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참나무가 많아 도토리도 풍성한 산

김종성 2018. 9. 2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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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유적지·물왕 저수지를 품고 서있는 경기도 시흥시 관모산

[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울창하고 호젓해 좋은 시흥시 관모산.
ⓒ 김종성
경기도 시흥시 능곡동은 명당터로 예부터 능터를 잡았다 해서 지명이 된 동네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능곡동에 자리한 관모산은 작은 동네 뒷산이지만 시흥에서 가장 큰 물왕 저수지가 한 눈에 펼쳐지고, 선사유적공원도 품고 있다. 새로 생겨난 서해선 전철 시흥 능곡역에 내리면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선사유적공원을 산행의 들머리로 삼으면 좋다.

능곡동이 옛부터 사람살기에 좋았던 곳이라는 반증이기도 한 능곡선사유적지는 공원화하여 체험학습의 장이자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2005년 가을 능곡택지개발지에 아파트를 짓다가 발견되었다.

능곡선사유적지는 신석기시대(新石器時代)로, 농사를 본격적으로 짓기 전으로 열매 채취, 물고기 낚시, 수렵 등으로 인간이 살았던 시기다. 강가나 바닷가에 움집을 짓고 정착 생활하였고, 애니미즘·샤머니즘·토테미즘 등 원시 신앙이 발생한 시기로, 문화·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한다.
 
 관모산 들머리에 있는 능곡선사유적공원.
ⓒ 김종성
 돌계단, 나무계단이 없어 걷기 좋은 관모산.
ⓒ 김종성
능곡선사유적지공원과 자연스레 숲길이 이어지는 관모산은 대표적인 동네 뒷산이다. 반려견이나 반려묘와 함께 산책같은 산행을 하는 주민들이 흔히 보인다. 완만한 능선과 숲속 오르막길이 서너 번 이어져 운동 삼아 산행하기도 좋다. 돌계단, 나무계단이 없는 흙길이라 걸음걸음이 훨씬 편하다.
동네 사람들 외에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산이 아니다 보니 나무숲이 우거지고 햇빛을 가릴 정도로 울창하다. 게다가 정상에 오르면 물왕 저수지 풍경이 선물처럼 펼쳐진다. 인터넷 지도에는 관모산이라 적혀 있는데 산속 이정표엔 '관무산'이라고 표기돼 있어 정리가 필요해 보였다.
 도토리가 나는 참나무류가 많이 사는 관모산.
ⓒ 김종성
 산속 야생동물들의 식량 도토리.
ⓒ 김종성
관모산에는 소나무·단풍나무·밤나무보다 상수리나무·굴참나무·신갈나무·떡갈나무 등 참나무류가 훨씬 많이 산다. 나무를 알아보지 못해도 숲속 곳곳에 무수히 떨어진 귀여운 도토리를 보면 알 수 있다. 참나무류에서 도토리가 나기 때문이다. 특히 상수리나무는 도토리가 크고 맛이 좋아 수시로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다 하여 상수리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도토리는 다람쥐, 청설모 등 산속에 사는 짐승들의 귀중한 식량이기도 하다. 가을에 먹거나 저장해 놓은 도토리로 겨울을 난다. 하지만 도토리전, 도토리묵 등 인간들의 음식에 쓰이는 바람에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배낭에 한가득 주워 담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에서는 단속과 벌금을 내는 행위로, 야생동물들을 위해 도토리는 양보했으면 좋겠다. 더군다나 다람쥐가 숨겨 놓은 도토리가 발아해 다시 나무로 자라 숲을 풍요롭게 해주니 말이다.
 참나무 시들음병에 걸려 치료중인 나무.
ⓒ 김종성
 주인과 산행나온 반려묘.
ⓒ 김종성
그런데 몇몇 참나무에 웬 비닐 테이프가 감겨져 있다. 공고문을 보니 '참나무 시들음병'에 걸린 나무란다. 참나무 시들음병은 참나무류가 급속히 말라 죽는 병으로, 군락을 이뤄 살다보니 나무에 전염병이 생겼나 보다. 소나무 군락지에 발생하는 소나무 재선충병과 비슷한 현상이다.

능곡동 사는 모녀와 얘기를 나누며 산속을 걸었다. 어머니가 70대의 할머니지만 50대 아주머니처럼 정정했다. 15kg이나 과체중이었는데 야식, 밀가루 음식 섭취를 줄이고 산행을 꾸준히 하면서 표준체중으로 돌아왔단다. 아주머니의 성공담을 듣다 보니 세로토닌 이란 호르몬이 떠올랐다. 식욕 혹은 탐식은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과 관계가 깊다.

세로토닌은 식욕 억제 신호를 뇌에 발생시키는데,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들면 식욕이 높아진다. 즉, 세로토닌 분비를 늘리면 식욕이 억제되는 것이다. 세로토닌의 분비를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하루 30분 이상 햇볕을 쬐는 것이다. 또한 땅을 밟고 걷는 것도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므로 가만히 햇빛만 쐬는 게 아니라 요즘 같이 화창한 날 산행을 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산행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꽃과 나비.
ⓒ 김종성
 화석처럼 남아있는 매미의 껍질.
ⓒ 김종성
 관모산에서 보이는 물왕 저수지.
ⓒ 김종성
산속 숲길에서 만나는 목청 좋은 곤충들과 다채로운 들꽃들은 정신건강에도 좋다. 나무에 매달린 매미의 화석(애벌레에서 성충이 되면서 남은 껍데기)은 자연의 신비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지만 짝짓기를 하지 못한 매미 한 마리가 내는 울음소리가 왠지 애처롭게 들렸다.

전망 좋은 벤치와 정자가 있는 정상에 오르니 군자봉 등 산 능선들이 눈앞에 시원스레 펼쳐졌다. 노랗게 쌀이 익어가는 호조벌 들판도 보인다. 본래 개펄이었던 곳으로 조선 경종 때(1721년) 재정 충당과 백성의 구휼을 위해 이 일대 150만평의 갯벌을 간척해 농촌 들녁으로 일군 지역이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성해졌다. 무엇보다 발 아래로 물왕 저수지가 한 눈에 보여 좋다. 저수지로 가는 하산길이 나있어 물왕 저수지에 있는 카페나 맛집에 들러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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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흥시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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