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황만기 서초 아이누리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

2018. 11. 2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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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적 숙취 해소법과 스마트 음주법
황만기 서초 아이누리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

각종 송년회 모임과 술자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말이 다가온다. 매일 과도하게 마시게 되는 술을 이기지 못해서 숙취로 고생하는 사람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가임기 여성분들의 과도하고 잦은 음주가 사회 문제로까지 제기되기도 하는 요즘이다. 술 이기는 장사는 없다고 하지만, 술의 부작용을 크게 줄여주는 한의학적인 지혜는 있다. 한의학적 숙취 해소법으로 이번 연말을 대비해 보면 어떨까?

한의학에서는 열(熱)과 독(毒)이 숙취의 원인이라고 보았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술은 대열(大熱)하고 대독(大毒)하다. 심한 추위에 바닷물이 얼어도 오직 술은 결빙되지 않는데 이것은 술의 열성 때문이다. 술을 마시면 정신이 혼란해 사람의 본성을 바꾸는데 이것은 술의 독성 때문’이라고 기재돼 있다.

‘숙취(宿醉)’란 술에 몹시 취한 후 하루 이상 지속되는 특이한 불쾌감이나 작업 능력 감소 상태를 말한다. 아세트알데하이드(acetaldehyde)를 포함한 대사 과정 중의 노폐물이 완전히 우리 몸 밖으로 배설되기 전까지 우리가 힘들게 경험하는 것들을 흔히 숙취라고 부른다.
폭탄주와 같이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시거나 단숨에 원샷 방식으로 술을 들이키는 것은 빠른 시간 내에 혈중 알코올 농도를 높여서 더욱 해독이 힘들어진다. 주로 얼굴이 붉어지고 구역감, 구토, 두통, 갈증, 어지러움, 근육통 등의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영혼을 쥐어짜는 고통으로 다가오다 보니 많은 사람들은 빨리 숙취가 해소되기를 원하고, 시중에는 다양한 종류의 숙취 해소 음료들이 판매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숙취를 주적(酒積)이라 했고, 과음하게 돼 숙취 쌓인 정도가 몸의 질병을 유발할 수준으로 심한 상태를 주독(酒毒)이라 표현했다. 술을 독이라고 해석한 관점을 현대의학적으로 풀어보자면 알코올 인체대사과정에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가 인체 발암 가능 물질이라는 개념과도 상통한다. 또한 술로 인한 병리적 상태를 주상(酒傷)이라고 했는데, 숙취를 해소하는 한의학적 치료법으로 술의 ‘열성’과 ‘독성’을 푸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 치료 방법으로는 땀과 소변으로 술의 독성을 신속하게 배출하게 하고, 술로 인해 손상된 위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독을 몸에서 빼주는 3가지 한의학적 방법으로는 발한(發汗), 해갈(解渴), 리소변(利小便) 등이 있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20%는 위(胃)에서 80%는 소장(小腸)에서 흡수된 다음 간문맥을 통해서 간으로 들어간다. 유독 물질인 알코올이 간으로 들어오면 인체에서는 즉시 해독(解毒)작용을 위해 알코올 분해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대사 산물 중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숙취를 유발하는 주요 화학물질로 생각되고 있다.

국내 유통되는 대부분의 숙취해소 음료는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를 촉진하기 위해 개발됐지만, 아쉽게도 제대로 된 임상 시험으로까지 그 의학적 효능이 제대로 충분하게 확인된 것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똑같은 숙취해소 음료를 마시고도 효과 면에서는 개개인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다. 이는 아세트알데하이드 뿐만 아니라 마시는 술의 종류에 따라 함유되는 착향료, 음주 후 숙면시간, 음주 시 발생되는 탈수 정도, 음주 중 섭취한 음식과 흡연 여부까지 매우 많은 요인들이 숙취에 관여하고, 숙취의 정도도 개개인에 따라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전적으로 부모님에게서 높은 알코올 분해 능력을 물려받은 사람이 아니라면 숙취를 유발하지 않도록 하는 스마트 음주법이 꼭 필요하다.
알코올 흡수를 줄이기 위해서 우유나 고단백질 그리고 비타민 B1(티아민 thiamin)이 풍부한 음식(돼지고기, 해바라기씨, 감자, 완두콩, 아스파라거스, 육류의 내장, 땅콩, 버섯, 수박)과 당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B2도 매우 도움이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청국장(한의학에서는 청국장을 향시(香豉) 또는 담두시(淡豆豉)라고 불렀다)이다. 청국장에 풍부한 비타민 B2는 알코올 분해를 촉진시켜 숙취 해소에 최고이고, 청국장 1g당 10억 마리 이상의 유익균이 생성된다. 이를 통해 인체에 유익한 각종 효소가 대량 생성된다. 하지만 청국장은 우리가 흔히 먹듯이 5분만 끓이게 되면 유익한 성분이 다량 파괴된다. 따라서 청국장의 이러한 효과를 기대한다면 생청국장 가루를 그냥 매일 아침 조금씩 복용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콩나물 뿌리에 다량 함유된 아스파라긴산이 많이 함유된 콩나물국이나 간을 보호하는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체내 독소와 노폐물을 배출해주는 북엇국, 그리고 기름기가 적고 단백질이 풍부해 간의 해독 능력을 도와주는 복국이 숙취 해소에 실제적인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바나나(칼슘과 마그네슘이 천연 제산제 역할을 하며, 위산을 중화시켜 속을 편하게 한다. 특히 음주 후 구토가 많은 분들에게 특히 바나나가 좋다), 배(숙취 갈증 해소 효과가 탁월하고, 아스파라긴산 함유돼 간을 보호한다), 오이(철분과 칼슘이 풍부해서 숙취에 좋으며, 오이의 차가운 성질이 허열을 완화시킨다. 수분 함량도 높아서 소변을 통해 주독을 빼준다)도 추천할 수 있다.

한방차로는 따듯한 칡차, 생강차, 유자차 등이 좋다. 갈근(葛根, 칡뿌리)에 있는 푸에라린(puerarin)이라는 성분은 독성이 강한 아세트알데히드 분해를 촉진하고 간장도 보호한다. 알코올 금단 현상에 따른 불안 증상도 개선해 주고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효과도 있다는 과학적인 논문 실험 결과도 있다.

사실 무엇보다도 최고의 숙취 해소 음료인 ‘물’을 충분히 많이 마셔야 한다. 물은 탈수를 막고 알코올 분해를 돕는다. 술을 많이 마시면 자주 화장실 신세를 지게 돼 수분을 대량으로 배설하고 탈수 현상이 생긴다. 이 탈수 현상은 혈중 알코올 농도도 올리지만 주요한 숙취의 원인이 된다. 체내에 수분이 부족하면 기도나 점막에 있던 수분이 알코올과 함께 증발돼 갈증이 생기고 술 냄새가 심하게 난다.

기운이 없고 구역질과 근육통이 생긴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서 물을 많이 마시게 되면 포만감으로 술을 적게 마시게 되고, 알코올 농도가 희석돼 위장에 부담도 적다. 간에서 알코올 분해를 더 용이하게도 한다. 또한 소변으로 알코올이 몸 밖으로 많이 빠져 나가게 된다. 그리고 알코올 분해과정 중 소모된 포도당을 보충해 주기 위해서 꿀물을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술을 마시면 몸이 산성화되면서 급속하게 혈당이 떨어지는데, 꿀 안에 들어있는 질 높은 당분이 혈당을 조절해주기 때문이다.

술은 혈액순환을 돕고 근심을 잊게 해주는 좋은 면도 있다. 하지만 자주 과음을 하게 돼 독성 물질이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계속해서 축적되면 간질환 외에도 치매, 뇌병증, 확장성 심근증, 췌장염, 태아기형 등 다양한 질병을 유발한다.

잦은 음주로부터의 악영향을 최소화시키고 숙취를 최대한 해소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한약 처방으로는 ‘대금음자(對金飮子)’와 ‘갈화해성탕(葛花解醒湯)’이 있다. ‘대금음자’는 상복부에 팽만감이 있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배가 아프며, 입이 말라 끈적거릴 때, 속이 좋지 않고 구토를 하거나 설사를 할 때, 팔다리가 무거운 증상을 치료한다.

‘갈화해성탕’도 과음 후 구토 증상이 있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하며,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흉부가 막힌 것 같고, 손발이 떨리며, 식사량이 감소하고, 소변을 시원하게 보지 못하는 증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필자의 건강한 음주를 위한 생활 비법을 공개하겠다.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일단 술을 마시기 전에 녹차를 몇 잔 마실 것을 권한다. 녹차에 포함된 카테킨(catechin)은 알코올의 흡수를 억제하며, 위 점막을 보호하고 소화를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 또 녹차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이뇨(利尿) 작용을 통해 알코올의 배설에 도움을 준다.
그리고 술 마신 다음날 아침에 토마토 주스를 마시는 것도 아주 좋다. 토마토의 수용성 부분에는 당질이나 알라닌·글루타민 등 아미노산이 포함돼 있는데 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알코올 분해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또한 토마토의 라이코펜 성분이 알코올 독성을 완화시켜 주므로 숙취를 해소하는 데 토마토 주스를 능가하는 음료가 없다고 할 수도 있을 정도이다.
숙취 해소는 결국 만성 질병 예방이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미리미리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황만기 서초 아이누리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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