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유해무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교리에 목마른 한국교회 위한 맛깔나는 '영적 식사'

천안=김나래 기자 2018. 3. 1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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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충남 천안 고려신학대학원 교정에서 유해무 교수가 13일 인터뷰 전 포즈를 취했다. 유 교수는 지나가는 학생의 이름을 일일이 기억할 정도로 학생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 신대원생 윤성민 전도사가 촬영했다.

지난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지내며 한국교회는 교리에 대한 목마름이 적잖음을 확인했다. 유해무 고려신학대학원 교의학 교수의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복있는사람)는 평생 교회를 위한 신학에 매진해온 정통 신학자가 이런 한국교회 풍토에 화답한 책이라 할 만하다. 삼위 하나님의 사역을 잘 요약하고 있는 사도신경을 토대로 기독교 핵심 교리를 유려하게 풀어냈다.

13일 충남 천안 고려신학대학원 연구실에서 유 교수를 만났다.

-1999년 썼던 교재를 새롭게 다시 썼다고 들었다. 그때와 지금, 한국교회는 어떤 점이 다른가.

“그땐 교인들도 다 읽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착각이었다. 한국교회의 허점이랄까. 개인의 주관적 감정과 경험을 중시하는 미국교회의 영향을 받아 한국교회 안에도 설교의 빈곤화와 교리, 공교회적 전통을 무시하는 반지성주의가 생겼다. 교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한국교회는 양적으로나 질적인 면에서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교리 교육의 실패로 기독교인들이 세상 속에서 제대로 살지 못한다는 지적 같다.

“교회 장로였던 전직 대통령의 검찰 출두 자체가 한국교회의 현재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신자는 죄가 무엇인지 알고 사죄함을 받아 감사함으로 다시 죄를 범치 않아야 하는데 검찰에 불려나가는 빌미를 줬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당시 보좌진과 장관들 중에 ‘대통령 이전에 신자입니다’라며 직언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을까. 그가 장로가 되기까지 했던 신앙고백과 훈련이 있었을 텐데, 그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다.”

-책에서 ‘한국교회는 복음으로 한국인의 심성과 삶의 모습을 개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인의 심성에 있는 기복을 언급하면서 그것이 마치 기독교의 특징인 양 강조해 왔다. 한국 기독교는 ‘별종의 기독교’가 됐다. 내 영혼만 천국에 가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교회의 공적개념은 사라졌다. 또 현세의 복을 강조하다 보니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대하지 않는다.”

-말씀의 참된 설교, 성례의 올바른 집행을 교회의 양대 표지로 제시했다. 한국교회의 설교는 무엇이 문제인가.

“지금 목사들이 교리에 대한 진정한 이해 없이 설교한다. 사실 성경 자체가 곧 설교다. 선지자들이, 모세가 신명기 2장에서 한 것도 설교다. 신약도 마찬가지로, 바울 서신도 처음 전달됐을 땐 낭독함으로써 듣는 설교였다. 그들이 그 시대의 설교를 했듯 지금의 설교자가 필요하다. 파송 받은 목사는 주일 아침 설교단에 서기 전 골방에서 파송하신 이로부터 선포할 말씀의 내용을 받아서 전해야 한다. 한번 목사 안수를 받으면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자세가 가장 큰 문제다. 신학교에서 신학만 가르칠 게 아니라 성경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한국교회 안에 성령의 능력과 은사를 둘러싼 논란이 많다.

“성령 하나님은 성경을 쓴 저자인데 자꾸 성경에 맞춰 성령 하나님의 사역을 제한하려 해선 안 된다. 성령 하나님의 사역을 가시적으로만 이해하려는 것도 성령을 제한하는 것이다. 성경공부하면서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하나님의 무궁무진하심을 깨닫는 것, 회개해도 하나님을 닮을 수 없는 내가 깨닫고 회개하는 것도 모두 성령 하나님의 사역이다.”

-신학자가 아니라 신앙인으로서 삼위일체 교리를 언제 어떻게 깨닫는가.

“기도할 때다. 내가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를 수 있는 것 자체가 예수님 덕분이고, 성령께서 해 주신 것이다. 기도를 자꾸 간구로 제한하는데, 기도 자체가 삼위 하나님의 임재다. 기도는 교제의 순간이고 언약의 계속이다. 기도는 일종의 튠(tune), 주파수를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전까지 주님과 맞추는 것이다. 주님은 우리를 보고 계시고, 하나님을 떠나 살 수 없다.”

-책 제목의 ‘우리’는 누구를 지칭하나.

“백성, 하나님의 언약백성이다. 부름 받아 교회에서 형성되고,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세상에 파송 받아 세상을 하나님 나라, 영광의 현장으로 만들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교회를 위한 신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해 보인다. 교단 밖 활동은 거의 안 한 걸로 알고 있다.

“네덜란드 유학 시절, 지도교수는 학자로서의 위치를 포기하면서까지 교회를 위해 일했다. 네덜란드 개혁교회로부터 7년간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했다. 네덜란드 교회에서 받은 사랑을 한국교회에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 철저하다. 감사하게도 명예나 누가 날 알아주는 것에 대해 무감각하다. 하나님만 알아주면 전혀 두렵지 않다.”

천안=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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