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2 부동산대책’ 이후 지난해 8월까지 약 1년간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급등했다. 전년 대비 가격이 2억~3억원 뛴 지역이 적지 않았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오르면 뒤이어 강북권과 외곽지역, 수도권까지 ‘키 맞추기’ 하듯 가격 오름세가 확산했다.
대출과 세금규제를 망라한 9·13대책이 발표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약세로 돌아섰고 급등세를 보인 지역도 하락하는 분위기다. 이에 2014년부터 상승세를 탄 주택시장 경기가 조정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일 주택산업연구원, 부동산114 등 주요 민간 연구기관에 따르면 기해년(己亥年) 새해 주택시장은 가격상승률, 거래량 등 주요 지표가 지난해보다 둔화될 전망이다. 올해 주택시장 흐름을 좌우할 변수로는 △대출규제 △금리 △공급량 △가계부채 △입주량 등이 꼽힌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전국 주택가격(아파트, 단독주택 포함)이 0.4%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2012년(-1.4%) 이후 7년 만의 하락 전망이다. 서울(1.1%)과 수도권(0.2%)은 소폭 오름세를 이어가나 지방(-0.9%)이 하락하면서 시장 전체 가격 상승세가 꺾인다는 분석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정부의 주택 관련 대출규제 강화와 수요관리 정책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라며 “입주물량 누적과 거래 감소로 주택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은 지난해보다 상승률은 둔화하겠지만 하락 국면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내 신축 아파트는 소폭의 가격 오름세가 이어질 전망이고 실수요자들은 기존 아파트보다 저렴하게 분양되는 신규 청약시장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재건축단지를 비롯해 분당, 평촌, 광명, 과천 등 수도권 지역은 지난해 급등한 가격에 대한 피로감과 규제 영향에 따른 매물잠김 현상이 맞물려 가격이 소폭 하향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지방 주택시장은 새해 전망도 암울하다. 부동산114는 올해 전국 아파트 공급 예상 물량을 지난해(35~36가구)보다 많은 약 40만가구로 추산했다. 지방을 중심으로 공급과잉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02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4000가구 증가했다. 지방 미분양 물량이 5만3823가구에 달한다. 준공 후 1년이 지나도 주인을 찾지 못한 ‘악성 미분양’ 물량도 지방에만 1만3000가구 이상 몰려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지방에서도 특별한 개발 호재가 없는 지역은 공급과잉 리스크와 지역 기반의 산업 침체가 맞물려 가격하락 폭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시장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이주 수요에 따른 국지적 가격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아파트값이 지난해보다 떨어질 것이란 심리가 확산하고 무주택자에게 유리해진 분양시장 진입을 노리는 수요자들이 전세를 선호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방은 기존에 쌓인 전세물량에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가 더해져 전셋값이 더 떨어질 전망이다. 특히 미분양 물량이 많은 충청·경상권은 ‘역전세난’ 우려도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올해 부동산 시장 둔화 국면에서도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의 주택시장 가격 격차가 더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격하락 압력이 큰 부산 등 지방 대도시에선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3기 신도시의 주택시장 영향에 대해선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과천과 하남을 제외하면 교통 등 입지 여건이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기에 열악하고, 인접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실수요 중심으로 주택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도 서울, 수도권과 지방 등 지역별로 시장 상황이 다른 만큼 균형감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