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소좀 축적 질환, 희귀병이지만 조기 치료 하면 일상 생활도 가능"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2019. 3. 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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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임상유전과 이진성 교수 인터뷰
이진성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임상유전과 교수/사진=헬스조선 DB

리소좀 축적 질환은 국내 밝혀진 환자가 300~400명밖에 안 될 정도로 드문 희귀질환이다. 환자가 워낙 드물어 의심 증상이 나타나도 질환을 쉽게 의심하지 못하고, 이를 전문으로 보는 의사도 많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해야 치료 효과가 좋다.

임상유전학 전문가이자 리소좀 축적 질환 환자를 보고 있는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임상유전과 이진성 교수에게 리소좀 축적 질환의 증상, 치료법 등에 대해 물었다.

Q. 리소좀 축적 질환은 정확히 어떤 병인가요?

A. 우선 리소좀이란 체내에서 생성되는 물질 중 필요한 성분은 몸에 남겨둬 몸 곳곳으로 분산시키고, 필요 없는 성분은 배출시키는 역할을 하는 세포 내 소기관입니다. 체내 재활용 처리 시설임과 동시에 쓰레기 소각장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체내 효소가 부족하면 리소좀이 이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몸에 불순물이 축적돼 여러 증상이 발생할 수 있죠. 이렇게 발생한 질환을 통틀어 ‘리소좀 축적 질환’이라 합니다. 효소의 결핍이 원인입니다. 부족한 효소 종류에 따라 약 50여종의 대사질환을 유발합니다.

Q. 대표적인 리소좀 축적 질환을 꼽는다면요?

A. 고셔병, 파브리병, 폼페병, 뮤코다당증이 대표적입니다. 처음 발견한 의사 이름을 딴 이름들이어서 병명이 좀 독특해요. 국내에 밝혀진 환자 수는 고셔병 약 40명, 파브리병 약 150명, 폼페병 약 40명, 뮤코다당증 약 100명입니다.

Q.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나요?

A. 병마다 다른데, 대부분 간과 비장이 커지고, 빈혈 증상이 나타나거나, 팔다리 뼈 통증이 오는 식입니다.

병 별로 살펴보면, 고셔병은 간, 비장비대, 경련 등이 생기고 피부가 일어납니다. 피 검사하면 골수기능이 떨어져 있어요. 대개 근력이 달리고, 발달도 더딥니다.

파브리병은 다른 병보다 증상이 늦게 나타나는 편인데, 대개 신체 검사에서 혈뇨가 나오거나 운동을 심하게 한 후 극심한 근육통 때문에 어쩔 줄 모르다가 병원을 찾습니다. 피부에 발진이 생기기도 합니다.

폼페병은 근력 저하가 주 증상입니다. 운동성이 크게 떨어져서 검사해보면 근육 효소 수치가 올라가거나 간 수치가 올라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심장 기능이 같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뮤코다당증은 어릴 때는 멀쩡히 자라는 것 같다가 4~5살 무렵부터 성장 발달이 더뎌지고, 손가락 등의 관절이 뻣뻣해지고, 걷는 모양이 이상해져요.

언급한 질환 모두 분해되지 못한 체내 물질이 세포 내에 축적되면서 체내 주요 장기 손상을 입힐 수 있어 위험합니다. 장, 콩팥, 심장, 심지어 뇌까지 손상시킬 수 있어요.

Q. 방치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하나요?

A. 그렇지만 질환 종류마다 다릅니다. 신경계 증상이 특징적으로 발생하는 고셔병 2형의 경우는 매우 심한 타입으로 2살 이전에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고셔병 1형에 해당하는 성인형은 같은 질환인데도 성인이 될 때까지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즉, 질환 종류와 환자에 따라 증상 정도, 범위가 달라 주치의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Q. 환자는 어떻게 병원을 찾게 되나요?

A. 보통 환자들은 증상에 따라 여러 진료과를 방문합니다. 혈액종양내과에 갈 수도 있고, 경기가 심하면 신경과에 가기도 하고, 팔다리가 아프면 정형외과에 가기도 합니다. 이때 해당 주치의가 리소좀 축적 질환에 대해 알지 못하면 증상을 방치할 수 있어 위험합니다. 다시 한번 주치의의 대사, 유전 질환에 대한 관심을 강조하고 싶어요.

리소좀 축적 질환을 확진하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우선 임상 증상을 기준으로 의심이 되면 효소 활성도 검사를 합니다. 효소 활성도 검사는 혈액 검사를 통해 간단히 가능합니다. 최종적으로는 유전자 검사를 한 후 확진 판정을 내립니다.

Q.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A. 효소 보충요법이 가능한 환자라면 이 방법이 최우선입니다. 효소 보충요법이 나오기 전까지 리소돔축적질환은 전혀 손 쓸 수 없는 불치병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일부 환자에서 효소 보충요법이 효과를 발휘합니다. 보통 1~2주 간격으로 효소를 체내에 투여하는 치료를 받습니다. 고셔병 같은 경우에는 주사 대신 약을 복용하는 방법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또한 질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전신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영향받은 장기에 대한 치료도 필요합니다. 시력이나 청력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경련성 증상 발현같이 신경 계통에 지장을 줄 수 있어요. 아이들은 발달 지연이나 관절 이상으로 운동 장애가 생길 수도 있고요. 따라서 재활 치료가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동시에 다학제적 진료가 필수죠.

증상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예후가 좋은 편입니다. 건강한 사람과 완전히 같은 생활을 한다고까지 말하긴 어렵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치료 여건이 좋아졌다는 데 의미를 두고,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Q. 앞으로 치료 방향은 어떤 식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보시나요?

A. 환자에게 부담이 덜 가는 식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현재 치료방법 중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법이 마련돼야 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주사 대신 먹는 약을 쓸 수 있게 하거나, 주사 치료 간격을 늘리는 식으로요. 몸에 효소 단백질을 넣어도 단백질은 반감기가 있어 어느 정도 작용 후 소진됩니다. 큰 한계점이죠.

Q. 리소좀 축적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에게 격려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리소좀 축적 질환은 과거에 전혀 손 쓸 수 없는 질병이었는데, 일부 치료법이 효과를 보이면서 치료 여건이 좋아졌습니다. 또한 아직 치료 효과가 없는 질환도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치료법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부모들은 현재 치료법이 없다는 데 착안해 걱정하기 쉬운데, 증상을 조절하는 치료를 유지하며 시간을 벌면 그 기간에 또 새로운 치료법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실제 최근에는 줄기세포, 유전자 가위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희귀질환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치료 기술이 현실화되는 순간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치료를 이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진성 교수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임상유전과 교수이다. 리소좀 축적 질환과 같은 희귀 질환 및 대사 질환, 선천성 기형을 비롯해 신경성 섬유종증, 카우덴 증후군, 리-프라우메니 증후군 등 유전 질환 분야 내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유전자 치료와 유전자 검사, 생물 정보학, 유전자 기능 및 이상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연세대학교 의학 학사 및 석사를 거쳐, 스웨덴 스톡홀름의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에서 임상유전학 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 유전학회 이사, 국립보건원 유전질환과 과장직을 맡고 있으며, 대한생화학/분자생물학회 대의원직을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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