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닌텐도 정신, " 고깃덩어리 놓고 개처럼 싸우지 마라"

이현 2018. 2.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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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의 글로벌 J카페]
'스위치'로 화려하게 부활한 닌텐도
.8년만에 최고 실적 올리며 대박 대열
소니, ms가 게임 메니어 집중할 때
닌텐도는 게임 문외한 친근 공략
"조작 쉽게, 누구든 즐길 수 있게" 철학
마리오·포켓몬 등 '캐릭터의 힘'도

하수도 속에서 좌우로 이동하는 배관공 슈퍼 마리오는 이제 옛말이다. 새로워진 슈퍼 마리오는 3차원 바닷속을 헤엄치고, 숲속에서 360도 원하는 방향으로 달린다.

'굼바(버섯 모양의 악당)'가 나타나면 옛날처럼 점프해 머리를 밟아도 된다. 자이로 센서가 들어있는 조이스틱을 휙 흔들기만 해도 모자가 튀어나가 처치한다. 달나라까지도 날아가는 '오디세이호'를 타면 양손에 쥔 조이스틱이 묵직한 엔진 소리에 맞춰 진동한다. ‘닌텐도 스위치(Switch)’로 실행한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게임 이야기다.

슈퍼 마리오도, 닌텐도도 변했다. 닌텐도는 지난해 3월 출시한 닌텐도 스위치로 부활의 스위치를 올렸다. 닌텐도 스위치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약 1500만 대 팔렸다. 일본에서는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도쿄 시내 전자제품점에서는 지난해 말까지도 예약판매는커녕 추첨이나 선착순으로만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지난해 3월 출시된 닌텐도 스위치는 지난해 말까지 전세계에서 약 1500만대 팔렸다. [중앙포토]
닌텐도는 지난해 4분기 4829억 엔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보다 177% 늘었다. 2009년 이후 분기 실적으로 최고치다.

주가도 크게 올랐다. 닌텐도 주가는 2008년 6월 6만3800엔을 정점으로 했다가 한때 8060엔까지 추락했다. 스위치 판매를 시작한 이후 최근 1년 사이 83.17% 올랐다. 지난 13일 마감가는 4만4400원을 기록했다.

발행 주식수에 주가를 곱한 시가총액은 9년 만에 6조원을 넘겼다. 1년 전 일본 증시에서 시총 31위에 그쳤던 닌텐도는 지난달 시총 10위(6조7958억엔)에 올랐다.

‘닌텐도 정신’이 위기 때마다 빛을 발한 결과다. 닌텐도(任天堂)의 ‘닌텐(任天)’은 ‘하늘의 뜻에 맡긴다’는 뜻이다. (닌텐도의 모태 사업은 '운'에 좌우되는 화투였다) 달리 보면, ‘닌텐’은 ‘운은 하늘에 맡기고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의미도 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닌텐도 스위치가 2015년 세상을 떠난 이와타 사토루(岩田聰) 전 사장의 신념으로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2002년 취임한 이와타 전 사장은 침체에 빠진 닌텐도를 살리기 위해 숙련자가 아닌 남녀노소가 보편적으로 즐기는 게임 시장을 공략했다.
슈퍼 마리오와 동생 루이지 마리오[중앙포토]
마이크로소프트(MS)의 XBOX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은 게임 매니어가 열광하는 복잡한 첨단 게임기다. 하지만 게임 ‘문외한’의 눈에 PS의 컨트롤러는 너무 복잡해 무얼 눌러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울 정도다. 상대적으로 닌텐도는 작동법이 쉽다. “게임기는 조작이 쉬워야 한다”는 게 이와타 전 사장의 원칙이었다.

2004년 출시한 닌텐도DS는 십(+)자 버튼에 익숙하지 않은 비숙련자, 중장년층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터치펜을 달았다. 펜 하나로 '동물의 숲'에서 전갱이를 낚고 '두뇌트레이닝' 문제를 풀 수 있었다.

2006년 나온 닌텐도Wii(위)는 컨트롤러를 손에 쥐고 팔을 흔드는 방식이었다. 작동법이 더 쉽고 가족 친화적이었다. 게임도 대체로 밝고 친숙하다. 마리오나 포켓몬 게임을 즐기는데 새로운 세계관을 익힐 필요도 없다.
닌텐도는 2004년 터치펜을 활용한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를 출시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사진은 닌텐도DS의 경량 모델로 나온 닌텐도 DSL [중앙포토]
『닌텐도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의 저자 제프 라이언은 "지난 20년 동안 닌텐도를 따라다닌 공포는, 남자아이들이 어른이 되면서 어릴 적 갖고 놀던 장난감과 멀어지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핵심 고객층을 놓고 XBOX 360과 PS3가 고깃덩어리를 놓고 싸우는 개들처럼 돼 버렸다"며 "그 바람에 닌텐도는 '신대륙'을 개척하면서 캐주얼한 고객들의 점심시간, 빈둥거리는 시간을 차지하기로 했다"고 분석했다.

2015년 이와타 사장의 뒤를 이어 기미시마 타츠미가 새 닌텐도 사장이 됐다. 그는 재무경영 전문가다. 기미시마 사장 체제에서도 닌텐도 정신은 이어졌다.

은행원 출신인 기미시마 사장은 경영에 집중하고, 이와타 전 사장과 함께 닌텐도의 전성기를 열었던 게임 개발자 미야모토 시게루가 소프트웨어 등 개발을 지휘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기미시마 사장이 여러 번 반복해 읽은 책이 '카덴쇼(花伝書)'다. 카덴쇼는 노가쿠(일본 전통 연극) 연기자이자 이론가인 제아미의 비전서다. 카덴쇼에 담긴 제아미의 지혜 중 하나가 "새로움을 주는 것이 재미로 이어진다"는 생각이다.
닌텐도는 경쟁사 게임기와 달리 조작이 간편하고 경쾌한 디자인을 지향한다. [중앙포토]
닌텐도의 전작들처럼 스위치도 새로우면서도 단순하다. 본체 화면 양옆의 조이콘(컨트롤러)은 탈착이 가능하다. 집에서든, 밖에서든 양손에 쥐고 모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TV에 연결한 독에 본체를 끼우면 가정용 콘솔 게임기가 되고, 본체를 들고 외출하면 휴대용 게임기가 된다. 조이콘을 형광 빨강, 형광 파랑으로 만든 디자인은 경쾌하다.

슈퍼 마리오(맨 밑 박스 기사 참고), 젤다의 전설, 포켓몬 등 지식재산권(IP)도 힘의 원천이다. 닌텐도는 지난달 31일 실적 발표 후 슈퍼 마리오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유니버설 픽처스가 공동 투자하고, ‘마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 시게루 이사가 공동 제작자로 참여한다. 테마파크 '슈퍼 닌텐도 월드'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개장을 준비 중이다.
일본 닌텐도는 지난해 ‘포켓몬 고’로 모바일 게임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다. [중앙포토]
모바일 시장 공략에도 닌텐도 고유의 캐릭터를 동원하고 있다. 닌텐도 자회사 포켓몬 컴퍼니는 포켓몬 게임을 생동감 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위성 위치추적 시스템(GPS)에 기반을 둔 증강현실 게임 '인그레이스'를 개발한 나이언틱과 손을 잡았다.

2000만 달러를 나이언틱의 새 게임에 투자했다. 이 게임이 한때 한국에서도 떠들썩했던 '닌텐도 GO'다. 다음은 마리오다. 닌텐도는 내년 3월까지 인기 게임시리즈인 '마리오 카트'를 스마트폰 게임으로 개발해 선보일 예정이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 닌텐도의 간판 스타 '슈퍼 마리오'

'동키콩'을 개발한 미야모토 시게루 대표는 '마리오의 아버지'로 불리운다.[중앙포토]
1980년 닌텐도 북미 지사는 처치곤란이 된 아케이드 게임기 재고 2000대로 골머리를 썩었다. 닌텐도가 북미로 보낸 아케이드 게임기 '레이더 스코프' 판매가 부진해 3000대 중 3분의 2가 창고에 쌓여있었다. 닌텐도 본사는 이 재고 게임기를 재활용할 방법을 찾기 위해 사내 공모전을 열었다.

1977년 입사한 신참 미야모토 시게루의 아이디어가 채택돼 1981년 '동키콩' 게임이 만들어졌다. 동키콩 이라는 몸집 큰 원숭이가 숙녀를 납치하고, ‘점프맨’이 동키콩이 던지는 통을 피해 숙녀를 구하는 스토리다. 주연이지만 동키콩보다 존재감이 없었던 점프맨에게 할당된 색은 3개뿐이었다. 1픽셀짜리 눈은 셔츠에 넣었던 파란색으로, 단추는 얼굴과 손에 썼던 살구색을 활용했다. 머리칼을 표현하기 힘들어 빨간 모자를 씌웠고 더 쓸 수 있는 색이 없어 바지도 빨간색이 됐다.

동키콩 게임이 성공하자 점프맨도 이름이 생기고 1985년 자체적인 게임 시리즈로 독립했다. 마리오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이자 뉴욕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는 배관공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마리오라는 이름은 아케이드 게임기 재고를 쌓아놓았던 창고 주인 이름에서 따왔다는 설이 있다. 창고 임대료를 못내는 닌텐도를 쫓아내겠다고 위협하는 창고 주인 마리오 시걸이 콧수염이 난데다 흥분해 펄쩍 뛰는 모습이 점프맨 캐릭터와 닮았다는 이야기다.

마리오의 인기는 여전하다. 지난해 말일 기준 닌텐도 스위치용 게임인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는 900만장, ‘마리오 카트8 디럭스’는 730만장 판매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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