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영의 글로벌 인사이트] 미국은 내년 무인택시 .. 한국은 여전히 20세기 택시· 자동차 정책

박현영 2018. 10. 25.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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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차량 공유, 자율주행
자동차, 소유물서 서비스로 진화
세계 각국 교통혁명 적극 나서
한국, 공유서비스 원칙적 금지
자율차 공공도로 시험 운행도 제한
규제가 신기술·신사업 길 막아

한국의 교통수단은 1970년대 이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자가용 차량 이용이 과거보다 늘었다는 점 외에는 버스와 택시, 지하철을 이용하는 행태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

하지만 해외에 나가면 세상이 얼마나 바뀌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도시, 그리고 베트남·싱가포르·인도 등 아시아 국가까지 우버·리프트·그랩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가 일상화돼 있다.

이동하는 방식만큼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정책을 펴는 나라 중 하나다. 관련 법은 차량 공유 서비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출퇴근 시간에 허용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택시 업계와의 갈등으로 활성화되지 못 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 출범을 위해 운전자를 모집하자 택시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차량 공유 규제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부터 정보기술(IT) 대기업과 스타트업 등 다양한 기업들이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독일 자동차 부품회사 콘티넨털이 자체 개발한 고속도로 자율주행 프로그램으로 차량을 운행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교통 정책 가장 폐쇄적인 한국

‘우물 안’ 한국에서는 실감하기 어렵지만 세계는 지금 교통 혁명 중이다. 이동 방식에서 거대한 변화가 일고 있다. 그 핵심에는 자동차를 개개인이 ‘소유’하는 현상이 줄어들고, 교통수단의 하나로 ‘이용’ 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동을 서비스로 보자는 의미에서 ‘모빌리티 서비스(Mobility as a Service)’로 부른다. 전기자동차와 차량 공유, 그리고 자율주행 기술이 각각 진화하면서 결국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데, 이때쯤에는 자동차를 소유물이 아닌 서비스로 인식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모빌리티 서비스 선두에 있는 기업은 미국 차량 공유 업체 우버다. 세계 65개국 600여개 도시에서 하루 평균 1300만 명을 실어 나른다. 최근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로부터 기업가치를 1200억 달러(약 135조원)로 평가받았다. 2015년 4조원에서 3년 만에 30배 이상 커졌다.

차량 공유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폭발적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아 주요 국가 중 한국과 일본은 개인 승용차를 활용한 우버의 차량 공유 서비스를 불허하고 있다. 자국의 택시산업 보호가 가장 큰 이유다.

최근 우버는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와 애리조나주 피닉스 일부 지역에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우버 앱으로 차량을 호출한 승객은 일반차량과 자율주행차 중에 선택해서 탑승한다. 돌발 상황에 대비해 우버 엔지니어가 동승한다. 움푹 팬 도로나 차선이 임시로 변경된 구간을 제외하고는 사람의 운전 솜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탑승자들의 경험담이다.

우버는 볼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구입해 자율주행차로 사용하기로 했다. [AP=연합뉴스]

올해 웨이모, 내년 GM 자율주행차 상용화

알파벳(옛 구글) 자회사인 자율주행 전문기업 웨이모는 우버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갔다. 피닉스시 외곽 챈들러에서 자율주행 미니밴을 시험 운행 중인데, 만약을 대비한 안전요원도 탑승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웨이모는 자율주행 기술력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안에 자율주행차 공유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카메라와 각종 센서로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한다.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예비로 탑승한 운전자가 자율주행 기능을 중단시키고 개입해 차량을 통제한다. 이를 ‘해제(disengagement)’ 또는 오류라고 부른다.

해제율은 기업 간 자율주행 기술 완성도를 비교할 수 있는 지표다. 2016년 12월부터 1년간 캘리포니아주의 공공 도로를 달린 자율주행차 가운데 웨이모의 해제율이 가장 낮았다. 주행 거리 1000마일(약 1609㎞)당 해제율은 0.2%였다.

르노닛산은 4.8%, 제너럴모터스(GM)의 크루즈는 5.7%로 뒤를 이었다. 웨이모는 1년간 주행거리도 56만7364㎞로 가장 길었다. 크루즈(2만9800㎞)·르노닛산(8057㎞)·바이두(3172㎞)를 압도했다.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도 모빌리티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GM이 인수한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크루즈는 내년부터 미국 주요 도시에서 로보택시(robotaxi·자율주행 택시) 2500대를 투입해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여러 차례 밝혔다.

크루즈는 운전대와 페달조차 없는 쉐보레 볼트 전기차를 투입해 좁고 복잡한 샌프란시스코 도로에서 시험 주행하며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우버와 웨이모가 날씨가 맑고 도로가 한가한 피닉스 지역에서 주행 시험하는 것과 대조된다. 카일 보트 크루즈 최고경영자(CEO)는 “인구 밀도가 높은 환경에서 시험 주행하면 자동차가 돌발 상황에 더 많이 노출돼 더 빨리 학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컴퓨터 시각 기술과 머신 러닝 시스템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자율주행차 기술에서 급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빨리 올 수 있다는 의미다.

투자은행 UBS의 데이비드 레스네 애널리스트는 “2025년 이후 로보택시가 빠르게 확산하고, 2035년 이후에는 이 서비스가 제공되는 도시의 경우 인구의 80%가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자동차·배기가스·교통사고 감소”

다른 보고서들도 비슷한 전망을 한다. 경영컨설팅 기업 BCG는 2030년이면 미국 전역의 승객 이동 거리의 4분의 1을 자율주행 공유 차량이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내 도로에서 자동차 수가 60% 줄고, 배기가스 배출은 80% 감소하며, 교통사고는 90%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해마다 세계에서 125만 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특히 15~29세 인구의 사망 원인 1위가 교통사고다.

자율주행차는 ‘초인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사람보다 반응 속도가 빠르다. 위급 상황에서 사람이 브레이크를 밟는데 1초 안팎이 걸리는 데 비해 자율주행차는 0.001초가 채 안 걸린다. 이 때문에 전통 자동차 업체 가운데 자율주행 부문에서 앞서고 있는 GM의 메리 바라 CEO는 자율주행차가 “교통사고 제로, 배출가스 제로, 교통 체증 제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목할 점은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자동차 소유가 확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BCG의 니콜라우스 랭 모빌리티 부문 책임자는 “자율주행차의 절반은 로보택시 형태로 이용될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차량 소유 비중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렌즈 등 핵심 부품이 아직은 비싸기 때문에 개인이 소유하기엔 차 값이 너무 고가인 게 주 요인이다. 하지만 차량 운행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로보택시 기업은 투자할 수 있다.

BCG는 “자율주행차와 차량 공유의 결합은 한 세기만에 자동차 업계에 닥친 가장 큰 도전과제”라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자율주행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파트너십을 맺거나 자체 서비스를 개발하는 방법으로 모빌리티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차량 소유가 선택으로 바뀌는 자율주행차 시대에 자동차 업체들은 자동차가 아닌 ‘이동 서비스(ride)’를 팔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30년, 개인 승용차 수 절반으로 줄어”

UBS는 2030년께 세계 주요 도시에서 개인이 소유한 차량 수가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가뜩이나 자동차 소유에 대한 관심이 기성세대보다 적은데, 차량 공유와 자율주행 기술이 맞물리면서 차량 소유를 기피하는 현상은 더욱 가속할 전망이다.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는 2030년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 수익 규모(2200억 유로)가 자동차 제조업(1220억 유로)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너도나도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으로 뛰어드는 이유다.

물론 자율주행차 시대에도 자동차 대량 생산 수요는 여전히 남는다. 다만, 누구와 파트너십을 맺고 어떤 플랫폼과 생태계에 몸을 담느냐가 제조업체의 생존과 깊이 연관된다.

액센추어는 모빌리티 서비스 시대에 전통적인 제조업체가 선택할 수 있는 사업 기회로 ▶럭셔리 자동차 제조 ▶자율주행차 제조 ▶자율주행차 제조 및 운행 서비스 ▶차량 공유 서비스 ▶기존 교통수단과 자율주행차를 연결하는 통합 교통 서비스 회사로의 변신을 꼽았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는 계속해서 운전의 맛을 느끼길 원하는 소수의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프리미엄 또는 럭셔리 자동차를 만드는 경우에만 살아 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보자. 국내에서는 차량 공유 서비스가 막혀 있다. 자율주행차의 공공 도로 시험 운행도 제한돼 있다. 자동차와 그것을 이용하는 방식이 100여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겪는 이때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노하우와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길이 닫힌 셈이다.

그렇다고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해외 모빌리티 서비스 네트워크에서 안정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생산량 기준 세계 6위(2017년) 자동차 대국인 한국의 자동차 관련 산업의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

박현영 글로벌경제팀장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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