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장인 된 허당 형사 "양념 반, 프라이드 반이요"

나원정 2019. 1. 2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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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극한직업' 주연 진선규
마약단 잡으려 치킨집 위장 창업
닭 30마리 만지며 칼질 연습해
"영화 초반부터 코믹액션 펼쳐져"
2년 전 '범죄도시'로 스타덤 올라
온갖 알바 하며 연극무대서 활동
"이제 후배들에 밥 살 수 있어요"
배우 진선규는 영화 ‘범죄도시’의 살벌한 조선족 조폭 역할로 유명해진 뒤, ‘암수살인’의 형사를 거쳐 23일 개봉하는 ‘극한직업’에선 치킨집을 위장창업한 마약반 형사역을 맡았다. 그는 ’센 배역보다는, 허당 이미지의 코믹한 배역이 자신의 모습과 더 비슷하다“며 ’나중엔 복싱 영화나 ‘너는 내 운명’같은 슬픈 멜로 영화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각 영화사]
새해 극장가는 코미디 영화 격전지다. 9일 개봉한 ‘내안의 그놈’이 개봉 일주일여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코믹 수사물 ‘극한직업’, 로맨틱 코미디 ‘어쩌다, 결혼’, 좀비 코미디 ‘기묘한 가족’이 줄줄이 대기중이다. 웃으러 극장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 중 23일 개봉하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은 형사들이 마약 조직을 소탕하려 위장창업한 치킨집이 ‘맛집’으로 소문나며 벌어지는 황당한 소동극이다. 류승룡·이하늬·이동휘·공명 등 마약반 형사역 배우들의 호흡이 빼어나다. 특히 영화 ‘범죄도시’의 살벌한 조선족 출신 폭력배 캐릭터로 주목받은 배우 진선규(42)의 변신이 눈에 띈다.

그가 맡은 마 형사는 마약반의 ‘허당’ 사고뭉치이자, 결정적인 순간 활약하는 반전의 사내. 수원 왕갈비집 아들인 그는 얼떨결에 갈비양념에 버무린 치킨으로, 치킨 요리 장인으로 거듭난다.

‘범죄도시’의 살벌한 조선족 조폭 역할. [사진 각 영화사]
“‘범죄도시’로 남우조연상을 받고 처음 오디션 없이 들어온 시나리오가 ‘극한직업’이었어요. ‘범죄도시’가 뜻하지 않게 큰 사랑을 받으면서 센 이미지로만 각인되는 것 같아 걱정하던 차에, 안 해본 코미디 장르라 더 끌렸죠. 원래 저랑 더 비슷한 느낌이에요.”

선한 미소와 조곤조곤한 말투에서 기분 좋은 흥분이 묻어났다. 그는 지난해 ‘범죄도시’로 청룡영화상 수상 무대에 올랐을 땐 오랜 무명 시절 힘이 돼준 이들에게 감사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번 영화에 그를 캐스팅한 이병헌 감독은 “예전부터 알고 지냈는데 어떻게 ‘범죄도시’ 같은 악역을 했나 싶을 만큼 사람이 착하다”고 했다.

진선규는 이번 영화를 ‘양념 반 프라이드 반’에 비유했다. “이병헌 감독이 빚은 말맛을 토대로 상황이 주는 웃음이 좋다. 초반부터 코믹과 액션이 어우러진다”고 귀띔했다.

‘암수살인’의 형사. [사진 각 영화사]

Q : 코믹 연기는 처음인데.

A : “다섯 배우의 호흡이 너무 조화로웠다. (류)승룡 형, (이)동휘가 코미디에 일가견 있다 보니 저랑 (이)하늬,(공)명이는 액션·리액션만 잘해도 느낌이 살았다. 진짜 가족 같았다.”

Q : 치킨 만드는 장면을 준비하며 칼질부터 제대로 배웠다고.

A : “요리사들 말이 칼을 진짜 잡아본 사람은 써는 자세부터 다르다더라. 칼질 초보로 시작해 닭을 자르고, 발골하는 방식까지 전문가분들께 배웠다. 집에서도 닭 30마리를 가져다 연습했다. 갈비 맛 치킨도 묘하게 맛있었다.”

Q : 영화에서 제일 웃겼던 대목은.

A :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하는 치킨집 홍보문구는 승룡 형이 처음 리딩 때부터 그 톤으로 했는데 정말 웃겼다. 영화 잘돼서 치킨 광고 들어오면 개런티를 낮추더라도 다 같이 팀으로 찍자고 다짐했다. 동휘가 때려잡은 애들을 청테이프로 묶을 때 했던 대사는 애드리브였다.”

Q : 마 형사의 코미디도 순박한 매력이 있던데.

A : “아직 모르겠다. 더 커야 한다. 아직도 영화·드라마에서 내 목소리 들으면 민망하고 적응이 안 된다.”
체육 교사를 꿈꿨던 그가 연기에 눈을 뜬 건 고등학교 3학년 때다. “수능 몇 달 전 고향 경남 진해에서 친구를 따라 조그마한 지하 극단에 놀러 갔다가 잠깐 동안 느꼈던 따뜻함과 호기심에 이끌려 연극을 배우게 됐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붙었을 때 선생님이 ‘참 촌스러운데 순수하게 생겨서, 뭐든 가르쳐주면 잘할 것 같았다’고 하시더군요.”

한예종 학비를 빌려 상경한 그에게 연고도 없는 서울 생활은 막막하기 그지 없었다. 그는 ‘미친 듯이’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했다. “제대하곤 학교 구내식당 설거지를 꽤 오래 했어요. 아주머니들과 친해지면서 점심·저녁도 얻어먹었거든요. 서울랜드, 벚꽃축제 등 가리지 않고 주말이면 여기저기서 접시를 닦았죠.”

2004년 졸업한 그는 동문과 함께 창단한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를 통해 10년 넘게 대학로에서 연극·뮤지컬 무대에 섰다. 한예종 후배였던 아내(배우 박보경)와의 사이에 두 아이를 뒀다.

‘극한직업’에선 치킨집을 위장창업한 마약반 형사. [사진 각 영화사]
‘완벽한 타인’에 전화통화 목소리로 카메오 출연하고 ‘암수살인’ ‘동네사람들’ 등 스크린 활동이 바빠진 최근에도 한두 달에 한 번 무대에 오르는 일상만큼은 그대로라고 했다. 물론 자신을 대중에 널리 알린 ‘범죄도시’ 수상 이후 달라진 점도 있다. “아내와 함께 느낀 건데, 마트에 장보러 가서 먹고 싶은 음식을 가격표 안 보고 살 수 있게 됐어요. 예전엔 부담스러워 아보카도도 못 샀거든요. 후배들한테 밥도 살 수 있게 됐고요.”

‘극한직업’을 시작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미스터리 영화 ‘사바하’,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과 다시 뭉친 액션영화 ‘롱 리브 더 킹’, ‘퍼펙트 맨’ 등 올해 선보일 차기작도 여럿이다. ‘믿고 보는 배우’라며 그를 응원하는 관객도 많아졌다.

“‘캐리비안의 해적’ ‘혹성탈출’처럼 제가 캐릭터 뒤로 사라지는 판타지나, 좋아하는 복싱 영화, ‘파이란’ ‘너는 내 운명’ 같은 멜로도 해보고 싶어요. 아직은 주연배우란 말이 부담돼 조연으로 해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어요. 언젠가 제가 전적으로 이야기를 책임져야 하는 작품을 할 수도 있겠죠. 그날을 위해 부단히 배우고 있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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