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은 자신이 꿈꾸는 축구를 해야 옳다
[오마이뉴스 글·사진:이근승, 편집:김준수]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아래 보스니아)와 평가전에서 1-3으로 패했다. 대표팀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인 만큼 필승을 다짐했지만, 고질적인 수비 불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공격에서 불완전한 호흡을 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대표팀은 전반 27분 에딘 비스카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이재성이 곧바로 동점골을 터뜨리며 전주성을 뜨겁게 달궜다. 그러나 더 이상의 환호는 없었다. 전반 추가 시간과 후반 34분 비스카에게 연속 실점을 내주며 승리를 내줬다. 비스카는 허술한 수비 조직력을 보인 대표팀의 후방을 마음껏 공략해 해트트릭 달성의 기쁨을 맛봤다.
시간은 없는데 문제는 늘었다. 완벽한 전력으로 도전해도 기적을 바라야 하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인데 김민재와 권창훈, 이근호 등 핵심 전력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손흥민과 기성용, 장현수 등 주전 선수들의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니다. 국내에서 치러진 두 차례의 평가전은 기대보다 불안만 키운 느낌이 강하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 4년 넘게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이제 와서 해결할 수는 없다. 월드컵 본선은 이제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은 자신이 가장 잘 구현해낼 수 있는 축구를 통해 약점은 숨기고 강점을 드러내야 한다.
신태용 감독은 '난놈'이라 불린다. 지난 2010년 성남 FC(당시 성남 일화)를 이끌고 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차지했을 때 생긴 별명이다. 당시 성남의 ACL 우승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신태용은 막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 초짜였고 부상 선수도 많았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은 과감한 공격 축구와 유연한 전술 변화 등을 앞세워 아시아 정상에 섰다.
신태용 감독은 2016 리우 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난놈'임을 증명했다. 2016 리우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을 코앞에 두고 고 이광종 감독이 급작스럽게 쓰러졌다. 이때, 신태용 감독이 소방수로 등장했다. 부랴부랴 올림픽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부담이 있을 법도 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승부사였다. 빠르게 팀을 정비했고, 특유의 색채를 드러내며 2016 리우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냈다. 무리한 공격 전술로 우승 트로피를 놓치기는 했지만, 결과보다 공격적인 축구를 중시하고 과감한 전술 변화에 능통하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었다.
2016 리우 올림픽 본선 무대에서는 더 놀라웠다. 강력한 우승 후보 독일과 3-3 무승부를 기록했고, '디펜딩 챔피언' 멕시코를 1-0으로 이겼다. 조 1위 8강 진출이었다. 골짜기 세대라 불렀고 조별리그도 통과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신태용 감독은 세간의 평가를 완전히 뒤집었다. 8강에서 맞붙은 온두라스에 0-1로 석패하며 두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비판보다는 박수가 어울린 대회였음이 분명했다.
본선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했다. 이승우와 백승호 등 해외파 선수를 중심으로 팀을 빠르게 정비했다. U-20 월드컵 조 추첨에서 '복병' 기니, U-20 월드컵 최다우승국 아르헨티나, '축구종가' 잉글랜드와 한 조에 속해 모두가 한숨을 내 쉬었지만, 신태용 감독은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결과로 보여줬다. 공식 개막전인 기니전에서 3-0으로 완승했고, '대어' 아르헨티나를 2-1로 잡았다. 주체할 수 없는 젊은 선수들의 개성을 존중했고, 자신들의 재능을 그라운드 위에서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신경 쓴 결과였다.
16강전에서 포르투갈에 무너지며 도전은 마무리했지만, 비판할 수 없었다. 아시아 대회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하던 팀을 불과 6개월여 만에 세계무대 16강에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대표팀에겐 16강 진출보다 더 중요한 목표가 있다
신태용 감독은 색깔이 뚜렷하다. 자신이 꿈꾸는 축구를 구현할 때, 자신과 팀 모두 빛을 낼 수 있다. 우리보다 강한 팀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칼날을 겨누는 축구 말이다. 선수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재능을 극대화해 보는 이에게 '재밌다'는 느낌을 전하는 것이 신태용의 축구다.
물론, 월드컵은 다르다. ACL이나 올림픽, U-20 월드컵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세계에서 축구를 가장 잘 한다는 선수들과 맞서야 한다. 그러나 월드컵이라고 해서 축구가 아닌 것은 아니다. 똑같은 축구다.
단기간에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기란 불가능하다. 스리백이든 포백이든 수비 숫자 외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지난 3월 폴란드전과 이날 보스니아전에서 확인했다.
물샐 틈 없는 수비 조직력을 갖추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월드컵 개막까지 2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는 실수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다.
무엇보다 신태용 감독은 수비적인 축구에 능하지 않고, 어울리지도 않는다. 스리백과 포백에 대한 고민보다는 자신과 대표팀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신태용 감독이 자신의 색채를 잃지 않길 바란다면 현실을 외면하는 것일까. 신태용은 상대가 두려워 물러서는 것보다 누구와 맞붙든 당당하게 맞서는 축구를 해야 옳다. 외려 이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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