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진화하는 홈인테리어 시장..공들여 꾸민 내집 온라인서 맘껏 자랑해요

나건웅, 김기진 2018. 8. 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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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조원.

지난해 국내 홈인테리어 시장 규모다. 10조원 규모인 북미 LED 조명 시장과 국내 수입차 시장보다 더 크다. 2023년에는 18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란 통계청 전망도 나온다. 이사 철에나 이뤄지던 집 꾸미기가 이제는 일상의 취미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국내 홈인테리어 시장이 12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사진은 한샘 제품을 이용해 꾸민 실내(위)와 서울 용산에 위치한 한샘디자인파크. <한샘 제공>
▶홈인테리어 춘추전국시대

▷한샘·유진·한화 이어 패션업계도 가세

홈인테리어 인기는 온오프라인을 안 가리고 뜨겁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홈퍼니싱 용품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가구·DIY 제품(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상품)은 99%, 침구·커튼은 96%, 주방용품 48%, 조명·인테리어 상품(벽 장식이나 조명기구, 장식 소품 등 포함)은 29% 급증했다. 오프라인에서는 홈인테리어 전문매장 출점 경쟁이 뜨겁다. 기존 강호와 신흥 세력이 뒤엉켜 영토 확장에 여념이 없다.

한샘은 ‘한샘리하우스(rehaus)’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엌과 욕실 창호, 바닥재 등 리모델링 관련 제품을 취급하는 종합 홈인테리어 매장. 2013년 1455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해 411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한샘은 현재 7개인 리하우스 대리점을 3년 안에 5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2016년 서울 목동에 종합 인테리어 매장 ‘홈데이’ 1호점을 열며 가정용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한 유진그룹은 홈인테리어를 넘어 ‘홈임프루브먼트(Home Improvement)’에 나섰다. 단순히 집 안을 꾸미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개조·보수해 주거환경을 ‘향상’시킨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최근 서울 금천구에 홈임프루브먼트 전문매장 ‘에이스 홈센터 금천점’을 오픈했다(박스 기사 참조).

업계 관계자는 “홈임프루브먼트는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해외서는 오래전부터 대중화됐다. 각종 건자재, 공구, 철물 등을 한데 모은 전문 판매점이 지역마다 성업 중이다. 북미·유럽에서는 ‘홈임프루브먼트센터’, 일본에서는 간단히 ‘홈센터’라고 줄여 부른다”고 설명했다. 건축자재 전문기업인 한화L&C도 지난해 직영 인테리어 전시장 ‘갤러리큐’를 열고 TV 홈쇼핑 방송을 시작하는 등 소비자 접점 확대를 노리고 있다.

패션업체도 가세했다. 패션업에서 쌓은 디자인 노하우가 홈퍼니싱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글로벌 SPA 기업 자라의 ‘자라홈’, H&M의 ‘H&M홈’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는 ‘세컨룸’이 대표 성공 사례로 주목받는다. 이음새(봉제선) 없는 ‘심리스(seamless)’ 의류로 잘 알려진 세컨스킨이 올해 4월 선보인 홈 브랜드다. 심리스 공법을 홈퍼니싱에도 적용한 제품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이어 패션그룹형지의 골프 브랜드 ‘까스텔바작’도 지난해 ‘까스텔바작홈’을, LF 주력 브랜드 ‘헤지스’는 2016년 ‘헤지스홈’을 선보였다.

▶홈인테리어 시장 빅뱅 왜?

▷노후주택 많고 ‘온라인 집들이’ 확산

홈인테리어 시장이 급성장한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우선 국내에 노후주택이 많다. 2016년 기준 건축된 지 20년이 넘은 주택은 약 763만호로 전체 주택의 45.7%에 달한다. 30년 이상 된 주택도 약 280만채(16.8%)나 된다. 오래된 집이 많으니 그만큼 보수·리모델링 관련 잠재 수요가 클 수밖에 없다. 국민소득 증가도 한몫한다. 한샘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도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진입하면서 인테리어 관련 소비가 급증했다. 우리나라도 이런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끝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SNS 등에서 인테리어 관련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인테리어 정보 공유 앱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이승재 버킷플레이스 대표는 “과거에는 전문업체에 의뢰하고 큰돈을 들여야만 집을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저렴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집 꾸미기를 하는 노하우를 쉽게 얻을 수 있다. 또 자신이 직접 꾸민 집을 인스타그램 등에 자랑하는 ‘온라인 집들이’ 문화가 확산되면서 소비자 관심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홈인테리어 시장이 당분간 지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김태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그동안은 이사를 하거나 집 내부 시설이 고장 나는 등 특별한 계기가 있어야 인테리어를 새로 했다. 최근에는 이런 계기가 없어도 집을 꾸미려는 이가 많아졌다. 전월세로 거주하는 사람도 과거에는 인테리어 투자에 인색했지만 요즘은 적극적이다. 특히 셀프 인테리어가 확산되는 만큼 개인이 직접 시공하는 데 쓰는 공구, 자재, 소품 등의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재 대표는 “선진국에서도 소비자가 홈인테리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이후 수년간 성장세가 지속됐다. 반짝 유행에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홈임프루브먼트 전문매장 ‘에이스 홈센터’ 가보니

“DIY 덕후 모여라” 공구·건자재 2만종 ‘수북’

국내 첫 홈임프루브먼트 전문매장인 에이스 홈센터 금천점을 가봤다. 유진그룹이 홈임프루브먼트 분야 세계 최대 기업인 미국 ‘에이스하드웨어’와 손잡고 지난 6월 선보인 매장이다. 연면적 1795㎡(약 540평)에 지상 3층 규모로 각종 건자재는 물론 공구, 생활용품 등 2만가지 넘는 제품을 판매한다. 매장 1층은 공구와 하드웨어 상품을 비롯해 배관, 건축 기타 자재 매장으로 구성됐다. 2층은 페인트와 자동차 용품은 물론 가전·아웃도어 등 생활잡화 등을 갖췄다. 3층은 AS센터다.

에이스 홈센터 입구에 들어서면 한쪽 매대와 벽면을 가득 메운 수백여 개 전동공구가 눈에 띈다. 익숙한 충전용 전동드릴부터 무게가 20㎏ 넘는 산업용 절삭기까지 없는 게 없다. 공작에 젬병인 기자지만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브랜드별로 소형 LCD 디스플레이가 배치돼 있어 간단한 사용 설명법을 볼 수 있다. IT 기기 활용에 익숙지 않다면 각 분야 전문가로서 매대마다 대기 중인 에이스 홈센터 직원에게 물어보면 된다. 24년 넘게 현장에서 작업을 하다 은퇴한 후 최근 에이스 홈센터에 재취업한 박경하 씨(55)는 “공구는 알면 알수록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런 재미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 경험을 토대로 각종 정보와 노하우를 더 쉽고 재미있게 알려줄 수 있다”고 자랑했다.

무엇보다 ‘풍부한 제품 포트폴리오’가 마음에 든다. ‘이런 것까지 있어?’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상품 범위가 넓다.

볼트·너트만 2개 매대 빼곡히 담겨 있는가 하면, 한쪽에는 도어락만 수십여 종 비치돼 있다. 지금은 절판된 빈티지한 경첩이나 난간대 등을 모아놓은 매대도 있다. 자동차·원예·애완용품은 기본. 선풍기·드라이어 등 소형 가전, 변기와 세면대, 심지어 남성 전용 소변기도 있다. 고무 대야는 크기별로 10여종이나 마련해놨다. 심지어 각종 주차금지 표지판과 라바콘 등을 쌓아놓은 ‘도로용품’ 카테고리도 따로 있다. 가구 만들기가 취미라는 최병일 씨는 “DIY 덕후를 위한 놀이터 같다.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는 사이즈와 디자인으로 가득하다. 모든 제품이 오픈돼 있어 직접 만져보고 고를 수 있다는 점도 좋다”며 만족해했다.

1인 가구를 위한 서비스도 쏠쏠하다. 가령 벽지나 와이어 등은 필요한 양만큼 잘라 구입할 수 있다. 찾는 제품이 없을 때는 직원에게 말하고 연락처를 남기면 나중에 받아볼 수 있다. 조명이나 거실 바닥 등 쉽게 작업할 수 없는 품목을 구입할 때는 시공업체와 연결도 해준다. 그야말로 ‘원스톱 홈인테리어 매장’인 셈. 김병석 에이스 홈센터 상품개발팀장은 “건축 분야 상품을 전문화한 카테고리킬러 매장이다. 온라인이나 일반 마트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제품을 최대한 많이, 또 다양하게 구성해 방문하는 모든 고객의 수요를 충족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다른 데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아이디어형 국내 브랜드 제품이 많다.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320여개 중소 제조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양질의 국내 상품을 많이 들여놨다고. 가령 충전공구 코너에서는 보쉬, 디월트, 마끼다 등 유명 공구 브랜드를 제치고 ‘오성’ 등 국내 브랜드 제품을 입구와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해놨다. 제품 수는 해외 브랜드 대비 적지만 가격은 절반 수준이어서 가성비가 뛰어나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소비자에게는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접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중소 제조업체에는 입점 기회를 늘려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70호 (2018.08.08~08.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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