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기 신도시 보상금, 연금형 분할지급 추가..토지주 선택지 늘린다
정부, 대토보상 확대 방침 밝혔지만 시행사 편법거래도 돈만 더 풀릴 우려↑
연금형, 기존 채권·대토 보상과 연계해 혼합 지급 가능성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정부가 이르면 올해부터 지급 예정인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 중 일부를 연금형으로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 수십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유동성이 단기간에 시장에 풀려 부동산 투기의 불쏘시개가 되는 상황을 우려해 내놓은 대응책이다. 현금 대신 토지나 채권으로 보상하는 기존 지급체계에 신규 유형을 추가해 토지주들의 선택지를 늘리고 투기수요 확산도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3기 신도시로 이미 지정됐거나 추가로 지정될 대규모 택지의 토지 보상금을 토지주에게 일정 기간 나눠 지급하는 연금형 보상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현재는 연금 지급액을 설계하는 데 필요한 적정금리와 변동률 및 생명표를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지 연구를 추진 중이다.
연금형 분할지급 방식은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가 지정ㆍ발표한 남양주 왕숙(1134만㎡), 하남 교산(649만㎡),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335만㎡), 경기 과천시(155만㎡) 등에 첫 적용된다. 연내 추가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신규 대규모택지에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보상금을 나눠 지급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한꺼번에 풀린 유동성이 투기자금으로 변질돼 부동산시장의 상승세에 불을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LH가 추산한 기존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 규모만 16조원에 달한다. 이와 별도로 산업단지, 뉴스테이, 도시개발사업,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보상금이 더해져 올해만 20조원 이상의 토지보상금이 풀릴 예정이며, 이 중 14조5000억원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돼있다. 토지보상을 받는 경우 지방세 특례에 따라 1년 이내(농지는 2년 이내) 인근의 부동산 등을 취득할 때 취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앞선 1ㆍ2기 신도시 조성 과정에서도 보상금이 인접 지역으로 재투자돼 주변 부동산 가격을 견인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수년간 부동산 관련 대출 및 매매 규제 방안을 강화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해온 상황에서 시장 안정화를 위해 추진한 3기 신도시 조성 계획이 오히려 부동산 투자 분위기에 힘을 싣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3기 신도시 4곳을 발표하면서 국토부가 현금이 아닌 개발된 땅으로 토지보상금을 지급하는 '대토보상'을 늘리겠다고 밝힌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당초 인근 지가 상승을 막고 원주민의 재정착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최근 전매가 금지된 토지보상권을 일부 시행사들이 보상액보다 높은 조건에 사들이는 편법거래가 만연하고 있다. 시장 유동성을 제한하려 땅으로 지급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다시 더 많은 현금만 시장에 풀리게 된 것이다.
LH는 연금형 분할지급을 도입ㆍ확대해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기존 보상금 지급체계에 대한 개선방안도 함께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LH 관계자는 "현금보상, 보상 채권, 대토보상 등 유형별 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어떤 것을 선호할 지를 파악중"이라면서 "연금형 보상체계 도입을 위해 업무수행체계를 구상하고 법령개정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이 같은 연금형 분할지급 방식이 신도시급 대규모 토지 보상 과정에서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보상금이 1억원 이상일 경우 적용 가능한 채권보상과 혼합돼 일부를 채권으로, 일부는 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혼합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면서 "적절한 인플레이션 반영이 있다면 소규모 토지주들에게는 호응을 얻을 수 있으며, 일정 부분은 투기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역시 "토지보상의 100%에 대해 연금 형태로 보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고, 채권ㆍ현금ㆍ연금 비중을 섞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토지보상금이 풀려 부동산으로 재유입되는 것을 막겠다는 대토보상이 신탁방식으로 다시 현금화되는 상황에서 '선택지의 다양화' 성격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함 랩장은 그러나 "정부가 토지를 선취하기 때문에 대규모 토지의 주인들은 선호하거나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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