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르는 일본 스타트업-정부 대신 민간 주도로 벤처생태계 '활황' 대기업 상생·빠른 IPO로 스타트업 '날개'

노승욱 2018. 10. 1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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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6일 일본 도쿄 동북부 외곽의 카시와노하캠퍼스. 도쿄대 공대가 위치해 이름 붙은 이곳은 도쿄 중심부에서 30㎞ 이상 떨어진 변두리지만 최근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 중 한 곳이다. 10여년 전 인구 1000명에 불과했던 작은 마을이 이제는 1만명이 사는 수도권 위성도시가 됐다. 우에노까지 20여분 만에 연결되는 특급열차(쓰쿠바익스프레스)가 신설되고 대형 쇼핑몰과 병원·호텔·도서관 등 각종 인프라가 구축된 덕분이다. 최근에는 벤처기업들이 속속 둥지를 틀면서 ‘자족 가능한 스마트시티’로 탈바꿈하고 있다. 2023년 인구를 2만6000명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3~4년 전만 해도 인구가 많지 않았는데 최근 눈에 띄게 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한국의 판교처럼 벤처 도시가 돼가고 있어요. 주민들은 전기차를 렌트해서 타고 다니고, 벤처타운 내 공유 오피스에 와서 일을 하기도 하죠. 일본 정부가 벤처를 장려하고는 있지만 특히 대기업 주도로 벤처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일본 빅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풀러’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근무하는 김영빈 씨의 설명이다.

일본에서 벤처 열기가 소리 없이 뜨겁다. 지난해 일본 내 총 벤처투자 금액은 2791억엔(약 2조8000억원).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약 2조4000억원이 투자됐다. 경제 규모에 비하면 우리만 못 한 듯하지만 성장 속도가 남다르다. 2012년 대비 지난해 벤처투자 금액 증가율은 430%에 달한다. 지난해 일본벤처캐피털협회(JVCA) 회원사는 67곳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정년 보장과 완전고용 상태를 자랑하는 일본에서 벤처 창업은 청년실업의 도피처도, 정부의 ‘눈먼 돈 따먹기’도 아니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창업 대신 취업이란 안전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일본에서 벤처붐이 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일본에서의 핫한 벤처 사례를 통해 일본 벤처 생태계에서 한국이 벤치마킹할 만한 점이 무엇인지 찾아봤다.

▶1. 조조타운

▷기성복 가격에 맞춤복…‘조조슈트’ 혁신

조조타운은 옷을 입고 사진을 찍으면 신체 치수를 자동 측정해주는 조조슈트로 일본 패션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조조타운 홈페이지>
최근 일본의 벤처붐을 이끄는 이들은 주로 40대 초반이다. 1976년 전후로 태어나 ‘76세대’라 부른다. 일본 최대 인터넷 패션 쇼핑몰 ‘조조타운(ZOZOTOWN)’을 운영하는 조조의 마에자와 유사쿠 사장은 76세대 중에서도 괴짜로 통한다. 엘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비행선을 타고 2023년 달에 가겠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트위터에서 불만을 제기한 고객에게 “너 같은 고객은 필요 없어, 다음부터 사지 마”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를 ‘2018년 일본의 부호 50인’ 중 18위로 선정한 포브스는 그의 자산 규모를 2889억엔(약 2조9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애당초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산 마에자와 사장은 고교(와세다실업학교) 1학년 때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대신 헤비메탈, 펑크 음악에 빠져 밴드를 꾸렸다. 싱글 앨범을 낸 것이 조금씩 팔리면서 팬층이 생겼고 그는 즐겨 듣는 음악을 이따금 카탈로그로 제작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돈이 모이자 이를 밑천 삼아 록밴드가 입을 만한 옷을 잔뜩 사들여 팔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시커멓고 괴이한 그림이 그려진 옷을 파는 것이 전부였다. 1998년 얘기다.

사업 성장의 계기가 생긴 것은 2004년. 일본 대형 패션 편집숍 업체인 유나이티드애로우즈의 당시 사장이 함께 일해보자며 연락해왔다. 이후 각종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조조는 일본 최대 온라인 패션 유통업체가 됐다. 지난해 매출 984억엔, 영업이익 326억엔을 기록했다. 전 직원이 하루 6시간만 근무하며 성과급은 직급에 상관없이 동일하다.

조조는 도쿄1부에 상장돼 있다. 시가총액이 약 1조엔(약 10조원)에 달한다. 이 회사 지분 37.67%를 마에자와 사장이 보유하고 있다. 그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조조가 내로라하는 일본 백화점보다 시가총액이 큰 것은 조조가 지난해부터 전사 차원에서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옷 생산 덕분이다. 고객의 신체 치수는 조조가 자체 제작한 조조슈트와 스마트폰 앱으로 간단히 측정한다. 스마트폰 앞에서 조조슈트를 입고 한 바퀴 돌면 조조슈트가 늘어난 모양에 따라 신체 치수가 자동 측정되는 기술이다. 치수가 확인되면 정해진 디자인의 티셔츠(1200엔)와 청바지(3800엔)를 주문할 수 있다. 남성 정장은 2만4800엔 수준. 기성복 수준 가격에 맞춤복을 입을 수 있다는 게 조조타운의 가장 큰 장점이다. 몇 가지 정해진 사이즈에 사람을 맞추는 현재 패션 산업의 틀이 완전히 바뀌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 패션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세계 평화’가 꿈이라는 마에자와 사장은 “물류·생산 시스템이 개선되면 제품을 지금의 반값 이하로도 만들 수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조조슈트를 ‘옷을 물처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인프라’로 여기도록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 AKA

▷개인 맞춤형 AI로 교육 로봇 시장 평정

AKA는 인공지능(AI) 기반 로봇 전문기업이다.

먼저 ‘뮤즈(MUSE)’라는 AI 엔진을 개발한 뒤 이를 교육·헬스케어·자율주행차 등에 활용한다는 사업 로드맵을 작성했다.

현재는 1단계인 교육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게 반응이 좋다. 소프트뱅크 CNS와 손잡고 뮤즈를 탑재한 로봇 ‘뮤지오(Musio)’는 NHK, ALC, Gakken 등 일본 공영방송과 교육 전문 출판사와 협업,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확보했다. 귀여운 외관과 검증된 콘텐츠 덕분에 최근 교육용 로봇 부문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우베시, 타카시마야, 토다시 등 3개 도시의 시교육위원회 심사를 통과, 해당 지역 내 31개 학교에서 교재로 채택됐다. 이어 일본 대표 부촌 세타가야구를 비롯해 요코하마, 히로시마, 일본 교육부와도 교보재 공급계약을 논의 중이다.

뮤지오의 흥행은 때마침 일본 정부가 2020년 수능부터 영어 말하기 시험을 포함시킨 덕분이다. 원어민 강사보다 더 가성비가 좋은 교육용 로봇이 각광받은 것. 여기에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의 AI 스피커와 다른 뮤지오만의 특장점이 호평을 받았다. 인공지능 뮤즈는 사용자에 대한 ‘개인 맞춤화’가 가능하다는 게 강점이다. 가령 ‘오늘 날씨 어때?’라는 질문에 일반 AI 스피커는 맑거나 흐리다고 단순히 답하지만, 뮤즈는 그간 사용자와의 대화 이력을 기억하고 분석해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대답을 한다. 사용자가 비 오는 날씨를 좋아한다면 18가지 표현 가능한 감정을 활용, 단순 날씨 전달뿐만 아니라 “오늘 같은 날씨를 좋아한다고 했잖아”와 같이 교감이 되는 대화와 답변이 가능하다.

AKA의 다음 목표는 치매 치료용 로봇이다. 치매 환자와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환자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줄 수 있다는 기대다. 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서 치매 치료는 교육보다 훨씬 시장이 크다. AKA는 뮤즈를 자율주행차에도 탑재한다는 복안이다. 자율주행차 내 가상비서가 나를 알아주고 스스로도 성격을 가짐으로써 보다 입체적인 소통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다. 에어비앤비와 스냅에 가장 먼저 투자했던 초기 벤처 전문 투자사 ‘데이비드 리(David Lee)’를 비롯해 포메이션8, DS Assset, EOGF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00억원 넘는 투자를 유치했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대기업은 최대한 많은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가장 보편적인 스타일의 AI를 만들었다. 거대 기업은 개인화된 서비스나 감성적인 접근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또 교육, 치매 치료 등 특정 시장에는 잘 뛰어들지 않는다. AKA는 이런 전략의 차이에서 틈새시장을 발견했다. 2020년까지 연매출 500억원을 목표로 일본에서 상장하고 해외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레이먼드 정 AKA 대표의 포부다.

▶3. 원파이낸셜

▷영수증 리워드 앱…종착지는 전자지갑

원파이낸셜은 영수증 리워드 앱 ‘ONE’으로 소비 데이터를 수집, 기업에 제공한다. ‘매일 모이는 영수증을 돈으로 바꾸자’라고 쓰여 있다. <원파이낸셜 홈페이지>
일본의 최신 벤처 트렌드 중 하나는 핀테크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아직도 50%가 채 안 되는 일본은 IT와 금융을 접목한 서비스에 애로사항이 많다. 이런 불편을 사업 기회로 삼아 성공한 벤처가 ‘원파이낸셜’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구입한 후 받은 영수증을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전송하면 적게는 10엔에서 많게는 100~200엔을 주는 리워드 앱 ‘ONE’으로 대히트를 쳤다. 지난 5월 앱을 선보인 첫날, 42만명이 접속해 서버가 다운됐을 만큼 큰 반향을 얻었다. 트래픽이 감당이 안 돼 당분간 신규 회원 가입을 차단했을 정도다.

한갓 영수증 사진에 수백엔을 주는 이유는 소비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다. 신용카드 사용률이 낮고 현금 거래가 많은 일본에서는 소비 데이터 자체가 생성되기 어렵다. 자사 제품을 누가 얼마나 사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 ONE은 각 제조사가 원하는 품목의 구매 이력이 담긴 영수증을 모아서 전달하고, 이들이 낸 비용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가령 모발 관련 빅데이터를 원하는 기업은 샴푸 관련 구매 영수증을 모아달라고 하고, 인재풀을 만들려는 회사는 이직 의향이 있는 이들의 명함을 모아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한국은 신용카드 회사가 이런 데이터를 수집하지만 한계가 있다. 개인정보보호 규제 탓에 총 결제금액만 확인 가능하고 구체적 구매 목록은 알 수 없다. 가령 중국집에서 2만원을 쓴 사실은 확인돼도, 짜장면을 네 그릇 먹었는지, 탕수육을 한 그릇 먹었는지는 알 수 없다. 반면 ONE은 영수증을 직접 찍어 보내니 구매 목록과 수량, 가격도 다 나온다. 기업 입장에서는 훨씬 더 구체적인 소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영수증에는 구매 날짜, 시간, 장소, 위치, 금액, 구매자 정보 등 데이터가 상당히 많다. 정보에 맞는 고객사를 찾아 매칭해주거나 고객사가 원하는 데이터를 수집해준다. 반응이 좋아 빠르면 연내 흑자전환이 기대된다. 한국도 리워드 앱이 먼저 나왔지만 수익 모델이 광고에 국한돼 확장에 실패했다. ONE은 향후 설문조사 기능은 물론, 기프티콘 거래·기부·입금·송금·출금·별풍선 등이 모두 접목된 전자지갑 플랫폼으로 키울 생각이다. 소비자가 금융을 놀이처럼 즐길 수 있게 돕는 것이 목표다.”

정진호 원파이낸셜 CDO(Chief Design Officer)의 전언이다.

▶4.메루카리

▷‘일본판 중고나라’…시장 확대에 대박

지난 6월 19일 일본 신흥기업 거래소인 마더스는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던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미상장 스타트업) ‘메루카리’가 상장한 날이기 때문이다. 공모가 3000엔(약 3만원)으로 상장된 메루카리 주식은 장중 한때 6000엔(약 6만원)까지 폭등했다. 이날 메루카리의 시가총액은 일본 맥도날드와 비슷한 수준인 7172억엔(약 7조2300억원)을 기록했다.

메루카리는 한마디로 ‘일본판 중고나라’다. 2010년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매각한 야마다 회장은 2013년 중고용품 거래 앱 메루카리를 창업했다. 메루카리 앱 다운로드 횟수는 일본에서만 7000만건, 미국과 영국을 더하면 1억건을 넘어섰다. 지난 1년간 거래 총액은 3000억엔에 육박한다. 일본 중고거래 시장의 60%에 달하는 수치다.

메루카리의 성공은 일본의 전자상거래·중고용품 시장 활성화를 대변한다. 소비자가 신상품 대신 저렴한 중고용품을 선호하고, 구입한 상품을 깨끗이 쓰다 되팔려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며 ‘메루카리노믹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야마다 회장은 “미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없다. 아마존과 같은 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후지쯔의 신사업, 모빌리티시스템사업본부

지방 소멸에 공유택시 사업 새롭게 각광

초고령사회 일본의 골칫거리는 지방 소멸이다. 지방 인구가 갈수록 감소하니 승객 없이 텅빈 채 운행하는 버스나 택시가 많아졌다. '공기만 싣고 달린다'는 뜻에서 '에어 버스(air bus)'라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운수회사들은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노선을 없애거나 사업 철수에 나섰다. 실제 일본 버스 운행거리는 매년 1000~2000km씩 짧아지는 중이다. 그러자 지방 노인들의 '이동권 확보'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상점이나 병원을 가려 해도 이용할 만한 교통수단이 없어 곤란해진 것.

이에 일본 정부는 공조(共助)사회 구축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자가용을 활용한 공공교통 공백지 유상운송 활성화에 나섰다. 동네 주민이 서로에게 택시 기사가 되자는 게 골자다. 기사와 승객의 매칭은 NPO(비영리 법인)나 택시회사 등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단,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운수사업자의 반발로 우버가 합법화되지 않은 상태. 그러나 일본은 2002년부터 노선버스 폐지를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변경하면서 수익이 나지 않는 노선이 상당수 폐지됐다. 특히 인구가 적은 지방은 운수사업자도 이미 철수한 상태여서 반발이 적은 편이다. 이에 일본 국토교통성은 '택시요금의 1/2 범위 내의 운임 설정'과 '6개월마다 규정된 곳에서 차량 정비'를 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작성하고, 공유택시 도입시 반발하는 운수사업자가 2개월 안에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경우 합의를 형성한 것으로 인정하는 ‘합의형성’ 프로세스에 대한 핸드북도 제시했다. 2∼3년 전부터는 공공교통 공백지 유상운송 등록 및 허가업무에 관한 권한도 지자체에 권한을 위임하면서 지역의 이동권 확보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자가용 활용 장려정책을 시행중이다.

후지쯔의 MaaS(Mobility-as-a-Service) 사업부가 사업 기회를 포착한 것은 이 지점이다. 지역 내의 최소한의 차량으로 합승률을 높이면서 기사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또 공유택시 취지에 맞는 도입 설계, 서비스 수준 설정, 요금제 설계, 운행계획 및 지역교통의 베스트믹스 컨설팅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Rural(지방의) MaaS’ 신사업 발굴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후쿠시마현 다테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실증실험을 시작, 향후 인구 감소와 고령화 영향으로 올드 타운이 된 대도시 주변 신도시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젊은 시절 좋은 경치를 찾아 고지대에 터를 잡은 이들이 이제는 노인이 돼 이동이 힘들어진 경우가 대도시 지역에도 적잖다. 최근 토요타와 소프트뱅크가 MaaS서비스를 제공하는 MONET Technologies를 설립하고, 온디맨드모빌리티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과소화·고령화로 인한 지역과제를 안고 있는 지자체 곳곳에서 컨설팅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내년까지 기존 대중교통과 디맨드교통, 자가용 유상운송, 지자체 병원 셔틀버스 등을 하나로 연결한 지역모빌리티플랫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고령화와 인구절벽을 경험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머지않아 이런 MaaS사업이 각광받게 될 것이다."

온디맨드교통서비스기획·개발 및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는 김재열 동경대학 환경학박사(디맨드교통전문)의 설명이다.

인터뷰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대표

日 스타트업, B2B 많고 대기업 투자 활발

Q일본 벤처 시장의 특징과 최신 트렌드는 무엇인가.

A 벤처투자가 대기업 주도로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 건당 100억엔(약 1000억원) 넘는 대형 투자가 지난 10년간 4건 있었는데, 그중 2건이 지난해에 나왔다. 평균 투자금액도 3억엔으로, 5년 전보다 3배 늘었다. 일본 1위 인공지능 스타트업 ‘프리퍼드네트웍스’와 다케다약품공업에서 분사한 ‘스코히야빠마’가 그 주인공이다. 달 탐사를 목표로 하는 우주벤처 ‘아이스페이스’도 투자를 많이 유치했다.

일본은 부품, 소재 등 제조 부문에서 기술력이 강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우주산업, 로봇, 자동차 분야에서도 다양한 스타트업이 나오고 있다. 산업 환경도 장점이 많다. 가령 자동차 시장에는 토요타, 닛산, 혼다 등 여러 대기업이 경쟁하고 있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비교적 제값을 받고 제품을 납품할 수 있는 구조다. 이 덕분에 B2C 모델 위주인 한국과 달리 일본은 B2B 스타트업이 대부분이다.

최신 기술 트렌드에 맞게 오리가미 등 핀테크 부문, 메루카리 등 공유경제 부문 스타트업도 많다. 최근 인바운드 관광산업이 활황이어서 외국인 여행 안내와 예약을 도와주는 스타트업도 인기다. 구인난을 겪는 기업이 많아 이를 해결해주는 인공지능 스타트업도 인기다.

Q일본 벤처 산업에서 한국이 벤치마킹할 부분은.

A 대기업의 협업과 이종 업종 간 활발한 교류, 빠른 IPO(기업공개)다.

현재 일본 벤처투자를 주도하는 것은 정부가 아닌 대기업이다. 웬만한 대기업은 다 벤처캐피털 계열사(CVC)를 운영한다. 스타트업에 대한 대기업의 관심이 높으니 조금만 두각을 나타내면 성과를 낼 수 있다. 가령 지난해 일본에서 개최한 스타트업 행사에 토요타 계열 부품회사 ‘덴소’의 차장이 와서 열심히 메모하며 경청하더라. 그는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싶다”고 했고, 소개해준 회사와 계약을 맺었다. 이처럼 스마트업 행사에 대기업 투자 담당자나 사업 개발 담당자가 와서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M&A보다는 주로 협력사로서 공급계약을 맺는 식이다. 한국 대기업처럼 가격 후려치기를 하는 경우는 잘 없다.

IPO는 한국 코넥스보다도 쉬운 편이다. 당장 이익이 적어도 성장성만 인정되면 상장할 수 있다. 경제 규모에 비해 대규모 투자 유치가 적은 이유 중 하나는 IPO를 통한 자금 조달이 쉬운 때문이다.

다만 IPO 문턱이 너무 낮다 보니 너무 빨리 상장해 스타트업이 ‘조로’하는 것은 부작용으로 지적된다. IPO 난도는 한국과 일본의 중간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도쿄(일본) =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정욱 매일경제신문 도쿄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79호 (2018.10.17~10.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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