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떠난 팽목항..홀로 5년 지킨 우재 아빠의 사연
"희생자 처음 가족품 안긴 곳에 기록관 설치를"
진도군 "국제항 개발 공사 지연 안될 말" 난색
작가연대, 항구 주변 12km 걸으며 희생자 추모

16일 오전 9시 30분쯤 전남 진도군 지산면 마사선착장.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의 그림을 그린 화가 김환영(60)씨는 "사람들이 여기(팽목항)에 오기를 두려워하거나 미안해한다. 진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줄 수 있고, 걸으면서 사색할 수 있는 순례길을 만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가 소속된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회원들과 연극인·영화인 등 40여 명은 걸음을 멈추고 바다 건너 팽목항을 바라봤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희생자 유가족과 구조 인력, 자원봉사자들의 눈물과 피땀이 밴 팽목항 일대 '팽목바람길(12㎞)'을 순례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팽목바람길은 잊혀져 가는 팽목항을 지키기 위해 진도 주민들과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가 함께 만든 도보 여행 길이다. 이들은 3시간 동안 바다를 둘러싼 산길과 1㎞ 넘게 노란 유채꽃밭이 펼쳐진 방조제(진구지길) 등을 걸은 뒤 팽목항에 돌아왔다.
이날 단원고 고(故) 고우재군 아버지 고영환(51)씨는 추모객을 맞느라 아침부터 분주했다. 고씨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10월부터 팽목항에 머물고 있다. 세월호 선체가 2017년 4월 목포신항에 거치된 뒤 미수습자 가족들마저 떠났지만, 그는 홀로 이곳에 남았다.

고씨 곁에는 진돗개 4마리가 있다. 지난 2015년 진도 주민들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선물해 준 개들이다. 2마리가 '팽이'(수컷)와 '목이'(암컷)이고, 이것들의 후손이 '붕붕이'와 '백구'다. 고씨가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과가 개 4마리의 밥을 주는 일이다. 먼저 떠난 우재가 생각나서인지 유난히 개들을 챙긴다. 고씨는 "'목이'가 새끼를 뱄는데 임신 시기를 몰라 언제 낳을지 모른다"며 '목이'의 머리를 연신 쓰다듬었다.
고씨는 요즘 마음이 편치 않다. 세월호 유가족에게 적개심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지난 15일에는 팽목항을 상징하는 빨간 등대에 누군가가 페인트로 '빨갱이'라고 칠해 작가연대 회원들이 지웠다. 고씨는 "노란 리본 조형물 등을 훼손하거나 기억관 벽에 이상한 사진을 붙이는 일이 종종 있는데 외지인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고씨는 "참사 당시 진도 주민들이 봉사를 많이 한 만큼 후손들도 할머니·할아버지가 한 일을 알아야 한다"며 "기록관 설치를 두고 청와대와 해양수산부·전남도·진도군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진도=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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