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총 사태' 이후 회의·불안.., 국공립행 꿈꾸는 사립유치원 교사들

권중혁 최지웅 기자 2019. 3. 2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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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경력의 사립유치원 교사인 김모(25·여)씨는 이달부터 국공립유치원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유아임용고시 강사 B씨는 "1년만 근무해 봐도 사립유치원의 문제나 비리를 충분히 겪게 돼 교사들이 회의감을 느끼는 것"이라며 "한유총 사태가 터진 지난해부터 슬슬 국공립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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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학원가 늘어난 수강생

1년 경력의 사립유치원 교사인 김모(25·여)씨는 이달부터 국공립유치원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가 수험서를 꺼내든 건 지난 1년간 겪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사태’ 때문이다. 김씨는 “교사들끼리는 한유총의 잘못을 지적하고 욕도 많이 했는데 학부모들은 저희들까지 나쁘게 보셔서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한유총의 개학연기 투쟁이 시작되자 그의 부모까지 “거기 계속 있으면 안 되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자신처럼 사립유치원 교사인 친구들 여럿도 국공립유치원 교사가 되기 위해 몰래 일과 공부를 병행한다고 했다.

한유총 사태 이후 사립유치원을 탈출하려는 교사가 늘고 있다. 그동안 열악한 교육 환경에서 내부 비리를 목격하며 회의감이 커진 상황에서 유치원 밖의 따가운 시선이 더해지자 ‘탈출 러시’가 이어지는 것이다.

지난 19일 찾은 학원가는 오는 6월 예정된 2019학년도 유아 임용 추가시험을 준비하는 수강생으로 가득했다. 오전 10시30분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유아임용전문 고시학원 속 한 대형 강의실은 후텁지근했다. 수업 30분 전 이미 300석 넘는 자리가 수강생들로 채워졌다. 책상은 사람 한 명 지나기 비좁을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수강생 A씨(38·여)는 “1분1초가 아깝다. 다들 엄청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사립유치원에서만 13년 일했다. 출산 후 그만뒀다 기간제교사로 복직했지만 지난해 한유총 사태를 겪으면서 그만뒀다. 올해 2월부터는 국공립유치원에 들어가기 위해 임용고시를 준비 중이다.

그는 사립유치원 교사였을 당시의 회의감을 토로했다. A씨는 “사립유치원에 있으면 교육 공공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며 “인력이 없어 담임교사가 모든 잡일을 떠맡으면서 수업준비도 못하니 교육수준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사립유치원은 보여주기 식 행사를 남발한다”며 “정작 교사들은 행사 준비하느라 교육에 집중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한유총 사태로 인한) 학부모들 항의도 무섭고, 유치원이 어떻게 될지 불안감도 느꼈다. 사립에선 답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 교사로 일했던 윤모(30)씨도 “학부모께서 ‘데모하는 게 합당하냐’고 물을 때마다 ‘직원이라 오너 말을 따를 뿐’이라고 답하며 무력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수강생 김모(33 여)씨는 “7년간 사립유치원에 있으며 비리가 언제쯤 터질까 생각했다. 한유총 비리가 폭로되는 걸 보며 정말 기뻤다”며 “주변에선 목숨 걸고 국공립을 준비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학원가 역시 한유총 사태와 6월 추가시험 등으로 임용을 준비하는 사립유치원 교사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추가시험 지원자 수는 최소 20%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유아임용학원 시장은 오프라인이 2~3배, 온라인 강의는 3~5배 커졌다고 한다.

전동균 해커스 국가고시사업부 임용학사마케팅 팀장은 “사립유치원 교사들은 보통 5~7년 정도 경력이 쌓이면 국공립을 준비하는데 올해는 한유총 사태로 경력이 1~2년밖에 되지 않은 교사들까지 국공립에 지원해 경쟁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KG에듀원 희소고시학원 쌤플러스 관계자는 “학원가에선 서울만 수강생이 800명 정도 늘어난 것으로 본다. 온라인까지 합치면 훨씬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3년간 유아교육시장이 성수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유아임용고시 강사 B씨는 “1년만 근무해 봐도 사립유치원의 문제나 비리를 충분히 겪게 돼 교사들이 회의감을 느끼는 것”이라며 “한유총 사태가 터진 지난해부터 슬슬 국공립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권중혁 최지웅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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