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산 '황금 빈티지' 와인 각광..최적의 햇빛·비가 만든 '100년來 최고 와인'

노승욱 2019. 2. 1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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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누타 산 귀도, 볼게리 사시까이아’ ‘샤또 까농 라 가플리에르 생떼밀리옹’ ‘카스텔로 디 볼파이아,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지난해 글로벌 와인 전문지 ‘와인스펙테이터’가 선정한 ‘2018년 100대 와인’ 중 1~3위 와인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2015년산’이라는 것. ‘2018년 100대 와인’ 중 2015년산은 총 34개로 전체의 3분의 1에 달한다. 1년 전 선정한 ‘2017년 100대 와인’에서도 2015년산은 총 39개로 가장 많았다.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발표하는 ‘주목할 만한 빈티지’ 차트에서도 구세계와 신세계 와인을 대표하는 프랑스, 미국에서 최고 등급(96~100점, Extraordinary)을 받은 해는 2015년이 제일 많다(2010년대 기준). 2015년산이 최근 와인업계에서 ‘황금 빈티지’로 각광받는 이유다.

와인 수입사 관계자는 “2015년은 미국과 유럽 지역 전반에 일조량이 많고 비가 적게 내려 포도 재배에 적합한 기후를 보였다. 특히 올해는 ‘리제르바(riserva·3년 이상 숙성 와인)’ 요건을 채운 2015년산 와인들이 시장에 출하되는 해여서 와인 애호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와인 빈티지가 뭐길래

▷5만원 이상 구세계 와인이면 챙겨봐야

와인은 다른 주종에 비해 원재료(포도)의 특성과 품질이 완성품에 잘 드러나는 술이다. 또한 병입 전 오크통이나 콘크리트 탱크에 숙성하는 것은 물론, 병 숙성을 하면서도 맛과 품질이 달라진다. 연도별 포도의 작황이나 빈티지가 와인 구매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는 이유다. 특히 기후가 매년 비교적 일정한 패턴을 보이는 신세계 와인에 비해 구세계 와인은 기후의 연간 편차가 커서 빈티지에 따른 품질 차이가 더욱 도드라진다. 또 넓은 포도밭에서 대량생산되는 저가 와인보다는 비교적 ‘소수정예’로 생산되는 5만원대 이상 중고가 와인에서 빈티지의 중요도가 커진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포도밭이라고 해도 포도 수확기의 폭우, 여름의 이상저온, 포도 관련 전염병 발병 등으로 인해 포도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같은 와이너리에서도 빈티지에 따라 품질이 확 달라지고 가격 차이도 적게는 1.5~2배, 많게는 10배 이상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빈티지를 따지는 것은 주로 레드 와인이다. 고재윤 경희대 호텔관광대 교수는 “화이트 와인은 주로 고위도 지방이나 그늘진 계곡 등에서 생산해 상대적으로 일조량 영향이 적은 편이다. 스파클링 와인도 빈티지를 거의 따지지 않을 만큼 날씨 영향이 적다. 반면 레드 와인은 일조량이 강할수록 수분이 증발되고 포도의 농축미가 강해져 빈티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구세계 와인은 신세계 와인에 비해 연도별 기후변화가 심해 빈티지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사진은 프랑스 아비뇽 북부 탱레르미타주에 위치한 메종 샤프티에 와이너리 포도밭.
최근 와인업계에서 2015년산이 ‘황금 빈티지’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샤또 끌락 에드몽 드 로칠드 헤리티지’ ‘샤또 딸보’ ‘샤또 지스꾸르’ ‘들라스 샤또네프 뒤 파프’(이상 프랑스 와인), ‘페라노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2015’ ‘바르바레스코’(이상 이탈리아 와인), ‘콜긴 나인 이스테이트 레드’ ‘컨티뉴엄’ ‘도미누스’(이상 미국 와인), ‘돈 멜초’(칠레 와인).

▶구세계 와인

▷프랑스 vs 이탈리아 “2015년은 나의 해”

구세계 와인의 맹주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2015년 황금 빈티지에서도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지난해 와인스펙테이터 100대 와인 중 1위와 3위는 이탈리아산, 2위는 프랑스산이다.

먼저 이탈리아 와인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이탈리아의 2015년은 포도 재배에 최적화된 날씨였다. 서리 피해 같은 악조건이 없었을뿐더러 풍부한 일조량과 적기에 적량 내린 강수로 포도 농사가 풍년이었다”고 말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와인은 산지오베제 90%, 카베르네 소비뇽 10%를 블렌딩한 ‘마르케제 안티노리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다. 대한항공 유럽 노선 퍼스트 클래스에서 제공되는 와인으로 진한 루비빛 붉은색과 자줏빛을 띠며 잘 익은 풍부한 체리향과 오크향이 잘 어우러진다. 입안에서는 부드러운 타닌과 좋은 구조감, 긴 여운을 느낄 수 있다.

산지오베제 80%에 카베르네 소비뇽 15%, 카베르네 프랑 5%를 블렌딩한 ‘티냐넬로 2015년산’도 명품 와인으로 꼽힌다. 신선하고 생동감 있는 타닌이 입안을 꽉 채워주며 구조감이 탄탄해 장기 숙성용으로 제격이다. 이탈리아 와인에 대한 국내 판매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에서도 초기 물량이 완판됐을 만큼 품질을 인정받았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에서 생산된 ‘페라노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2015년산’은 포도 성장부터 수확까지 모든 기후 조건이 완벽함을 유지했다는 평가다. 이 덕분에 포도 품종의 개성이 아주 잘 표현됐다. 그중에서도 산지오베제는 깨끗하고 강렬한 끝맛이 일품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켈레 끼아를로 바르바레스코 아실리’ 역시 2015년이 ‘네비올로에 가장 이상적인 빈티지’로 꼽힌다. 8월에 비가 온 후 화창한 9월이 이어져 천천히 성숙되고 시기 적절한 수확이 가능했다. 또 바르바레스코의 네비올로 포도는 꽃, 과일, 달콤한 향신료가 우아하게 어우러지며 훌륭한 구조감을 보여줬고 비단 같은 타닌과 풍부한 보디감이 균형감을 잡아줬다.

한편 2015년 황금 빈티지의 최고봉은 프랑스 와인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한 와인 전문가는 “대체로 유럽 전역이 황금 빈티지로 각광받지만 특히 프랑스 와인은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뛰어난 품질”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론 지역의 4대 와이너리 명가 중 하나인 ‘들라스’의 ‘샤또네프 뒤 파프 2015년산’이 첫손에 꼽힌다. 그르나슈 90%, 시라 10%를 블렌딩해 만든 이 와인은 지난해 코리아와인챌린지 프랑스 와인 부문에서 최고 와인으로 선정됐다. 짙은 석류빛에 풍부하면서도 파워풀한 보디감, 섬세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타닌, 강렬한 아로마를 자랑하며 끝으로 갈수록 감초와 같은 풍미가 느껴진다. 1년 정도 사용한 작은 오크통에 숙성시켜 포도 본연의 잘 익은 붉은 과일향과 달콤한 향신료 아로마가 과하지 않은 오크향과 조화를 이룬다는 평가다.

보르도에서 생산된 2015년산 ‘샤또 딸보’와 ‘샤또 지스꾸르’ ‘샤또 끌락 에드몽 드 로칠드 헤리티지’도 눈여겨보자. 카베르네 소비뇽 66%, 메를로 31%, 쁘띠 베르도 3%가 블렌딩된 샤또 딸보 2015년산은 낮은 당도, 중간 정도의 산도를 지니며 보디감은 조금 무거운 편이다. 꽃향과 붉은 과실, 오크향이 인상적이다. 가격이 9만9000원인데도 이마트에서 대표적인 인기 보르도 와인으로 손꼽힌다.

샤또 지스꾸르 2015년산은 15만원으로 더 비싸지만 반응은 샤또 딸보 못잖다. 속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체리빛에 블랙체리와 버섯향, 중간 정도 보디감, 초콜릿향을 가졌다. 타닌감이 풍부하며 남성적인 구조감의 와인이다.

▶신세계 와인

▷칠레 ‘돈 멜초’ “역사상 최고 빈티지”

신세계 와인은 구세계 와인만큼은 아니지만 빈티지에 따라 품질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고가 와인에서는 포도 수확 연도의 차이로 상위 1% 와인이 달라지기도 하니 빈티지를 챙겨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칠레에서는 카베르네 소비뇽의 ‘아이콘 와인’으로 꼽히는 ‘돈 멜초’가 황금 빈티지 수혜주로 꼽힌다. 콘차이 토로 수석 와인메이커이자 돈 멜초 전담 와인메이커인 엔리케 티라도는 “2015년은 돈 멜초 역사상 최고의 빈티지”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 빈티지 와인이 출시되자마자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에게서 98점, 와인스펙테이터에서 96점을 획득, 품질을 인정받았다. 2015년 당시 와이너리가 위치한 지역의 강우량이 평년(277㎜)보다 적었고 주로 겨울과 9월에 비가 집중돼 토양에 수분을 공급하고 새싹의 적절한 성장을 도운 덕분이다.

금양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돈 멜초는 6개 구획의 카베르네 소비뇽 밭과 1구획의 카베르네 프랑 밭에서 재배된 포도 중 최고의 포도만을 엄선해 7가지 원액 중 해마다 다르게 블렌딩해서 만든다. 그런데 돈 멜초 2015년산은 카베르네 소비뇽 92%, 카베르네 프랑 7%, 그리고 돈 멜초 최초로 쁘띠 베르도 1%를 블렌딩해 만들었다. 이는 보르도가 원산지인 쁘띠 베르도 포도 품종이 칠레에서도 훌륭하게 재배된 덕분으로 2015년 기후환경이 그만큼 다채로운 포도 품종에 모두 좋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와인은 나파밸리의 ‘도미누스’ ‘컨티뉴엄’ ‘콜긴 나인 이스테이트 레드’가 호평을 받는다. 2015년산 컨티뉴엄은 제임스 서클링, 나머지는 로버트 파커에게 각각 100점 만점을 받은 명품 와인이다.

도미누스는 자두, 허브, 가죽, 그리고 로스팅한 커피와 진한 타닌의 맛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는 남성적인 와인이다.

컨티뉴엄은 프랑스 보르도 스타일에 로버트 몬다비의 둘째 아들 팀 몬다비의 개성이 더해졌다. 카베르네 소비뇽 46%, 카베르네 프랑 31%, 쁘띠 베르도 17%, 멀롯 6%로 블렌딩해 매우 신선하고 다채로운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콜긴 나인 이스테이트 레드는 해발 280~430m 고도에 바위를 밀고 조성된 나인 이스테이트 포도밭에서 생산된다. 로버트 파커가 “지금껏 본 가장 완벽한, 와인 양조를 위한 열반의 경지(Winemaking Nirvana)다”라고 극찬한 것으로 유명하다. 꽃향과 그을린 흙 내음, 카시스 크림의 농축된 향, 에스프레소, 검붉은 과일향이 근사하다. 20년 정도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2015년산 외 ‘베스트 빈티지’는

세계적 폭염에 2018년산 와인 입도선매 움직임

같은 나라에서도 지역에 따라 황금 빈티지는 갈린다. 아영FBC 관계자는 “프랑스 보르도 와인은 2015~2016년산이, 부르고뉴는 2015년산이 황금 빈티지다. 미국 나파밸리는 2012~2016년까지 5년 연속 작황이 좋았다. 물론 전반적으로는 이들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2015년산이 가장 황금 빈티지에 가깝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인 2018년도 황금 빈티지로 꼽는다. 세계적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려 레드 와인 생산에 유리한 기후였다는 분석이다. 고재윤 교수는 “와인업계 일각에서는 아직 병입도 되지 않은 2018년산 와인을 입도선매하거나 예약 구매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전했다. 다만 2018년산 와인을 맛보려면 적어도 반년은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업계 관계자는 “빈티지 표기를 하는 대부분의 고급 와인은 오크 숙성 등의 기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현재 시장에 출시된 2018년산 와인은 ‘보졸레 누보’뿐이다. 적어도 올 하반기는 돼야 숙성을 마친 2018년산 와인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5호 (2019.02.13~2019.02.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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