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담근 술로 성묘하려니 가슴이 뿌듯
[오마이뉴스 조종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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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읍 권번문화예술원 전경 |
ⓒ 조종안 |
권번문화예술원은 조선 시대 아흔아홉 칸 양반집으로 알려지는 김명관 고택(중요민속자료 제26호)과 나란히 한옥마을을 이루고 있어 예스러움을 더한다. 지금은 사라진 권번(券番)과 예기(藝妓)들 활동을 주로 연구하는 고혜선 대표는 우수한 전통 문화예술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연극 및 음악공연, 세미나, 마을장터, 민속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추석 때 사용하려고 전통술 빚기 참여
최근 정읍 권번문화예술원에 두 차례(8일, 15일) 다녀왔다. 전통술(가양주) 빚기 체험행사가 마침 아내의 근무가 없는 날 열린다고 해서 일찌감치 접수하고 기다려오던 터였다. 부부 합작으로 빚은 술을 추석날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았다.
▲ 인사말 하는 고혜선 대표 |
ⓒ 조종안 |
이날 강사는 양대수 명인(대한민국 식품명인 제22호). 찜통의 고두밥이 다 익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50분 정도. 그동안 간식을 먹으며 양 명인의 미니 강의를 들었다. 전남 담양에서 '추성고을(전통주 생산업체)'을 운영하는 양 명인은 전통술 빚기 절차와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고혜선 대표는 가양주(家釀酒) 빚기 체험행사 취지에 관해 설명했다. 권번과 예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숨겨진 전통문화예술을 발굴, 보전하기 위해 <웰컴 투 the 고택> 행사를 기획했으며 그 일환으로 전통술 빚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는 것.
"가양주는 글자 그대로 집에서 담근 술을 말합니다. 조상 대대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풍습이었는데 일제강점기 그 맥이 끊겼지요. 이제는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진 전통문화 중 하나가 돼버렸습니다. 가문과 빚는 솜씨에 따라 갖가지 맛으로 나타났던 풍습이 되살아났으면 합니다. 그 속에는 권번문화예술원에 맞는 '권번酒'를 찾아보겠다는 소망도 담겨 있지요."
▲ 식힌 고두밥을 덩어리로 만들고 있다 |
ⓒ 조종안 |
쌀을 두어 시간 물에 불린 다음 체에 밭쳐 물기를 제거한 뒤 찜통(시루)에 찐다. 한참 후 찜통에서 '피시식' 소리가 나면서 하얀 김이 피어오르자 한동안 뜸을 들였다. 여기까지가 고두밥 만드는 과정이다.
찜통에서 꺼낸 고두밥을 베보자기가 깔린 테이블에 펼쳐놓고 여럿이 주걱으로 뒤섞으며 식힌 뒤 고무풍선 크기(약 2kg)의 덩어리로 만들었다. 고두밥은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자연스럽게 식혀야 하지만, 시간이 없어 선풍기 도움을 받았다.
고두밥 덩어리를 잘게 부순 누룩과 섞어 정성스럽게 버무린 뒤 주모(누룩+효모+따뜻한 물)를 깔아놓은 술독에 담아 페트병 2개(4리터) 분량의 물을 부어 입구를 깨끗한 천으로 덮고 끈으로 동여매 발효실로 옮기는 것으로 첫날 체험을 마쳤다.
▲ 발효에 대해 설명하는 양대수 명인 |
ⓒ 조종안 |
"전통술은 숙성할 때 온도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작업을 마친 술독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발효실에 보관해야 하죠. 그리고 다음 주 토요일(15일) 술을 걸러야 하는데, 날짜가 어중간해서 술맛을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요즘 날씨면 3~4일 후 막걸리를 내리고 보름 넘어지면 약주와 청주를 뜰 수 있거든요."
막걸리 내리기에는 날짜가 너무 길게 남아 있고, 청주를 뜨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양 명인의 말에 참가자들은 이번 체험에서는 막걸리만 채주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 보자기를 이용해 술을 걸러내고 있다. |
ⓒ 조종안 |
손을 깨끗이 씻은 뒤 채주할 때 필요한 바가지, 깔때기, 그릇, 페트병, 보자기 등을 챙겼다. 술독의 술을 깔때기와 보자기를 이용해 걸러냈다. 재미있는 것은 처음 담글 때 페트병 2개(4리터) 분량의 물을 부었는데, 세 병(6리터) 넘게 채주했다는 것이다. 양대수 명인은 "발효가 빨리 되도록 넣은 밑술(주모)과 고두밥(쌀 2kg)의 수분이 빠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 마지막 작업을 마치고 탄생한 전통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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