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한 이집트 다합, 세계에서 제일 싼 '이것'
[오마이뉴스 글:차노휘, 편집:최은경]
▲ 황금빛이라는 의미를 가진 다합. 다합의 일출도 황금빛이다. |
ⓒ Emad A. Ahmed |
1. 다합
다합(Dahab)은 이집트 시나이 반도 남동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이다. 예전에는 베두인들의 어촌이었다. 해안이 금빛 모래로 덮여 있어서 아랍어로 황금빛인 '다합'이 어촌 이름이 되었다.
카이로에서 다합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버스를 타는 것이 가장 저렴하다. 최소 여섯 군데 이상 검문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평균 10시간 정도는 걸린다. 카이로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탈 수도 있다. 샴 엘 쉐이크(Sharm el-Sheikh)까지 한 시간 비행하고 그곳에서 택시를 타고 북동쪽으로 80km정도 달리면 된다.
버스를 타든 비행기나 택시를 타든, 메마른 사막과 산을 차창 너머로 마주해야 한다. 처음에 나는 낯선 풍경에 환호성을 터트렸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그 메마름에 갈증이 일었다.
스쿠버 다이빙을 한 뒤로 알게 되었다. 산이 메마른 이유는 바다의 화려함 때문이라고. 수질이 깨끗해서 시야가 넓을 뿐만 아니라 포인트에 따라서 다양한 산호초 종류와 그 형상을 볼 수 있다. 단아하면서도 화려하다.
바닷속 모래는 새하얘서 푸른 물속에서도 운동장처럼 눈에 들어온다. 모래알갱이는 손바닥에서 스르르 빠져나갈 정도로 곱다. 가이드에 따라서 핀을 벗게 하고는 술래잡기 놀이를 시키기도 한다.
현재 다합은 스쿠버다이빙이 특화된 관광지가 되었다. 작은 어촌 도시에 무려 50개가 넘는 다이빙 센터가 있다. 스킨스쿠버다이빙뿐만 아니라 윈드서핑 등 수중 스포츠를 즐기기에 적합하다.
2. 하늘이 내려준 지형
내가 다니는 다이빙 센터와 숙소는 남쪽 다합 시가지(Dahab Downtown)인 라이트하우스에 있다. 라이트하우스(Lighthouse)는 아치형 만을 따라 형성된 지역 이름이다. 아치형 만은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한다. 거의 1년 내내 파도가 잔잔하다.
▲ Lighthouse 인근 바닷속에는 수심 포인트마다 형상물이 있다. 28m에 있는 코끼리 형상 조형물. |
ⓒ 소재현 |
하늘이 내려준 바닷속 지형은 자격증 따기에도 좋다.
자격증은 스킬 숙지와 다이빙 횟수와 관련이 있다. 기술 또한 물속에서 이루어지니 다이빙 횟수가 먼저라고 할 수 있겠다. '깡수가 깡패다'라는 말처럼 깡수가 늘수록 실력은 향상된다(다이빙 횟수를 나타내는 단위로 '~깡'이라고 한다). 좋은 입수 조건과 포근한 날씨는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4깡도 가능하게 한다.
▲ 다합은 지금 팽창 중이다. 공사현장에 걸려 있는 이름 모를 예술가의 작품. |
ⓒ 차노휘 |
3. 다합에서의 일상
나는 이슬람 독경(?) 소리를 들으면서 눈을 뜬다. 시계를 보면 어김없이 아침 5시이다. 침대에 누워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읽다가 아침 여섯시가 지나면 밖으로 나간다.
우연찮게 공사 현장에 대해서 줄리아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녀가 부동산 사정에 대해 말해주었다.
"바닷가를 끼고 있는 좀 괜찮은 2층 건물이 지금 팔천만 원 정도해요. 하지만 이곳을 관광특별지역으로 지정해 놓아서 어떤 부동산 거래도 할 수 없어요. 명의 이전도 안 되고. 매물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오르고 있어서 만약 거래가 풀리면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거예요."
그날 밤에는 왼쪽 해안가를 따라 걸어봤다. 더욱 고급스러운 호텔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슬 앉은 비치의자에 앉아 끊임없이 몰아치는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하늘에 얌전히 박혀 있는 별자리를 찾았다. 별들이 쏟아질 듯이 가까이 있었고 바다 건너에는 불빛 환한 건물이 물결에 출렁이고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였다.
▲ 인적 드문 바닷가 파벽에 그려진 그림. |
ⓒ 차노휘 |
▲ 파도와 일출. 수평선 너머가 사우디아라비아이다. |
ⓒ 차노휘 |
일출은 사우디아리바아 쪽에서 늘 시작된다. 그곳 수평선에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나는 달리기를 멈추고 해가 완전히 공중에 걸릴 때까지 심호흡을 한다.
되돌아오는 길에 24시간 문을 여는 슈퍼에서 물과 우유 등을 사온다. 호텔로 돌아와서 커피포트에 하얀 달걀 다섯 개를 삶고 식빵에 꿀을 발라 먹는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바닷가에서 뒤챘던 햇살이 들어온다.
▲ 호텔 직원 부디와 산타클로스. |
ⓒ 차노휘 |
빈 식당 소파에는 고양이들이 아침 햇살에 나른하게 자고 있다. 거리에는 개들이 아무렇게나 누워 있지만 영혼만은 누구보다 더 자유로울 그들. 이곳에서는 개들과 사람은 차별이 없다.
저녁 11시까지 영업하고도 아침 8시에 문을 열어 장사하는 상점들. 손님이 없을 때면 밖으로 나와 지나가는 여행객을 호객한다. 누구에게나 친절할 수밖에 없는 거리의 생존. 거리에는 원주민과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국적불명의 어휘들이 난무한다.
며칠 전 기념품 가게 직원 모모와 시샤(Shisha)를 나눠 피우다가 스쿠버 다이빙 이야기를 했다. 그는 아주 쉽다고 그냥 '릴렉스'만 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프리다이빙을 좋아했다. 나는 그것이 당연하게 생각되었다. 그는 바다와 함께 자랐으니 바다를 떠나서는 살 수 없을 것이다. 바다에서 태어난 것처럼 말이다.
▲ 다이빙 센터 옆 기념품 가게에서 바라본 풍경. |
ⓒ 차노휘 |
제법 차가운 바람이 분다. 선탠하는 노부부가 가방에서 비치타월을 꺼내 덮는다. 나도 팔에 걸었던 비치타월을 목에 두른다.
다이빙 센터로 가는 길은 몸이 먼저 알고 긴장한다. 그 짧은 거리를 걸으면서도 물속에서 불편했던 것들이 나열된다. 오늘도 무사히, 라는 기도문이 절로 나온다. 그러다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나를 또 다독인다.
▲ 호텔 입구 탁자 의자에 앉아 있는 개. 다합은 이런 풍경이 흔하다. |
ⓒ 차노휘 |
▲ 나른한 아침 햇살을 받고 졸고 있는 고양이. |
ⓒ 차노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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