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윤의 다시 쓰기] ④종량제 쓰레기봉투 안내문
이번 설 연휴에 가족·친지들과 정겨운 시간을 보내고 계시나요. 모처럼 선물을 주고받고, 함께 음식을 먹다보면 즐거움이 쌓이지만 그만 부산물로 다양한 쓰레기가 나옵니다. 플라스틱·병·종이 등 재활용이 가능한 품목을 제외하곤 일반용 혹은 음식물용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게 되죠.
장바구니로 한 번 쓰고나서 종량제 봉투로 다시 쓴다는 점에서 '재사용'은 맞습니다. 하지만 쓰레기를 담아 버리고나면 다시 쓸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솔직히 쓰레기봉투가 집에 수북이 쌓여 있으면 그만큼 쓰레기를 '자주' '많이' 버리게 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번거롭더라도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게 환경 보호엔 낫겠죠.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종량제 봉투 안내문에 '과태료' 부분도 있습니다. 종량제 쓰레기 봉투에 허용되지 않는 것을 넣거나, 혹은 종량제봉투가 아닌 다른 봉투에 쓰레기를 넣어 버리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됩니다. 성남시 봉투 안내문에는 '최대 100만원 이하'라고 표시돼 있네요. 이는 '최대 100만원' 혹은 '100만원 이하'로 쓰는 게 맞습니다. '역전앞'(驛前앞)'이란 말을 과거에 흔히 썼지만 '전'과 '앞'은 같은 의미죠. '역의 앞쪽'을 일컫는 말로는 '역 앞' 또는 '역전'을 쓰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최대 100만원'과 '100만원 이하'를 합쳐 '최대 100만원 이하'라고 쓸 필요는 없습니다.
코·입에 봉투가 붙거나 묻는 것이 왜 위험한지 보다 친절하게 설명해주면 좋겠어요. 그래야 이 문구를 읽는 어린이도 더욱 조심하지 않을까요. 이 지자체의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보다 좋은 설명이 있군요. '유아나 어린이에게 질식 등의 위험이 따르므로 놀이의 재료로는 부적합합니다'라 돼 있습니다.
유아·어린이를 염두에 둔 안내는 '유아나 어린이가 가지고 놀다가 봉투가 코와 입을 막으면 질식 등의 위험이 있으니 조심하세요' 정도로 하면 어떨까요. 쓰레기봉투가 어린의의 코·입에 '붙거나 닿는' 것이 왜 위험한지를 보다 잘 설명해 줄 수 있겠네요.
제가 사는 아파트 게시판에도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선 안 되는 것에 대한 공지가 종종 올라옵니다. 눈여겨보닙다만 이내 잊어버리게 됩니다. 부천시 사례처럼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넣어선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림으로 표시하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이네요.
쓰레기를 버리는 만큼 수수료를 내는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는 1995년 도입됐습니다.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최근엔 '1인 가구 증가'가 반영됐지요. 1L, 2L짜리 소형 봉투가 추가됐습니다. 종전엔 일반 가정용 종량제 봉투론 5L, 20L짜리만 있었습니다.
설 연휴엔 집마다 쓰레기가 많이 쌓일 것입니다. 환경을 위해선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저부터라도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용기를 되도록 적게 써야 하겠어요. 포장재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 제품도 되도록 사지 않겠습니다. 과도한 포장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고, 포장재를 재활용 품목으로 분리해야 하는 수고를 또 감수해야 하니까요. 저희 집에서 쓰레기 당번은 저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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