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400억..'스타작가' 김은숙 컴백드라마 촬영지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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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100여편 무대 된 '시네마 캠퍼스' 대구 계명대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160여만㎡ 규모의 캠퍼스 안에 주변 풍경과 어울리지 않은 한옥마을이 있다. 고즈넉한 자태의 주일문(主一門)을 통과해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계명서당(啓明書堂)이 나타난다. 그 곁으로 조선시대 양반이 살 법한 계정헌(溪亭軒)이 나오고, 앞마당에 누각 하나를 낀 연못이 자리해 있다. 이 한옥마을의 이름은 계명한학촌이다.
대학교 캠퍼스 내 자리한 한학촌은 7월 7일부터 24부작으로 방영될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여주인공 고애신(김태리 분)의 고향마을로 등장한다. '미스터 션샤인' 방영을 앞두고 계명한학촌은 막바지 촬영이 한창이다. 장마전선이 걷히는 7월 초 마지막 촬영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조선시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계명한학촌을 벗어나면 곧장 중세 유럽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풍경이 펼쳐진다. 그 중에서도 종교 수업 건물인 '애덤스 채플'은 마치 중세시대 교회의 모습을 닮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높이 10m, 가로·세로 각 5m 크기의 파이프 오르간이 보인다. 3500여 개의 파이프로 이뤄진 이 9억원짜리 악기는 대구시내 최초로 들어온 파이프 오르간이다.
이렇게 계명대를 무대로 촬영한 영화·드라마만 80여 편. 스쳐 지나가는 CF와 뮤직비디오 장면까지 다 합치면 100편을 훌쩍 넘는다. 대중에게 유명한 작품만 꼽아보면 영화 '덕혜옹주'(2016), '검은 사제들'(2015), '박쥐'(2009), '동감'(2000), 드라마 '각시탈'(2012), '꽃보다 남자'(2009), '모래시계'(1995) 등이 있다.
계명대가 '영화의 불모지'로 통하는 대구에서 '영화·드라마 촬영의 성지'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뭘까. 계명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붉은 벽돌로 지은 건물과 외벽을 감싸고 있는 푸른 담쟁이덩굴이다. 이는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 모습의 전통적인 이미지와 흡사하다. 실제 대명캠퍼스 본관은 하버드대학 본관 모습을 그대로 따왔다.
심지어 계명대 부속병원인 동산의료원까지 영화·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는다. 2012년 방영한 MBC 드라마 '더킹 투하츠'에서 동산의료원은 낡고 오래된 외관의 북한 병원으로 등장했다. 이외에도 영화 '모던보이'(2008), '6월의 일기'(2005), 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2017), '사랑비'(2012), '자유인 이회영'(2010) 등 작품의 무대가 됐다.
동산의료원 역시 고풍스러운 외관으로 다른 대학병원과 차별화돼 있다. 동산의료원이 1899년 서양식 진료소인 제중원(濟衆院)에서 출발한 역사적 건물이다 보니 동산의료원 내에 대구시 유형문화제 제24·25·26호로 지정된 '스윗즈(Switzer)', '챔니스(Chamness)', '블레어(Blair)'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건물은 1910년 미국인 선교사들이 지은 붉은 벽돌의 서양식 주택이다.
이처럼 계명대가 아름다운 캠퍼스로 영화·드라마 촬영지로 전국적 관심이 높아지자 이를 활용한 홍보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계명대는 촬영 장소를 활용한 캠퍼스 맵 제작, '나도 주인공, 포토존' 설치, 배우들의 사인이 담긴 방명록·사진 전시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주요 촬영지에는 극중 장면을 활용한 간판을 설치해 눈길을 잡겠다는 방침이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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