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를 찾아서] 한달 담뱃값에 식모를 두다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소녀들은 남의 집 부엌에서 서울살이를 시작하곤 했습니다. 이른 새벽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식구들이 다 들어온 후 문단속까지 마친 뒤에야 잠자리에 들었던 그들은 도시의 가정 살림을 움직이는 동력이었고, 농촌의 경제를 일부 지탱하는 버팀목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여공이 산업 일꾼으로 인정받았던 것과는 달리 '사적인 영역'으로 분류된 이들의 존재는 언제나 그늘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 한 달 담뱃값에 식모를 두다
영자는 가난한 시골 농삿집에서 태어났다고 말했다. 농삿집이라야 밭 두 뙈기뿐이어서 굶기를 밥 먹듯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로 식모살이 온 것은 오로지 배불리 먹어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러나 식모살이만큼 견디기 어려운 일도 없었다고 말했다. -『영자의 전성시대』 1960년대 경제개발이 궤도에 오르면서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도 심화합니다. '한 입'이라도 줄여야 했던 시대, '딸'들은 떠밀리다시피 서울로 향했습니다.
자기네는 전부 방에서 먹는데 나만 부엌에 혼자 앉아 덜덜 떨면서 먹어야 했다. … 밤에는 열두시나 되어야 겨우 바닥에 등을 붙이게 될까 한데 새벽 다섯 시가 되기가 무섭게 깨워댔다. - 윤정용, 『식모살이 가기 싫어서 시집갔는데: 신을 받은 여자』 아줌마들이 나 같은 애들을 이름 대신 ‘우리 계집애’, ‘그년’ 이렇게 말씀하시는 데는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픈지 모른다 - 이혜현, 『가난도 죄인가』중 '식모살이는 고달파' 낮은 학력과 나이, 그리고 종속적 고용 관계 등은 식모들에 대한 인격 무시로 이어졌고 이와 관련된 각종 사건 사고가 신문 지상을 뒤덮기도 했습니다. 어린 식모 혼자 집을 지키다 강도를 당해 목숨을 잃는 사건도 있었고요.
①기술의 발전 과거 식모들이 했던 업무 중 많은 것들이 세탁기, 가스레인지 등 가전제품들로 대체되기 시작했습니다.
②임금 상승 여기에 급격한 산업화로 일자리가 많아지면서 임금도 높아져 일반 가정이 감당하기엔 어려워졌습니다. 농촌 여성들 또한 교육 수준이 올라가면서 더는 ‘하녀’ 같은 대우를 받는 식모를 찾지 않게 됐습니다.
③식모 대신 가정부 정부와 YWCA를 중심으로 ‘시간제 가정부’ 전환 운동이 고양된 것도 한 요인이 됐습니다. YWCA는 1966년부터 가정부 교육을 자체적으로 시행해 소속 회원 가정에 파견을 시작했습니다.
식모는 10대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1987년 조사 결과에 의하면 가정부의 평균 나이는 45세로 올라갑니다.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가사는 사적 영역이라는 인식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수요도, 종사자 수도 많지 않아 이를 전문직업화하는 데는 유보적인 분위기였죠.
━ IMF 이후 가사노동 시장으로 대거 유입
하지만 IMF 경제위기 이후 분위기가 바뀝니다. 해고와 대량실업, 노동의 유연화로 인한 비정규직 양산, 그로 인한 빈곤층의 발생. 그리고 이혼율 증가로 여성 가장이 늘면서 식모, 파출부, 가사노동자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집니다. 주부들의 경제적 독립에 대한 분위기도 고조됩니다. 아이들 학원비를 보태거나 해외여행 경비 모으기, 각종 모임 비용 충당 등을 위한 부업으로도 활용됩니다.
수요층도 확대됩니다. 기존엔 영세 중개업체에 상당 액수의 가입비를 내야 소개를 받을 수 있어 일회성 서비스를 받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가사도우미와 수요자를 모바일 앱으로 연결해주는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비정기적으로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1인 가구 등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된 것이죠. 언제까지나 가사서비스를 비공식으로 내버려 두기 보다는 공식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산업으로 양성해 세금을 거두는 게 합리적이라는 계산도 나옵니다.
이런 배경에서 정부는 1월 27일 ‘가사근로자 고용개선 법률 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고용보험을 비롯한 4대 보험을 적용받게 되고, 근로기준법과 같은 노동관계법의 권익도 누릴 수 있습니다. 현재 국회 계류된 이 법안은 통과되는 대로 1년 유예 기간을 거쳐 시행됩니다. 이에 대한 당사자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영상=왕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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