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는 지금]사드 한파 뚫은 중한석화, NCC '대륙 넘버2' 눈앞

[아시아경제 우한(중국)=김혜원 특파원]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최대 석유화학 합작 프로젝트로 꼽히는 중한석화. 지난 3일(현지시간) 중국 내륙 중심 후베이성의 성도 우한시에서 차로 50여분 달려 도착한 중한석화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갈등이 무색할 만큼 활기가 돌았다. 쉬는 날에도 중국인 총경리가 직접 회사 소개를 위해 열의를 갖고 나섰다. 중한석화는 2013년 10월 SK이노베이션의 화학 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과 중국 최대 국영 화학사 시노펙이 각각 35대 65 비율로, 총 3조30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한중 합작사다. 상업 가동 첫 해 흑자를 시작으로 4년 동안 총 1조600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중국을 국빈 방문한 당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양국 기업의 협력 성공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산업의 쌀' 빚는 중한석화…한중 합작 경쟁력 최대 활용= 서울 여의도 크기의 총 면적 90만평 부지에 들어서자 납사(Naphthaㆍ나프타)를 분해해 석유화학의 기초 원재료인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설비(NCC)가 육중한 몸집을 뽐냈다. 장치 산업 특성상 설비만 보일 뿐 전체 직원이 1000여명이지만 현장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여기서 만드는 기초 유분은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등 합성수지와 합성섬유, 합성고무 원료로 재탄생해 각종 석유화학 제품의 중간 소재로 쓰인다. 자동차ㆍ전자ㆍ통신ㆍ섬유ㆍ건설 산업의 손길을 거쳐 자동차ㆍ타이어ㆍ컴퓨터ㆍTVㆍ스마트폰ㆍ의류ㆍ모자ㆍ이불ㆍ화장품ㆍ의약품ㆍ벽지ㆍ칫솔ㆍ치약 등 완제품을 생산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원료를 빚는 공장인 셈이다. 석유화학 산업과 기초 원료 에틸렌이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중한석화의 에틸렌 연간 생산 능력은 80만t이다. 2020년까지 증설을 거쳐 110만t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에틸렌을 중합해 제조하는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등 중한석화 공장 내 중간 소재를 합한 총 생산 능력은 신규 및 개조 공정을 통해 현재 220만t에서 320만t으로 100만t 늘릴 계획이다. 한중 기업이 사드 갈등 후폭풍으로 경영 난관에 부딪힌 시기에 중한석화는 되레 외형 확장을 택한 것이다. 이는 호황을 이어가는 석유화학 업황에 발맞춘 선제 투자 차원이지만 상호 경쟁력에 기반한 두 기업의 '무한 신뢰'가 큰 바탕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원근 중한석화 부총경리는 "2014년 공장 가동이 어려웠을 때 SK종합화학에서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보내 1인당 생산성을 최상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면서 "시노펙은 우리가 지분을 투자하고 이익만 챙기는 외자 기업이 아닌, 문제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함께 해결하려는 친구라는 믿음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관쩌민 중한석화 총경리도 "시노펙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석유화학 공장을 운영한 SK의 경험과 노하우가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한석화의 성공은 50년 넘은 SK의 석유화학 공장 운영 노하우와 설비 국산화 비율이 90%에 육박하는 시노펙의 기술력, 나프타 원료 수급 능력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인 셈이다. 중한석화는 공장에서 불과 10㎞ 떨어진 시노펙 정유 공장에서 배관을 따라 안정적으로 나프타 원료를 받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주춤'…'차이나 인사이더' 전략 정면 돌파= SK종합화학의 중국 파트너인 시노펙이 자사 NCC 11개를 대상으로 자체 실시한 경쟁력 평가에서 중한석화는 운영 비용, 수선 효율, 에너지 원단위, 장치 손실률 등 4개 부문에서 1위에 올라 종합 평가 2위를 차지했다. 특히 1인당 생산 효율은 시노펙과 합작한 외자 NCC 중 1위를 차지했다. 김규성 중한석화 기술관리부장은 "석유화학 공장은 원료 투입 대비 수율에 따라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실적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공장 운영 노하우와 육로 및 해상 운송 허브, 최신 설비 등으로 효율이 굉장히 높아 최근 영업이익률 2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한석화의 실적에서 눈여겨 볼 항목은 부채 비율이다. 이 회사의 부채 비율은 2014년 말 234%에서 지난해 말 35%로 뚝 떨어졌다. 반면 세전이익은 1억8000만위안(약 307억원)에서 36억4000만위안(약 6188억원)으로 급증했다. 짧은 기간 벌어들인 돈의 절반을 설비 재투자로 쓰면서도 부채를 꾸준히 갚았다. 이 부총경리는 "2020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7400억원을 들여 추가 증설을 마칠 것"이라며 "차입에 의존하지 않고 이익을 가지고 재투자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예정대로 증설이 끝나면 중한석화는 중국 내 2위 NCC 공장으로 도약한다.
중한석화의 눈부신 성장 이면에는 그늘도 없지 않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이 NCC 산업을 외자에 개방했지만 원유 도입이 가능하거나 원천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액슨모빌과 영국의 BP 등 일부 국가 기업에 막혀 한국에는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시노펙의 환심을 산 것이 바로 SK그룹의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이다. 이는 "국경 없는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은 최적의 파트너를 찾아 파트너링을 해야 한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 소신에 따른 것으로, SK그룹 계열사가 해외 대표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자원ㆍ기술ㆍ마케팅 역량을 나누는 협력 모델을 뜻한다. SK종합화학의 고도화 설비 운영 노하우가 필요한 시노펙의 니즈를 공략한 셈이다. 하지만 도중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중한석화 프로젝트는 2011년까지 중단되는 고비를 맞기도 했다. '중국에 제2의 SK를 건설하자'는 최 회장의 '차이나 인사이더' 방침에 따라 뚝심으로 밀어붙인 결과 지금의 중한석화가 탄생한 것이다.
중한석화의 성공은 중국시장에서 SK그룹에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 SK종합화학과 시노펙이 추가 협력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앞서 2016년 본사를 중국 상하이 사무소로 옮기고 글로벌 최대 화학시장인 중국 중심의 화학 사업 가속 의지를 밝혔다. 특히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패키징과 오토모티브 등 고부가가치 사업의 중국 내수 공략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이 부총경리는 "중한석화의 성공으로 시노펙과 SK 간에 신뢰가 돈독해졌다"면서 "앞으로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있으면 같이 하기 위해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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