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여행처럼, 여행은 일상처럼"..'효리네' 스며든 소확행
민경원 2018. 2. 13. 17:47
프로그램 자체도 제주도 풍광보다 이들의 삶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민박객은 궂은 날씨로 집 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방송도 몽골식 텐트인 게르나 실내에 설치된 벽난로 앞에 모여앉아 대화하는 장면이 많아졌다. 민박에선 ‘잘 먹이고 잘 재우기’를 새 모토로 삼고 이른 아침 요가 수업이나 채식 권장 대신 삼계탕 같은 보양식마저 준비한다. 정효민 PD는 “계절이 바뀌면 사람의 행동도 달라지기 마련”이라며 “정원에 마련된 노천탕 등을 보며 시즌2를 하면 겨울에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저속 촬영 후 빨리 돌려서 보여주는 타임랩스 기법과 우박 떨어지는 소리, 장작 타는 소리 등 사운드를 통해 날씨의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소확행은 올 한 해 트렌드를 전망한 『트렌드 코리아 2018』이 언급한 내용 중 가장 즉각적 반응을 얻고 있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공동 저자로 참여한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욜로 열풍이 멋진 곳으로 떠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인증샷을 찍는 행위로 대표된다면, 소확행은 그 여행을 누구와 함께하는지가 더 중요한 ‘원마일 이코노미(주변 1.6㎞ 안에 모든 걸 배치해둔다는 뜻)’에 가깝다”며 “여행이 더 이상 도피가 아닌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 여행은 일상처럼, 일상은 여행처럼 살고 싶은 욕구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식당 2'의 김대주 작가는 “사실 가라치코는 마을이 너무 작고 관광지 같은 느낌이 없어서 답사 초반 그냥 지나쳤던 곳이다. 하지만 테네리페 섬을 돌면서 네 번이나 다시 되돌아왔다. 그 사이 서로 알아보고 인사하면서 작은 마을이 가진 장점에 끌려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진주 PD는 “풍경도 멋지지만 가장 아름다운 건 아침을 여는 동네 사람들이나 거리 곳곳에서 만나면 서로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었다”며 “시즌1에서 식당 운영 부분이 중점적으로 담겼다면 이번에는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좀 더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남자는 ‘GQ’, 여자는 ‘보그’ 같은 잡지로 대표되는 삶의 지향점을 이제는 예능으로 소비하게 된 시대”라며 “동경하거나 닮고 싶은 부분이 없다면 프로그램으로서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모두 스페셜티 커피를 마실 때 ‘효리네 민박’이 다도를 보여준 것처럼, 새로운 문화적 취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먼저 나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나 야외판 ‘힐링캠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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