력, 스티커, 편지지, 선풍기, 스케치북, 메모지, 각종 문구류 등 온갖 물건이 칸칸마다 가득했어요. 책상 맞은편 벽에는 3단 책꽂이와 2단 수납장, 이동식 서랍이 자리하고 있었고 여기에도 물건이 가득했죠.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과 인형, 더 이상 꺼내 읽지 않는 책들, 미술용품 등이었어요. 침대 밑 공간에도 레고와 캠핑 장비 등 물건이 가득했습니다. 유림이가 쓰지 않는 물건들까지 방 안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어요. 반면, 유림이가 매일 입는 옷들은 오빠 방에 보관되어 있고, 유림이 방 안에 있는 붙박이 옷장에는 부모님의 계절 지난 옷들이 수납돼 있었죠.
모든 물건 끄집어낸 뒤 쓸 것만 고르기
책상 앞에 앉았을 때 방문을 등지게 되는 현재 책상의 위치도 바꾸기로 했습니다. 출입문을 등지고 앉는 것보다는 마주보거나 혹은 옆으로 앉게 되는 위치가 집중이 잘되기 때문이에요. 우선 책상을 옮길 자리에 있는 2단 수납장과 이동식 서랍은 거실로 모두 뺐습니다. 3단 책꽂이는 그 자리에 그대로 두되 꽂혀 있던 책들은 모두 거실로 꺼냈죠. 책상에 있던 물건들은 모조리 침대 위에 꺼내놨고요. 침대 위에 물건이 수북하게 쌓였어요. 쌓인 물건을 보고 유림이는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죠.
정리의 첫 번째 단계는 일단 모든 물건을 꺼내놓는 겁니다. 어떤 물건이 얼마나 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물건을 꺼내다 보면 거기에 있는지도 몰랐던 물건이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또 한 군데 쌓아놓고 보면 ‘내 물건이 이렇게나 많았나?’ 하는 생각이 들죠.
초등학교 때 쓰던 멜로디언과 탬버린, 실로폰 등 악기들은 ‘필요 없는 것’으로 금방 판정이 났죠. 공부했던 문제집들과 초등학교 때 받았던 가정통신문 같은 것들도 쓰레기통으로 직행했고요. 여러 개 있는 리코더와 단소 종류는 하나씩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처분하기로 했습니다. 물건을 하나씩 살펴보던 유림이가 조그만 상자를 열더니 “이건 뭐지?”라고 했어요. 주인조차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이 보관되고 있었던 거죠. 유림이가 부지런히 물건들을 살펴볼 때마다 쓰레기 봉지가 차곡차곡 채워졌어요.
어떤 물건은 지금 당장 사용하거나 필요하지는 않지만 추억이 담겨 있어서 쉽게 버리지 못했는데요. 최 컨설턴트는 “추억의 물건이 가장 버리기 어렵다”면서 “그럴 땐 리빙박스 1개를 ‘추억의 상자’로 정해서 추억의 물건만 따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박스에 담길 만큼의 분량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추억의 물건을 넣을 땐 기존의 물건 중 일부를 버리기로 하는 거죠.
이것저것 만들기를 좋아하는 유림이는 편지지·메모지·스티커·풀 등 자잘한 문구류가 무척 많았는데요. 잡동사니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방법은 바구니와 투명 지퍼백을 이용하는 겁니다. 크기가 작은 물건들은 종류별로 지퍼백에 담고, 다시 비슷한 종류의 물건들끼리 바구니에 차곡차곡 수납하는 거예요. 라벨스티커에 물건의 종류를 적어서 바구니 겉면에 붙이면 어떤 물건이 담겨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죠. 뒤죽박죽이었던 책상 서랍도 작은 바구니나 상자 등을 이용해 칸을 여러 개로 나누면 훨씬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또 물건을 수납할 땐 가급적 세로로 세워서 정리해야 모든 물건이 한눈에 들어와요. 밑에서부터 가로로 물건을 쌓아두면 밑에 뭐가 들어있는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물건을 찾느라 엉망이 되기 일쑤죠.
#동생과 함께 쓰는 민서의 방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김민서(고양 신원초 6) 학생기자의 집을 이혜경·최희숙 정리컨설턴트가 찾았습니다. 민서와 민서 어머니, 까만 고양이 ‘다복이’가 함께 나와 인사를 했어요. 민서는 같은 학교 3학년인 동생 단우와 같은 방을 쓰고 있었죠. 초등 1학년인 막내 여동생 려은이가 혼자 방을 쓸 수 있도록 한 배려이자, 두 형제가 친하게 지내길 바라는 어머니의 뜻에 따른 겁니다. 방에는 민서·단우 형제의 책상이 나란히 있고, 이층 침대·책장·옷장·서랍장 등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민서는 유림이와 마찬가지로 책상 정리가 어렵다고 했어요. “나머지는 제가 단우보다 정리를 더 잘하는 것 같은데, 책상은 동생이 좀 더 정리를 잘하는 것 같아요.”
방 안을 둘러본 이 컨설턴트는 두 책상 사이에 놓인 책장이 두 개로 분리되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 책장을 분리대처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길게 위로 올렸던 책장을 내려서 서로 등을 마주 대게 놓아 양쪽에서 책을 꽂을 수 있도록 배치한 거죠. 그러자 민서와 단우가 책장을 절반씩 정확하게 나눠 쓸 수 있게 됐어요. 또 두 책상의 자리가 자연스럽게 분리되어 각자 자기만의 공간이 생긴 느낌이 들었죠.
손이 잘 닿는 곳에 자주 보는 책을
민서의 책상과 공동으로 쓰는 책장까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갈 때쯤 동생 단우가 학교에서 돌아왔습니다. 민서의 책상이 말끔해진 것을 보더니 “우와”하고 탄성을 질렀죠. 그리고는 단우도 자신의 책상과 책상 옆에 놓인 책꽂이를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민서가 요령을 알려주자 단우도 척척 알아서 문제집과 노트들을 구분해서 꽂았어요.
공간은 많은데 잘 정리가 되지 않았던 서랍장도 칸마다 테마를 정했어요. 미술용품은 미술용품끼리, 축구용품은 축구용품끼리 담았습니다. 각 칸에 어떤 물건들이 들어 있는지 라벨스티커로 적어놓는 것도 잊지 않았죠. 장난감을 마구 쌓아놓았던 수납장도 다시 차곡차곡 정리하고 더 이상 갖고 놀지 않는 물건들은 쓰레기통에 담았습니다. 우산은 신발장으로, 칫솔·치약 세트는 화장실로, 보조배터리는 서랍 속으로, 기념품들은 따로 모아서 상자에 넣었어요.
학교에 다녀오면 아무 데나 벗어놓곤 했던 가방도 침대와 책장 사이 빈 곳에 두기로 자리를 정했습니다. 최 컨설턴트는 “물건 정리가 잘 안 되는 이유는 ‘자기 자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사람이 회사에서 일을 하고 나면 자기 집으로 가듯이 물건도 각자 자기 자리가 있어야 해요. 그래야 사용한 후에 제자리를 찾아가죠. 물건마다 자리를 정해주면 아무 데나 보이는 대로 물건을 어지르는 일이 줄어들 거예요.”
<물건 정리 TIP>
1.책상에 물건이 많으면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책상 위에는 가급적 매일 보는 책만 꺼내둔다.
2.책상 서랍은 작은 상자나 바구니를 이용해 칸을 구분하여 물건을 정리한다.
3.자주 보는 문제집과 노트 등을 손이 잘 닿는 책꽂이에 꽂아 둔다.
4.편지지·메모지·스티커·지우개 등 자잘한 문구류는 종류별로 지퍼백에 넣은 뒤 바구니에 세워서 수납한다.
5.물건을 정리한 바구니나 서랍은 안에 어떤 물건이 들었는지 라벨스티커에 적어서 겉면에 붙인다.
6.모든 물건에 자기 자리를 만들어준다.
<학생기자 취재 후기>
사실 처음에는 속으로 ‘에이~ 정리를 해봤자 얼마나 하겠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리 전문가 분들이 정리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했고 존경스러울 정도였죠. 왜냐하면 영원히 더러울 줄 알았던 내 책상이 새로운 책상이 된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책장의 책들도 높이별로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고요. 답답했던 방이 완전 시원해졌어요. 앞으로 방에 들어올 때마다 눈이 정화될 것 같습니다. 김민서(고양 신원초 6) 학생기자
중학교에 입학해서 공부를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으로 방의 구조를 바꾸고 싶었는데 가구 위치를 바꾸는 일은 힘든 일이라 책상 정리만 했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책상 위는 어질러지고 방 여기저기 물건들이 나뒹굴게 되었죠. 마침 정리컨설턴트와 함께 방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신청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방의 모습 변화가 컸습니다. 방 분위기가 달라지니 계속 방에 들어가고 싶어졌고 공부도 더 잘돼요. 신유림(경기도 어정중 1)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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