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를 올리면 집값이 잡힐까

조은임 2018. 8. 3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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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청와대 청원 잇따라…각종 수요억제책에도 집값 안잡혀
원론과 달리 현 상황서는 적용 어려워…"경기 상황, 광범위한 영향력 고려해야"
유동성 흡수 투자처 발굴·공급확대가 우선…"안정적 정책으로 정부신뢰 찾아야"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집값을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같은 글이 수십여건 등장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유권한으로 결정되는 기준금리를 두고 이처럼 전국민적인 관심이 쏠린 적은 많지 않다. 서울 집값 급등에 대한 불안감이 낳은 결과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규제부터 양도세 중과를 포함한 증세까지, 전방위적 '돈 줄 죄기'에도 서울 주요지역의 집값은 억대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원론적으로만 보면 금리인상은 집값을 낮추는 데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가 오르면 이자 상환부담이 커지면서 주택매수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금리인상은 경기후행적 성격이 강해 인상시점에 주가와 집값이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금리보다 경기호조세가 주가나 집값에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시기에 국한된다. 이 역시 어느 임계점을 넘으면 인상된 금리는 집값 하방요소로 반영된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기와 부동산 시장의 상황이다. '금리를 인상하면 집값이 내린다'는 원칙을 먹혀들지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이 앞선다. 현재 부동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가까이 풀렸던 과잉 유동성이 몰리고 있다. 시중 유동성을 의미하는 광의통화(M2) 는 2600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일자리, 복지 등을 목적으로 재정지출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유동성 증대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또 문재인 출범 후 공급 규제 일색인 8·2 대책도 가세했다. 올해 들어 약 8만 명이 넘는 임대사업자가 등장했고, 이들이 등록한 임대주택 수는 20만채에 가깝다. 특히 8년 이상 장기임대주택 수는 매달 증가추세다. 지난 4월 양도세 중과 이후에는 집주인들이 매물잠금에 나서며 공급량이 줄어들고 있다. 과잉유동성과 공급부족의 결합에 한 회 0.25%포인트 수준의 금리인상은 작은 흠집을 내기도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택시장은 현금유동성을 가진 자산가와 4월 양도세 중과 이전 주택을 매도해 현금을 손에 쥔 계층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금리인상과 같은 긴축으로 흡수되기엔 어려운 자금"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 출석,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금리인상이 낳을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한은은 금리를 결정할 때 물가와 경기를 주로 고려한다. 금리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범위는 상당히 넓어 부동산이나 가계부채는 사실상 일부요인에 불과할 수 밖에 없다. 부동산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나쳐 금융시스템을 제외하고선 주된 고려대상은 아니란 얘기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에는 대부분 '사상 최악'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지난달 사상 최악수준의 취업자수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 상장사 영업이익 증가율은 5년 만에 6%대로 주저앉았다. 특히 고용은 소비, 투자의 선행지표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가 최근 금리인상의 속도조절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와 함께 부동산 가격 상승세 역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국한돼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이미 LTV, DTI 등으로 한도가 묶인 상황에서 금리수준은 큰 의미가 없다"며 "기대수익이 훨씬 커 0.25%포인트씩 오르내리는 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기둔화 우려가 큰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버블리스크로 작용하지 않는 한 금리인상의 주 요인이 될수 없다"며 "금리의 영향력은 특정 부문, 특정 사람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고 전했다.

한은도 최근의 집값 흐름을 눈여겨 보고 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을 냈던 이일형 금통위원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완화적 통화 기조의 지속에서 비롯된 금융부채의 확대는 실물경제의 리스크로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부동산 부문에 대한 과도한 사업투자와 주택의 과잉공급에 따른 미입주 리스크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하루 뒤 열리는 이달 금통위에서는 일단 금리 동결과 인상 소수의견이 유력한 상황이다.

집값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는 유동성이 흘러갈 수 있는 투자처와 함께 부동산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힘이 실린다. 또 수요계층을 면밀히 분석해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인 정책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되찾는 것도 정부의 과제다. 김 연구원은 "수요를 만들어 내는 계층은 따로 있는데 대응 방식이 종합적인 전반 규제다 보니 실효에 대해선 기대와는 다른 결과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이라며 "현금성 자금을 흡수할 다른 대안을 만드는 게 현실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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