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요양원이지만 가정집 분위기 느껴지는 곳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이 어떠한 곳인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은 무엇을 하는 곳인지 그 명칭 자체부터가 낯설다. 그러나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은 엄연히 노인복지법에 나오는 요양시설의 법적 용어다. 노인복지법 제34조 노인 의료복지시설을 살펴보면 노인요양시설(요양원)과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2.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 등으로 심신에 상당한 장애가 발생하여 도와야 하는 노인에게 가정과 같은 주거여건과 급식·요양, 그 밖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함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
노인복지법에서 두 시설을 설명한 내용을 보면 모든 것이 똑같은데 노인 요양 공동생활가정에는 ‘가정과 같은 주거여건’이라는 문구가 더해진다. 노인복지법만을 놓고 본다면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은 ‘가정과 같은 주거여건’을 갖춘 요양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정과 같은 주거여건’을 갖춘 요양원이란 곳이 따로 있는 것일까? 일단 노인 요양 공동생활가정이라는 시설의 명칭을 풀어서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노인 요양 공동생활가정은 노인(65세 이상으로) 요양(요양이 필요하신 분들이) 공동생활(재가가 아닌 시설에서) 가정(가정집 혹은 가정집 같은 주거에서 요양 받는 곳)이라는 뜻이다. 법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노인 그룹홈’이라고도 부른다.
실제로 상당수의 노인 요양 공동생활가정은 빌딩이 아닌 단독주택이나 큰 평수의 빌라와 같은 가정집 형태를 띠고 있다. 요양원이 많은 인원이 생활하는 대학교 기숙사라면 노인 요양 공동생활가정은 ‘응답하라 1988’ 드라마에서 나온 것처럼 1980~90년대 대학가 앞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하숙집과 비슷한 형태로 보면 된다.
두 시설의 차이는 단지 법적으로 허용하는 최대 입소정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요양원은 정해진 가이드라인에 의해 운영을 하지만, 노인 요양 공동생활가정은 운영자인 원장의 직접 감독을 받는다. 따라서 요양원은 시스템, 프로그램, 시설, 요양보호사의 전문성 등이 중요한 선택기준이 되지만 가정집 같은 노인 요양 공동생활가정은 원장의 전문성과 마인드에 따라 분위기와 서비스가 결정된다.
━ 대학가 하숙집 같은 분위기 마치 80년대 주인을 잘 만나면 개인적으로 아들딸처럼 따뜻하게 대해주면서 식사도 챙겨주고 인생상담도 해주는 대학가 앞 하숙집과 같다. 이에 반해 대학기숙사는 사감이 일일이 학생들 식사를 챙기고 사소한 고민을 들어 줄 수 없는 것처럼 요양원은 원장 개인의 능력보다 잘 갖추어진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
가정형으로 꾸며진 곳은 보통 방 4~6개 정도에 거실, 화장실 및 사무실용 방을 갖추고 있다. 말 그대로 큰 집에서 같이 생활하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입소한 분들에게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바로 원장이 알 수 있어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하다. 또한 원장 입장에서 요양보호사가 제대로 어르신을 돌보고 있는지 언제나 근접거리에서 확인할 수 있어 관리·감독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으론 시설장인 원장에 따라 많은 것이 좌우된다는 점이다. 좋은 능력과 마인드를 가진 원장이 운영하면 더할 수 없는 좋은 곳이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서비스 부재의 사각지대가 될 수도 있다. 요양원은 규모가 크고 인력이 많을 뿐더러 정부의 감사를 자주 받기 때문에 어느 정도 운영상태가 노출되어 있다. 이에 반해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은 작은 규모로 가정집 같은 형태를 띠고 있어 요양원보다 폐쇄적이다. 설혹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해도 그 사실을 외부에서 알기 어려운 점이 있다.
━ 한달 비용 60만~70만원 요양원과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의 월 비용은 60만~70만원 선으로 큰 차이가 없다. 또한 두 시설 모두 장기요양등급 1~2등급이 있거나 적어도 시설등급을 받아야만 입소가 가능하다는 점도 동일하다. 따라서 어느 곳이 더 좋을지는 경제적인 여건이나 건강상태보다는 입소자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사교성이 좋아 많은 사람과 잘 어울리며 대형 시설 안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데 적극적인 어르신이라면 요양원이 적합하다. 그러나 기숙사 같은 시설보다는 소수의 입소자와 가정집 같은 분위기에서 지내고 싶다면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은 명칭이 낯설어 그 수가 적을 것 같지만 2018년 2월 현재 1959곳이 운영되고 있어 요양병원보다도 더 많다. 정부에서 비용의 80%를 지원해 주기 때문에 시설허가나 운영에 대해 정부가 관리·감독을 하고 있으며 운영상태 평가도 내리고 있다.
A등급과 B등급을 합쳐도 186곳으로 전체 1959곳의 10%도 채 안 된다. 따라서 가능하면 A나 B등급을 먼저 검토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C등급도 살펴보도록 한다. 평가등급은 시설 및 운영상태를 88개 평가지표로 나누어 서류 심사한 것으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니 직접 방문해 눈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시설장인 원장과 상담을 통해 원장이 가지고 있는 운영철학, 전문성, 인성을 꼼꼼히 체크하고 입소해 있는 어르신들의 분위기를 살펴보는 것이 평가등급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이한세 스파이어리서치&컨설팅 대표 justin.lee@spireresear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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