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찬란했던 휘트니 휴스턴, 그는 왜 홀로 무너졌을까
[오마이뉴스 이현파 기자]
우리에게 익숙한 대중 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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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휘트니>는 휘트니 휴스턴이 가장 아름답게 빛났던 시절, 그리고 무대 뒤에서 고통받았던 순간들을 가감없이 기록한 작품이다. |
| ⓒ (주)판시네마 |
'415개의 트로피', '팝 역사상 가장 성공한 데뷔 앨범', '퀸 오브 팝 뮤직', '디바', '아메리칸 스윗하트'. 그녀 앞에는 셀 수 없을만큼 많은 수식어가 붙었다. 비욘세가 그녀를 '여왕'이라고 칭송했을만큼, 휴스턴의 전성기는 누구보다 찬란한 것이었다. 그러나 약물 중독으로 얼룩진 그녀의 말년은 결코 아름답지 못했다. 2012년 제54회 그래미 어워드를 하루 앞둔 어느 날,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한 시대의 허무한 종언이었다.
휘트니 휴스턴에 대한 존경심 가득 담아
휘트니 휴스턴의 죽음으로부터 6년이 지난 가운데, 케빈 맥도널드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휘트니>가 개봉일에 앞서 국내 언론에 공개되었다. 케빈 맥도널드는 2012년, 밥 말리의 다큐멘터리 영화 <말리> 를 연출한 바 있다.
영화 <휘트니>는 휘트니 휴스턴이 가장 아름답게 빛났던 시절, 그리고 무대 뒤에서 고통받았던 순간들을 가감 없이 기록한 작품이다. 신격화나 과장은 찾아볼 수 없다. 케빈 맥도널드는 휘트니 휴스턴의 진실된 모습을 스크린으로 옮기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휘트니 휴스턴의 자료를 수집했다. 1500개의 비디오 테이프와 250개의 마스터 영상, 2000개의 스틸 영상에서 휴스턴의 흔적을 찾았다. 고인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휘트니 휴스턴의 삶이 왜곡되지 않길 바랐습니다" - 케빈 맥도널드, <휘트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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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르트헤이트가 철폐된 1994년, 휘트니 휴스턴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I Will Always Love You'를 불렀다. |
| ⓒ (주)판시네마 |
언론과의 인터뷰를 즐기지 않았고, 가사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지 않았던 그녀이기에, 휘트니 휴스턴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았을 것이다.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던 영상 속에서 그녀는 어느때보다 솔직한 모습을 드러낸다. 어머니의 품에 안겨 응석을 부리기도 하고, '가수 폴라 압둘은 자기 앨범에서도 음정을 틀린다'며 비아냥대기도 한다. (이 장면은 많은 관객들을 웃게 했다!) 전설이라는 이름의 장막을 치우고 나니, 그 속에는 장난기 어린 '니피', 혹은 한 사람의 휘트니 휴스턴이 있을 뿐이었다.
휘트니 휴스턴은 '목소리(The Voice)'라는 칭호를 얻은 가수다. 그런만큼 이 영화에서 음악은 큰 역할을 한다. 총 27곡의 노래들이 영화를 장식했다. 'I Wanna Dance With Somebody'는 관객들을 휴스턴의 전성기인 1980년대로 초대한다.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 정책)이 폐지된 이후, 남아공에서 부르는 'I Will Always Love You'는 그녀의 신화를 간접 체험하도록 돕는다. NFL 슈퍼볼 하프타임쇼에서 부른 'The Sprangled Star'는 미국인이 아닌 사람에게도 전율을 불러 일으킬만큼 장엄하다. 흑인 여성 가수가 가장 미국적인 무대에서 주인공이 된 것이다. 이는 흑인 사회에게 또 다른 자긍심을 선사했다. 신화의 완성이었다.
"휘트니 휴스턴이 제 상대 여주인공이라는 게 흑인 사회에선 큰 이슈였나 봐요. 전 그런 식으로 안 보고 단순하게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가수 아가씨로 봤죠. 그런데 다시 생각하니까, 이 아가씨는 비행기를 멈춰요. 그리고 수많은 백인 여배우들이 그랬듯 계단을 뛰어내려가서 남자 주인공과 키스하죠. 그게 모든 걸 바꿔놓아요." - 배우 케빈 코스트너.
그녀는 흑인 사회의 영웅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휘트니 화이티 휴스턴'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그녀가 하는 음악이 백인의 스탠다드 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였다. 1989년 소울트레인 어워드(1987년부터 시작된 흑인 음악 시상식)에서 그녀의 이름이 불렸을 때에는, 일부 관객들이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 장면 역시 그대로 영화에 등장한다. 이 당시 휘트니 휴스턴은 무엇이 그녀다운 음악인지에 대해 여러 차례 고민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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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휘트니 휴스턴은 팝 역사 속에서 영원히 기억될 이름이다. |
| ⓒ (주)판시네마 |
여러 고난을 겪는 동안 휴스턴의 몸은 망가질대로 망가져 있었다. 무리하게 투어를 재개한 이후, 'I Will Always Love You'를 탁한 목소리로 부르는 영상은 그녀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누구보다 찬란하던 별이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휴스턴의 삶을 착실히 따라가던 이 영화는 2012년 2월, 베벌리힐스의 한 호텔방에서 카메라를 멈춘다. <휘트니>의 여정이 끝난 후, 엔딩을 장식하는 'I Have Nothing' 라이브 영상은 그녀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의 모습이다. 붉은 드레스와 자신감 있는 표정, 아무런 저항 없이 뻗어 나가는 목소리. '우리가 아는' 그 휘트니 휴스턴이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예정된 결말이 주는 허망함도 잊게 되었다. 휴스턴을 사랑했던 관객들에 대한 최소한의 위로였다.
1983년, 스물한 살의 휘트니 휴스턴이 TV 무대에 데뷔해서 'Home'을 불렀을 때, 프로그램의 진행자 머브 그리핀은 그녀를 "잊을 수 없는 이름"이라고 소개했다.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소개는 유효할 것이다. 영광의 순간은 영원하지 못했지만, 휘트니 휴스턴은 영원히 기억될 이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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