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수준 무더위, 이달만 7명 '사망'..주말 더 뜨겁다

김민욱 2018. 7. 2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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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계속되고 있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온도계가 강하게 내려쬐는 햇볕과 바닥에서 반사되는 열 등으로 인해 43.1도를 기록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우·태풍보다 무서운 폭염, 재난급
지난 16일 오후 3시쯤 세종시의 한 보도블록 교체작업 현장에서 일하던 A씨(39)가 열사병 증세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사고 당일 세종시의 낮 최고 기온은 35.5도를 기록했다. 병원 도착 당시 A씨의 체온은 43도였다고 한다. 하루 전인 15일 경남 창원에서는 밭에서 일하던 할머니(84)가 온열 질환으로 사망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달에만 온열 질환 사망자가 7명 나왔다. 같은 기간 부상자는 632명으로 집계됐다. 재난 수준이다. 실제 행정안전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온열 질환 사망자 수는 54명으로 호우·태풍·대설로 숨진 사람(20명)보다 많다.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기상청은 20일 전국적으로 낮 최고기온이 32∼38도 사이의 분포를 보이겠다고 예보했다. 한낮 기온은 ‘대프리카’(대구에 아프리카가 더해진 합성어)로 불리는 대구와 경주가 38도, 포항과 영덕이 37도다. 그 밖의 대부분 지역도 낮 기온이 35도 안팎의 무더운 날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밤사이 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 현상도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기상청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이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폭염은 이번 주말 절정에 이를 것이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지난 17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 한 주택에서 열린 ‘미래의 사회복지사, 체험 현장 속으로' 대청소 체험행사에서 사회복지담당직원이 얼굴에 물을 뿌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시스]


수돗물 부족하고, 가축 폐사할까 '비상'

불볕더위가 이어지자 지방자치단체는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 평택시는 일부 지역에 수돗물 공급차질이 빚어졌다. 여름철 급증한 물 사용량에 비해 광역상수도 공급량이 부족해서다. 현재 급수차 등을 동원해 비상급수에 나섰다.

경기도 수원시는 ‘노숙인 현장대응반’을 운영하는 등 노숙인 지키기에 나섰다. 대응반은 노숙인이 주로 몰리는 수원역사 주변을 다니며 응급구호 조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 내 노숙인은 5월 말 기준 728명으로, 이 중 134명이 수원역 주변에 몰려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시는 건축 공사현장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 점검에 나섰다. 점검 포인트는 열사병 예방 3대(물·그늘·휴식) 기본수칙이 실제 작업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는지 등이다. 서울시는 도심 온도를 낮추려 170여대의 물청소 차를 이용, 아스팔트 도로 위에 물을 뿌리고 있다. 행정안전부 김계조 재난관리실장은 “폭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총력 대응 중이다” 라고 말했다.
정부가 폭염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중앙포토]

축산농가는 사투 중이다. 전남 영암군 신북면 양계농장의 경우 계사 5곳에 각각 대형팬 10대를 쉴 새 없이 틀고 있다. 계사 온도를 낮추려 지붕에 물도 뿌린다. 일부 양계농장에서는 더위를 무사히 넘기길 바라는 마음에 동물용 비타민제도 사서 먹이고 있다고 한다. 이 밖에 스프링클러, 안개 분무기, 햇볕 차단 페인트까지 등장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장마 이후 폭염으로 1일까지 가축 79만2777 마리가 폐사했다. 피해 규모는 42억원이다.
폭염이 이어지며 축산농가에 비상이 걸린 17일 오후 강원 화천 하남면 양계장에서 병아리들이 물을 먹고 있다. [뉴시스]

반면, 유통업계는 폭염특수를 톡톡히 보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폭염이 기승을 부린 최근 에어컨 매출액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 집계결과 여름 가전의 판매량이 전반적으로 늘었다. 가전뿐만이 아니다. 자외선에 지친 피부를 진정시키는 화장품이나 불쾌한 땀 냄새를 제거해주는 데오도란트 제품의 판매가 이어졌다고 한다. 기능성 소재인 쿨맥스 원단을 사용한 청바지는 생산 물량의 90% 이상 팔렸다. 의류·생활용품 브랜드 자주(JAJU)는 준비한 냉각 소재 침구와 인견 소재 제품 모두 동났다. 식품업계 역시 ‘이열치열’ 상품의 판매가 두드러진다.
불볕더위가 찾아오면서 에어컨 판매가 급증했다. [사진 롯데하이마트]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보된 폭염만큼 무더위 특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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