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 MD의 식탁] 봄철보다 맛있는 가을 주꾸미, 명태처럼 되지 않으려면..
[오마이뉴스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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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이 오면 보령, 서천, 안면도 등 서해 바다에 매일 수백 척의 주꾸미 낚싯배가 뜬다. 사진은 안면도 항의 모습. |
| ⓒ 김진영 |
환경 변화와 어구의 발전은 어족 자원의 감소를 촉진한다. 한없이 줄 거 같은 바다이지만 인간의 욕심에 어획량 감소라는 경고를 보낸다. 해양수산부는 어획량이 줄어든 주꾸미를 보호하기 위해 5월 11일부터 8월 31일까지 '주꾸미 금어기'를 정해 보호에 나선다. 하지만 그 기간은 낚시꾼도 어민도 주꾸미를 잘 잡지 않는 때라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봄 주꾸미 조업은 주로 3, 4월에 집중돼 있다. 봄의 진미(眞味)로 알려진 주꾸미 몸통에 든 알을 찾는 이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주꾸미는 한 번에 200~300개의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한다. 봄철의 주꾸미는 산란 장소를 찾다가 어민이 깔아둔 소라 껍데기를 신방으로 정해 자리를 잡는다. 봄철 주꾸미 잡이에 소라를 이용하는 까닭이다.
소라를 이용하는 것은 주꾸미 생산량의 일부이고 대부분은 그물이나 조개를 캐기 위해 개펄 바닥을 훑고 지나가는 틀그물 방식으로 잡는다. 소라 껍질로 잡는 것과는 어획량에 있어서 차이가 많이 난다. 금어기를 정해놓는 것만큼이나 조업 방식에 대한 제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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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지와 주꾸미는 문어과의 사촌이다. 다리 모양을 보고서 이름을 정했는지 모르겠지만 주꾸미는 '물갈퀴발(Webfoot)', 낙지는 '긴다리 문어(Longfoot octopus)'다. |
| ⓒ 김진영 |
주꾸미를 키워드로 넣고 뉴스 검색을 해보면 별미로써 주꾸미는 1990년대 후반부터 나오기 시작해 2005년부터 많이 등장한다. 늘 '봄 주꾸미'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도 2000년도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물론 '봄 주꾸미'라는 말은 1990년대에도 가끔 나오지만 2000년대 후반만큼 자주 등장하지는 않는다.
낙지와 주꾸미는 문어과의 사촌이다. 다리 모양을 보고서 이름을 정했는지 모르겠지만 주꾸미는 '물갈퀴발(Webfoot)', 낙지는 '긴다리 문어(Longfoot octopus)'다. 둘 다 1년생으로 봄에 태어나 이듬해 봄이면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한다. 낙지는 펄에서 자라 이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꾸미는 겨울이 오기 전 몸집을 키우고 에너지를 축적한 뒤, 겨울이 되면 추위를 피해 먼바다로 나간다.
2000년대 중반까지 신문과 방송에서 소개하는 주꾸미 요리는 대부분 숯불구이였다. 주로 고추장으로 양념한 주꾸미를 숯불에 굽는 방식이었다. 차차 샤브샤브로 먹는 방식이 소개되었고, 주꾸미 몸통에 든 알이 별미로 소개됐다. 봄철 주꾸미 알이 별미로 알려지면서 주꾸미 살 맛보다는 알 맛이 더 많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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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꾸미 라면을 맛있게 끓이려면 통째로 넣으면 안 된다. 몸통과 다리를 분리한 뒤 몸통을 먼저 넣어 익히고 면이 익을 즈음에 다리를 넣고 한소끔 끓여야 제대로된 맛을 볼 수 있다. |
| ⓒ 김진영 |
그나마 주꾸미 라면을 맛있게 끓이려면 통째로 넣으면 안 된다. 몸통과 다리를 분리한 뒤 몸통을 먼저 넣어 익히고 면이 익을 즈음에 다리를 넣고 한소끔 끓여야 제대로된 맛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끊인 주꾸미 라면은 국물이 시원한 건 둘째 치고 보들보들한 다리 씹는 맛이 압권이다.
오징어나 주꾸미, 낙지는 열과 상극이라 열을 오래 받으면 받을수록 질겨진다. 가능하면 재빨리 조리하는 게 좋다. 시중에서 오징어볶음을 주문하면 채소와 같이 익히기 때문에 오징어가 다소 질기고 딱딱해진다. 집에서 오징어볶음을 할 때 채소를 먼저 익히고 난 뒤 오징어를 넣어 함께 볶으면 야들야들한 오징어 질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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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주꾸미로 만들 수 있는 음식 가운데 별미가 젓갈이다. 만드는 법도 간단하다. 잘 씻은 주꾸미에 소금을 넣고 냉장고에서 20일 이상 숙성하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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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된 주꾸미를 쌀뜨물에 넣어 짠맛을 뺀 뒤에 잘게 다져서 양념하면 젓갈이 된다. 이렇게 만들면 시중에서 파는 오징어나 낙지 젓갈에서 맛볼 수 없는 깊은 맛이 난다. 일주일 정도 소금에 절이고 조미료와 물엿으로 맛을 낸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다.
가을이 오면 보령, 서천, 안면도 바다에 매일 수백 척의 주꾸미 낚싯배가 뜬다. 가을 주꾸미를 잡기 위해 전국의 낚시꾼이 서해로 몰린다. 필자도 2000년 초반부터 가을이 오면 주꾸미 낚시를 다녔다. 해를 거듭할수록 자원 고갈을 피부로 느낀다. 봄철 주꾸미 잡이도 제한을 두는 게 필요하지만 취미로 하는 낚시의 금어기를 좀 더 길게 늘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수백 척의 배가 뜨는데 평균 10명이 탑승해 각 3kg씩 잡는다면 매일 수십 톤 가량의 주꾸미를 낚시로 잡는 셈이다. 주꾸미를 11월 초반까지 잡으니 누적된 양이 엄청나다. 봄철에는 어업 방식을 제한하고, 가을철에는 더 길게 금어기를 둔다면 주꾸미 개체 수 보전에 좋지 않을까 싶다. 개체 수를 보전할 수 있는 대책이 늦어지면 동해의 명태처럼 서해에서 주꾸미를 보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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