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조이지만 돌아가도 또 할 것" 채용 비리 내부고발 그 후
노조 만들고 비리 제보 후 해고 당해
정신과 약 먹으며 강원도에서 막노동
같은 직장서 일하던 부인도 위협 느껴
"진실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가겠다"
공단, "김씨 해고는 합당하다"
울주군시설관리공단 채용 비리는 어떻게 밝혀졌나
울주군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 채용 비리 사건의 제보자 중 한 명인 김모(37)씨가 울컥하며 가슴을 두드리다 곧 냉정함을 되찾았다. 이 공단은 울산 울주군의 체육·복지 시설 등을 운영·관리하는 공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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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수 포함 8명 기소 의견 송치
이튿날 울산시민연대 등 5개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신 군수를 포함한 채용 비리 피의자들은 즉각 물러나고 공단의 채용 비리를 제보했다가 해임된 노조위원장을 즉시 복직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단은 지난 1월 ‘안전근무 등 지시사항 불이행’ 등을 이유로 김씨를 해고했다. 하지만 김씨는 “안전근무는 체육관리직 업무가 아니다”라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그의 부인(36)은 지난해 9월까지 같은 시설에서 근무하다 공단 산하 다른 문화관광시설로 발령 났다. 부인은 체육시설에서 일한 2014·2015년 성추행을 당했다며 가해자로 지목한 당시 시설장을 지난해 12월 경찰에 고소했다. 이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현재 휴직 중이다. 부인은 “남편이 해고된 뒤 갑자기 감사를 받거나 물건이 없어지는 등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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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에 성폭력 사건까지
Q : 해고 뒤 어떻게 생활하나.
A : 한 달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지금도 심장이 조여와 약을 먹고 있다. 경주·김해·강원도 등지에서 막노동한다. 평생 운동만 하며 건강하게 살았는데 이런 일을 겪고 보니 말할 수 없이 억울하다.
Q : 채용 비리 외에도 예산 낭비, 시설장 갑질 등과 관련해 18차례 신고 혹은 제보를 했다. 왜 이렇게 했나.
A : 17년 경력 체육직으로 입사했다. 부산·함안·통영의 공기업에서도 일했지만 이렇게까지 방만하게 운영한 곳은 없었다. 경험을 살려 제안을 하면 하나도 듣지 않았다. 노조 만들 때도 찍힌다며 못하게 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4급 관리자들이 시설장 같은 요직에 앉아 직원들의 수당 등을 쥐고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했다. 회사에 뭘 제안해도 전혀 들어주지 않으니 제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근무복 구입 관련 예산 낭비 사례를 국민신문고에 넣어 기획재정부에서 우수 사례로 포상금도 받았다.
A : 제보자를 전혀 보호해주지 않더라. 회사가 전자문서를 못 보게 권한을 막았다. 또 저를 알지도 못하는 직원 16명을 포함해 38명에게 저와 일하기 싫다는 탄원서를 내게 했다. 요즘은 아내와 내가 별거 중이고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헛소문이 돈다더라. 지난 2월 시민단체들과 기자회견을 했을 때 ‘강요로 노조에 억지로 가입했다’고 주장한 직원이 경찰 수사결과가 나온 뒤 전화해 ‘회사에서 시켜 거짓말했다’고 고백했다.
Q : 제일 힘든 점은.
A : 문제점을 개선하려 노조를 만든 건데 내가 어깨에 힘주고 호의호식하려고 그런다는 식으로 회사가 꾸며낸 게 정말…. 아내 고향이 울산이라 아는 사람이 많다. ‘결혼하더니 신랑 잘렸다더라’는 얘기 듣고 다니는 게 마음 아프다. 일부 공단 직원들은 명예훼손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Q : 경찰 수사결과가 나왔는데.
A : 속 시원하진 않다. 검찰·법원 거치면서 결국 빠져나갈 사람 다 빠져나가지 않겠나. 내 복직이 중요한 게 아니다. 공기업이 제대로 운영되면 좋겠다. 노조에 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최소한의 견제장치라도 있어야겠다 싶어 만든 거다. 권력을 쥔 한 두 사람이 좌지우지할 수 없도록 노조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나는 공론화라도 했지만 겁이 나 억울해도 그냥 다니는 사람들, 영문도 모르고 불합격한 사람들, 잘린 사람들이 정말 많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갈 거다.
김씨는 공단을 상대로 해고 무효 소송을 하고 있다. 오는 10일에는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서 노조 관련 부당 노동 행위 여부를 결정한다. 공단 측은 “김씨의 해고는 합당하며 직원들에게 탄원서를 강요한 적이 없다. 공단 운영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채용 비리 경찰 수사결과와 관련해서는 “어떻게 조치할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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