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 들여다본 닛코의 속살

이상기 2018. 11. 27. 09: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닛코까지 조선시대통신사 길을 찾다 ③] 오쿠닛코(奧日光)

[오마이뉴스 이상기 기자]

레이헤이시(例幣使) 가도를 따라 닛코로
 
 호텔 벽의 "마상소년"시
ⓒ 이상기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좋아졌다. 오늘 닛코 국립공원을 관광해야 하는데 천만다행이다. 호텔을 나오면서 벽에서 눈에 띄는 한시(漢詩)를 볼 수 있었다. 처음 보는 시인지라 자료를 통해 확인해 보니 다테 마사무네(伊達政宗: 1567~1636)의 오언절구다.
다테 마사무네는 와카(和歌)에 정통한 무장으로, 임진왜란에도 참전하고 전후 도쿠가와와 그 일가에게 충성한 인물이다. 시바 료타로(司馬遼太?)는 그에 관한 단편소설 <말타고 소년시절을 보내다>(馬上少年過ぐ)를 쓰기도 했다.
 
말 타고 소년시절을 보냈더니          馬上少年過
세상을 평정하고 백발이 되었더라.   世平白?多
쇠잔한 몸은 하늘이 준 거지만         殘軀天所赦
이 또한 즐거움 아니겠는가?            不樂是如何
 
 레이헤이시 가도
ⓒ 이상기
  
카누마(鹿沼)의 호텔을 나온 버스는 기타카누마(北鹿沼) 지역에서 레이헤이시 가도로 들어선다. 레이헤이시는 닛코에 도쿠가와 이에야스 사당이 조성된 후 이곳에 폐백(幣帛)을 바치러 간 칙사를 말한다.

이들은 도쿄에서 닛코로 갈 때 도치기, 카누마를 거쳐 닛코로 들어갔다. 이 가도에는 길 양쪽으로 삼나무(杉木)가 심어져 있어 운치가 있다. 또 길의 폭이 좁아 대형버스는 운행이 제한된다. 우리는 중형버스를 타고 오사와(大澤)까지 이 길을 따라간다.

우리는 도사와(土澤) 나들목에서 고속도로로 들어서 이마이치(今市)와 닛코를 지나 주젠지호(中禪寺湖) 쪽으로 올라간다. 기요다키(淸?) 나들목에서 나온 버스는 120번 도로로 들어서 산길을 따라간다.

주변에 가을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닛코 도요가와이나리(豊川稻荷)신사를 지나자 일방통행도로가 나타난다. 일본은 좌측통행이어서 왼쪽 다이니이로하자카(第二いろは坂)로 들어선다.
 
 오쿠니코로 가는 길
ⓒ 이상기
  
이로하자카는 오르는 다이니이로하자카가 20구비, 내려가는 다이이치이로하자카(第一いろは坂)가 28구비로 도합 48구비다.
오르는 길에 아케치다이라(明智平)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는 닛코 산나이(山內)지역과 난타이산(男體山) 등 닛코 국립공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해발 530m의 닛코 산나이에서 이로하자카를 통해 해발 1,272m 주젠지 호수에 이르는 데는 15분 정도 걸린다.
 
주젠지호 지나 오쿠니코로
 
 주젠지호와 후타라산신사
ⓒ 이상기
   
주젠지호 입구에는 후타라산신사가 있고 주젠지가 있다. 우리는 주젠지 쪽은 나중에 보기로 하고 120번 도로를 따라 오쿠니코로 향한다. 오쿠니코는 입구의 주구시(中宮祠) 지역과 안쪽의 유모토(湯元) 지역으로 이뤄져 있다. 

오쿠니코 상주인구는 900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산악온천관광지여서 사시사철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길 왼쪽으로 주젠지호가 있고 오른쪽으로 난타이산이 있다. 그러므로 길은 아야메(菖蒲)까지 주젠지호를 따라 이어진다.

이곳에서부터 길은 센조가하라(戰場ケ原)와 유노코(湯ノ湖)를 지나 산속으로 이어진다. 이 길을 계속 가면 시라네산(白根山: 2,578m)을 넘어 군마현에 이르게 된다. 센조가하라는 해발 1400m 높이에 형성된 400ha 정도 넓이의 고원이다. 그 중 174.68ha의 고원습지가 주변 유노호(湯ノ湖) 지역과 함께 람사르 협약의 보호를 받는 습지로 등록되었다. 이곳은 여름 자연관찰 트레킹 장소로 유명하지만, 우리는 차장으로 그곳을 지나가면서 본다.
 
 센조가하라
ⓒ 이상기
  
전설에 의하면 이곳 센조가하라에서 시모노쿠니 난타이산 산신인 후타라와 우에노쿠니(上野國) 아카기산(赤城山) 산신인 아카기가 주젠지호를 차지하기 위해 큰 싸움을 벌였다.
후타라신은 큰 뱀으로 변했고, 아카기신은 큰 지네로 변해 싸움을 벌였는데, 후타라신이 이겨 주젠지호를 차지하게 됐다고 한다. 센조가하라의 남쪽에 아카누마(赤沼)가 있고, 북쪽에 이즈미야도이케(泉門池)가 있다. 120번 도로는 센조가하라를 우회해 유타키(湯?)에 이른다.
 
유노호(湯ノ湖) 아래 유타키 올려다보기 
 
 유다키(폭포)
ⓒ 이상기
  
유타키는 유노호 하류의 물이 큰 낙차로 떨어지며 만들어진 폭포다. 높이는 50m나 되며 위에서 아래로 넓어지는 형태다. 아래쪽 가장 넓은 곳은 폭이 25m에 이른다. 폭포를 보기 위해서는 관폭대로 불리는 목조다리를 지나가야 한다. 다리 건너 폭포 아래로 내려가면 폭포수에 발을 담글 수도 있다.

그러나 폭포와 조망하는 지점이 너무 가까워 장관을 보기는 어렵다. 유타키는 케곤노다키(華嚴の?), 류즈노다키(龍頭の?)와 함께 오쿠닛코 3대 폭포로 유명하다.

유노호 상류에는 닛코 유모토(湯元)온천이 있고, 그 일대 여기저기서 온천수가 솟아나 온천영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유타키 주변은 봄에 철쭉 가을에 단풍으로 유명하다. 유타키에서 떨어진 물은 유가와(湯川)가 되어 고원습지인 센조가하라 지역을 흐른다. 이곳에서 코다키(小?)를 거쳐 아카누마(赤沼)까지 이어지는 5.2㎞의 유가와 자연보도가 만들어져 있다.
 
 은어 구이
ⓒ 이상기
  
유가와의 수질은 환경기준에 따른 BOD가 1.0mg/ℓ로 1급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낚시를 통해 은어, 송어 등이 잡히고 있다. 송어는 양식이 가능하지만 은어는 양식할 수 없어 더 귀한 어종으로 대접받고 있다.
마침 휴게소에서 숯불에 굽는 은어를 볼 수 있었다. 숯불에 직접 올리는 방식이 아니고, 막대에 은어를 꽂아 숯불 주변에 세워놓는 방식이었다. 시간이 가면서 서서히 익어가는 은어를 보면서 휴게소를 나왔다.
 
주젠지호와 난타이산 이야기
 
 주젠지호와 난타이산
ⓒ 이상기
  
유가와를 흐르는 물은 하류에 이르러 류즈노다키 폭포를 이루고 아야메가하마에서 주젠지호로 흘러 들어간다. 주젠지호는 수심이 172m, 둘레가 28㎞나 되는 큰 호수다. 주젠지호는 2만 년전 난타이산의 분화로 생긴 자연호수다. 호수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주위를 걷거나 유람선을 타야 한다. 주변 25㎞의 트레킹 코스를 9시잔 정도면 돌 수 있다고 한다. 유람선은 후나노에키(船の驛)에서 출발하며 1시간 정도면 한 바퀴 돌 수 있다.
주젠지호는 이웃하고 있는 난타이산과 짝을 이루고 있다. 그것은 호수에 비치는 난타이산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기 때문이다. 난타이산은 해발 2486m로 일본의 100명산 중 하나다. 주젠지호로부터의 높이는 1200m 정도 된다. 그래선지 그렇게 험해 보이지 않는다. 산 정상에는 직경 1㎞의 분화구가 있다고 한다. 난타이산 등산은 5월 5일부터 10월 25일까지 가능하다.
 
 난타이산 등산기점인 주구시: 오른쪽으로 등정기점을 알리는 표지석이 있다.
ⓒ 이상기
  
등산 출발점은 난타이산 남쪽 주구시다.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3시간 30분, 내려오는데 2시간 30분, 도합 6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다고 한다. 주구시에서 입산요금을 지불하면 안전을 기원하는 부적을 받을 수 있다.

조금 올라가면 요배소(遙拜所)가 나오고 이곳에서 산 정상을 향해 절을 한다. 3부 능선부터 4부 능선까지는 산을 오르는 도로와 만나게 된다. 4부 능선에는 석조 도리이(石鳥居)가 있어 신성한 영역으로 들어감을 알린다.

8부 능선에 다키노오(?尾)신사가 있고, 정상 가까이에 후타라산신사 오미야(奧宮)가 있다. 오미야에는 대신상(大神像)이 있다고 한다. 2015년에는 오미야의 검(劍)을 세우기도 했다. 그리고 오미야 옆에 타로산(太郞山)신사도 있다. 구카이(空海)대사가 남긴 <성령집>(性?集)에 따르면 난타이산 정상에 오른 최초의 사람은 쇼도쇼닌(勝道上人)이다.
 
 주젠지(中禪寺)
ⓒ 이상기
  
쇼됴쇼닌(勝道上人)은 782년 이곳 난타이산에 불교를 들여왔고, 784년 산과 호숫가에 절을 지었다고 한다. 그 절이 현재 후타라산신사 자리에 있던 진구지(神宮寺)로 주젠지의 전신이다.

이곳에는 나무로 만든 천수관음이 모셔져 관음신앙의 본산지가 됐다. 쇼도쇼닌은 817년 세상을 떠났고, 그의 유골 일부가 호수의 섬 우에노시마(上野島)에 묻혔다고 한다. 주젠지는 불교와 신도가 분리되면서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다.

매년 8월 4일에는 쇼넨쇼닌이 머물던 땅을 배를 타고 순례하는 후나젠지유(船?頂) 행사가 열린다. 그러나 관광객은 주젠지호를 매일 운행하는 유람선을 탈 수 있다. 유람선은 겨울철을 제외한 4월 중순부터 11월 30일까지 7개월 보름 정도 운행한다. 호수를 일주하는 데 공식적으로 55분이 걸린다. 요금은 구간에 따라 160엔부터 1500엔까지 다양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