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김포공항 주차요금 탓?..인근 도로까지 차밀려
당시는 자동차가 많지 않던 시절입니다. 인구 5000명당 한대 정도였는데요. 참고로 현재는 지난 6월 기준으로 인구 2.3명당 한대 수준이니 자동차가 엄청나게 증가한 셈입니다.
이후 갈수록 차량이 늘어나면서 도심이나 특정 시설물 등에는 주차공간이 많이 필요해졌고, 이에 따라 곳곳에 주차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했는데요. 90년대 들어서는 자동차 보유 대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교통 정책의 방향도 통행량 억제 쪽으로 비중이 옮겨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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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혼잡통행료로 교통량 억제
도심이나 특정 시설로 들어오는 차량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기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두 가지가 대표적으로 거론됩니다. 첫 번째가 도심혼잡통행료를 받는 겁니다.
국내에서는 이보다 앞선 1996년 서울시가 남산 1·3호 터널에서 혼잡통행료를 받기 시작했는데요. 통행료가 2000원으로 런던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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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주차공간 적고 비싼 주차비
또 한가지 방식은 바로 주차관리입니다. 도심이나 특정 시설물의 주차공간을 축소하고, 요금도 대폭 올려서 아예 자가용을 가지고 올 엄두를 못 내게 하는 건데요.
최근 국내에서 이 같은 주차관리 기법을 활용하려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김포공항인데요. 현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와 가장 가까운 '국내선 1주차장'은 1년 365일 중에 240일가량이 만차(滿車) 입니다. 연중 3분 2는 주차할 자리가 한 곳도 없다는 의미인데요.
김포공항, 만성적인 주차난에 고민
주중 요금만 따지면 인천공항(2만 4000원)은 물론 인근 김포 롯데몰(2만 5000원), 서울지하철 5호선 개화산역(2만 8800원)보다 훨씬 저렴한데요. 이렇게 싸다 보니 '나 홀로 차량'으로 와서 2~3일간 주차해놓고 지방에 다녀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주변보다 훨씬 싼 주차 요금이 원인
실제로 공항공사에서 지난 4월 16일부터 한 달간 주차 실태를 조사해봤더니 국내선 1주차장은 한 달 중 무려 28일 동안 만차를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목요일부터 장기주차 차량이 늘어 토요일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패턴이라고 합니다.
또 3일(72시간) 이상 주차하는 차량의 비율은 국내선 주차장의 경우 22~39%에 달하고, 전체 주차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70%를 훌쩍 넘는 수준이었는데요. 이 때문에 주차 공간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생긴다는 겁니다.
그러다 2004년에는 아예 주말도 1만원으로 내렸습니다. 이후 급증하는 주차장 혼잡을 막기 위해 2년 전에 현재의 수준으로 요금을 올렸지만, 여전히 저렴한 편이어서 그리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주차비 30% 올려 교통량 감소 추진
그래서 김포공항에서는 몇 가지 방안을 병행해서 추진하려고 합니다. 우선 400면 규모로 주차빌딩을 하나 신축하고, 각종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차량을 미리 데이터에 입력해 주차요금 정산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걸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주차요금을 현재보다 30%가량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 중입니다. 주중에는 2만원, 주말엔 3만원을 받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주차수요는 6~10% 정도가 줄어들고, 공항 인근 남부순환로의 통행량도 2% 넘게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공항공사 측의 예상입니다.
교통 전문가들도 대체로 이런 방안에 공감합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성낙문 종합교통본부장은 "김포공항은 기본적으로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이 잘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많이 이용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주차요금은 너무 낮기 때문에 주차요금을 올려서 수요관리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김황배 남서울대 교수도 "김포공항의 주차난으로 인해 가뜩이나 혼잡한 주변 도로가 더 정체를 빚는 상황이 생겨서는 안 된다"며 요금 인상 필요성을 인정합니다.
전문가 "요금 인상, 불편 해소 병행"
물론 주차 요금 인상과 함께 이용객들의 불편을 덜어주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주차 요금을 올려서 교통량을 줄이는 방향은 맞지만, 김포공항의 경우 지하철역에서 국내선이나 국제선 터미널까지 이동하는 동선이 너무 길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김포공항 이용객들이 무거운 여행 가방 등을 들고 이 긴 거리를 이동하는 불편을 최대한 덜어줄 수 있는 보완책을 함께 마련해야만 불만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주차요금을 올리자고 하면 당장 반발도 적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주차난과 이에 따른 주변 교통체증을 더 이상 감내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요. 김포공항이 이런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해 좀 더 이용이 편리한 공항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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