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전멸" vs "창원발전 씨앗"..스타필드 창원 어찌하나

한전진 2019. 4. 2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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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르포①] 스타필드 창원 어찌하리오..주민간 찬반 갈등 첨예하게 대립 중
창원시 도계시장 정문에 붙어있는 스타필드 창원점 입점 반대 현수막.
스타필드 창원점 예정지의 맞은편 '유니시티'는 6100세대가 입주가 가능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창원이 둘로 갈라졌다. 신세계의 대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입점을 놓고 찬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스타필드로 인근 상권 전체가 몰락할 것이라는 여론과 스타필드를 유치해 지역거점 상권을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자는 도계시장 등 소상공인들의 주 의견이고 후자는 창원점 예정지의 인근 주민들의 주 입장이다. 과연 해법은 있는 걸까.

지난 24일 찾은 창원시 도계시장은 들어서자마자 노란색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교통대란 유발하는 스타필드 입점 즉각! 중단하라!!!’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비가 내리는 날씨에 흔들리고 있었다. 궂은 날씨 탓일까, 드문드문 손님들이 있었으나 재래시장 특유의 북적거림은 느끼기 힘들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시장 전체에 그늘을 드리운 듯했다. 

신세계 측은 스타필드 창원점 설립을 목적으로 2016년 5월 육군 39사단이 이전한 후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개발 중인 창원시 의창구 중동지구 상업용지 3만 4311㎡를 750여억원에 구입했다. 최근 신세계프라퍼티가 창원시에 교통영향평가 심의 의뢰서를 제출하면서 '스타필드 창원' 건립에 대한 행정 절차가 본격화하자 시장 상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도계시장 상인들은 '스타필드 창원점'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시장에서도 스타필드는 뜨거운 감자였다. 옹기종기 모여 허기를 달래던 시장 상인들에게 기자가 스타필드라는 말을 꺼내자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무슨 힘으로 (스타필드를) 막겠나”, “손님들은 편하긴 할 것 같아”, “장사는 이제 그만해야 하나”라는 이야기가 오갔다. 허탈감이 섞인 웃음이 돌기도 했으나 이따금씩 얼굴은 어두워졌다.  

다수의 상인들은 스타필드라는 말에 손사래를 쳤다. 12년간 채소 장사를 이어온 강모씨는 “시장 상인 입장에서는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스타필드 입점을 놓고 모호한 태도를 보인 창원시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소모씨는 “시의원 입장도 갈려, 창원시는 여론 눈치 보느라 바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인들은 스타필드 창원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통공룡인 스타필드로 인근의 상권만 죽고, 고용 창출 등 상권 활성화 등의 효과는 미미하리란 것이다. 실제로 창원은 외식업 기준으로 고양, 수원, 성남 등에 비해 자영업자 비율이 매우 높은 편에 속하는 도시로 꼽힌다. 이들이 스타필드 창원점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날 창원에서 만난 승장권 경상남도 소상공인연합회 위원장은 “스타필드가 들어선 하남과 고양에 고용 창출 효과가 있었다고 하는데 정규직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비정규직”이라면서 “상권 활성화도 뜯어보면 스타필드에만 국한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상공인 몰락으로 야기되는 창원의 ‘실’이 ‘득’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민의 뒤로 보이는 곳이 창원점 예정지다. 과거 39사단의 후문이 위치해 있었다.

반면 도계시장을 벗어나 스타필드 입점이 예정된 중동지구의 ‘유니시티’ 지역에 다다르자 입점에 찬성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쇠락하고 있는 창원경제에 ‘돌파구’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창원의 젊은이들은 주말만 되면 인근 도시로 나가 쇼핑과 문화시설을 즐기기 바쁘다”면서 “창원엔 마땅한 시설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창원시는 그동안 군부대인 39사단으로 발전의 발목이 잡혀 있었다. 이들 입장에선 부대 대신 들어서는 스타필드는 ‘발전의 씨앗’인 셈이다. 중동지구 인근의 부동산에서 만난 김모씨는 “부대가 있을 때만 해도 이곳은 논밭이 다였다”면서 “당시 ‘중동지구의 논 열 마지기를 줘도 북면의 논 한 마지기와 바꾸지 못한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라고 귀띔했다. 

부동산 관계자는 그동안 창원은 군부대인 39사단으로 발전의 발목이 잡혀 있었다고 말했다.

스타필드 창원점 예정지의 바로 맞은편 ‘유니시티’는 6100세대가 입주 가능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오는 6월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다. 이들의 다수는 스타필드 창원점의 광고를 믿고 계약을 했다. 창원점 찬성 여론이 강하다. 이들을 포함한 ‘스타필드 창원 지지자 시민모임’은 지난 18일 창원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입점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날 창원에서 만난 정민경 ‘스타필드 창원 지지자 시민모임’ 운영위원은 “(스타필드 창원점) 입점이 취소되거나 연기된다면 유니시티 입주자들과 인근 주민들은 법적 소송에 나설 것"이라며 ”스타필드가 입점한다면 외부 고객뿐 아니라 관광객까지 늘어 창원시 지역 산업 전반이 활력을 띠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첨예한 갈등 속에 과연 해법은 있는 걸까. 현재 창원시는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스타필드 입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종합토론회, 설문조사, 시민참여단의 ‘숙의’를 거쳐 찬반 의견이 담긴 권고안을 7월 말까지 내놓겠다고 밝혔다. 다만 찬반 양측이 모두 ‘공론화위원회’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만큼, 합의 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타필드 창원점 전체 부지 모습.

창원=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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