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용품으로 둔갑한 불법 촬영 카메라.. 해결책은?

박지현 2018. 7.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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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촬영 범죄 피해 심각성이 대두되자 정부는 지난달 해당 범죄를 뿌리 뽑겠다며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단속을 피하고자 더 발전된 형태의 불법 촬영 카메라가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클릭 몇 번만 해도 다양한 형태의 불법 카메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무 제약 없이 판매되고 있다는 의미다. 볼펜형, 시계형, 안경형, USB형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용품들이 불법 촬영 카메라로 둔갑해, 저렴하면 6만원에도 구매할 수 있다. 심지어 유명 쇼핑 사이트에서는 17일 불법 카메라가 판매 베스트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여기다 사용방법, 후기까지 상세히 나와있는 점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심지어배송 역시 ‘상품명은 누구도 알아 볼 수 없게 미표기한다’며 불필요한 친절까지 이어지고 있다.

◇ 불법 촬영 이어지는데… 처벌은 ‘솜방망이’

17일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관광지 여자화장실에서 불법 촬영 흔적이 발견됐다. 다음날인 18일에는 서울시내 모텔에서 불법촬영을 행한 투숙객 B씨가 구속됐다. 21일에는 해수욕장에서 수영복 차림의 여성을 불법 촬영한 C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처벌은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불법 촬영 범죄 검거율은 94.6%이다. 98%는 남성이다. 이 중 90%는 벌금형, 집행유예, 선고유예로 풀려났다. 벌금형 역시 77%가 300만 원 이하에 불과했다.

지난해 7월 서울 동부지법에서 근무하던 현직 판사가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찍어 체포됐지만 정식 재판에 넘겨지지 않고 약식기소돼 벌금 300만원 처분을 받았고, 이후 대법원 역시 이 판사에게 감봉 4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린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9월엔 민망한 차림의 여성 사진을 불법 촬영해 인터넷에 유출한 남성에 대해 “특정 부위가 부각되지 않았다” “나체가 아니다”는 이유로 무혐의 판결을 내려 공분을 사기도 했다.

올해 1월 인천지법은 지하철역과 빌딩 공용화장실에서 상습적으로 몰카 범죄를 저지른 30대 남성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남성의 몰카 범죄로 확인된 피해자만 104명에 달했지만 구속되지 않았다.

◇ 불법 촬영을 막기 위한 노력, 그러나…

현재 불법 촬영을 막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2월 ‘화장실 수호대’는 텀블벅 후원으로 구입한 ‘몰카 금지 응급 키트’를 선보였다. 화장실 불법촬영을 막기 위한 기획이다. 이 응급키트는 불법 촬영 카메라가 설치돼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구멍을 송곳으로 눌러 카메라 렌즈를 부수고 실리콘을 바른 뒤 ‘쳐다보지마’ 등 글귀가 적혀 있는 스티커를 붙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불법촬영 피해 방지 물품’이라며 실리콘과 홈빠데 사진을 게시했다. 불법 촬영 카메라 렌즈를 막을 때 말랑말랑한 실리콘 제품이 아닌 딱딱하게 굳는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고 알려주기도 한다. 실리콘의 경우 범죄자가 이를 긁어내고 카메라를 다시 회수해가 다른 곳에 설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탐지기를 이용해 적발하지 않고 일일히 렌즈를 부수거나 가려야하는 이유가 있다. 현재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불법 촬영 상품들은 탐지기에 걸리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판매자는 구매자 질문의 답변을 통해 “현재 과학으로는 (탐지기에 걸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불법이냐는 질문에는 “불법이 아니다”라며 합법적으로 인증 받아 판매되고 있다고 적었다.

◇ 어떻게 단속해야 하나… 강력한 처벌 시급

지난해진선미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몰카예방법’을 발의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공중화장실 등에 불법 촬영 카메라가 설치되었는지 여부를 주 1회 이상 점검하게 하고 불법 촬영 상습범을 가중 처벌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 의원은 ‘급증하는 불법 촬영 범죄를 설치 단계에서부터 근절하자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라고 밝혔다.

장병원민주평화당 의원 역시 ‘몰카근절법’을 발의했다. 불법 촬영 의한 문제 발생 시 제조자부터 구매자까지 역추적이 가능하도록 이력추적제를 도입하고 사회적 피해, 유통 등에 대한 정부의 주기적인 실태조사를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실시간 무선 송출되는 고성능 카메라의 경우 국가안보, 연구목적 등 목적을 위해서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해 2중장치를 마련했다.장 의원은 “이러한 움직임들이 몰래 카메라 범죄 가해자들에게 위협과 심각한 범죄라는 확실한 인식을 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달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몰카 성범죄 압수물 폐기법’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압수물이 성폭력범죄특례법상 촬영물인 경우 압수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면 사건 종결 전에도 폐기할 수 있도록 하고, 증거로 쓰이게 되면 사건 종결 직후 폐기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 불법 촬영 근절 위한 국민의 염원… 국민청원 잇따라

23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몰래 카메라 범죄 앞에 눈감은 정의의 여신, 누구를 위함입니까?’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고등학생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법 앞의 평등을 지키는 공정한 재판 및 판결’이라는 글을 통해 “사법권 독립의 본질적인 요소인 법관의 재판상 독립이 확실히 이루어져야 한다”며 “대한민국 법관들은 ‘대한민국은 돈 밑에 법이 있다.’라는 인식이 없어질 수 있도록 눈에 보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몰래카메라를 막아야한다는 청원이 수십개 올라와있는 상태다.

박지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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