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콧이 온다.. 극장가 들뜨게 할 영화 다섯 편
[오마이뉴스 김성호 기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데 2018년이란 새 부대에 담긴 한국영화는 관객들의 마음에 영 차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신과함께-죄와 벌>과 <1987>이 1월 박스오피스 1, 2위를 장악한 가운데 1월 개봉작은 제 상영관을 지켜내기도 버거워 보였다. 두 영화는 한 달 내내 다른 신작을 압도하며 매출액 비중 50%를 넘겼고, 멀티플렉스는 이들 영화에 전체 상영횟수의 절반 가량을 내줬다. 1월 신작 가운데 가장 많은 관객이 든 영화는 방학시즌을 노린 애니메이션 <코코>로 200만 명을 모았다.
올해 첫 천만영화로 기록된 <신과함께-죄와 벌>과 그 뒤를 맹렬한 기세로 쫓고 있는 <1987>의 기세가 여전한 가운데, 적지 않은 기대작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부산행>에 이어 연타석 홈런을 노리는 연상호 감독부터 리들리 스콧과 기예르모 델 토로 등 할리우드 거장의 신작도 개봉한다. 마블 기대작 <블랙 팬서>, 주부들의 해리포터 <50가지 그림자: 해방>, 김명민·오달수의 호흡이 빛나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등 시리즈도 여럿이다.
과연 당신을 극장으로 이끌 영화는 어떤 작품일까. 아래 2월 기대작 다섯 편을 가려뽑아 소개한다.
[하나]<염력>
▲ 염력 포스터 |
ⓒ (주)NEW |
특유의 어두운 색채를 조금 덜어낸 자리에 대중영화의 문법을 수용한 연상호의 변신을 가리켜 혹자는 배신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의 가능성을 믿고 기다리는 팬층 역시 두텁다. 모두가 감추고 싶어하는 불편한 지점을 낱낱이 까발려 한국사회의 오늘을 적확히 바라보게끔 한 그의 영화가 보다 대중지향적인 시스템과 만나 어떤 미래를 빚어낼지 관객의 관심이 쏠린다.
<염력>은 어느날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 평범한 가장이 자신과 딸이 처한 현실을 타개해 나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코미디 영화다. 기존 연상호의 애니메이션에서 느낄 수 있던 분위기는 많이 옅어졌지만 참신한 상상력과 문제의식은 여전하다는 평이다. <부산행> 개봉 직후 발표한 애니메이션 <서울역>에서 목소리 출연한 류승룡과 심은경이 아버지와 딸로 출연했다.
자타공인 2018년 초 한국영화 최고의 기대작이다. <부산행>을 흥행시킨 제작사 레드피터와 배급사 NEW가 그대로 호흡을 맞췄다. 1월 31일 개봉.
[둘]<올 더 머니>
▲ 올 더 머니 포스터 |
ⓒ 판씨네마(주) |
젊고 재능 있는 연출자에 견줘도 여전히 경쟁력 있는 리들리 스콧의 재능이 이번에 닿은 곳은 미국의 유명한 재벌3세 유괴실화다. 비할 데 없는 부를 쌓았지만 유괴당한 손자의 몸값으로 한 푼도 내놓지 않겠다던 석유재벌 J. 폴 게티(크리스토퍼 플러머 분)와 아들을 구하려는 엄마 게일 해리스(미셸 윌리엄스 분)의 갈등이 러닝타임 내내 첨예하게 펼쳐진다. 리들리 스콧은 이들의 갈등 가운데 돈이 어떻게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있게 탐구한다.
당초 게티 역에 <하우스 오브 카드>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케빈 스페이시가 출연했으나 지난해 불거진 성추행 파문으로 출연분 전체가 편집되고 재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대체한 배우는 연기경력 70년의 노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로 단 9일 만에 촬영분 전체를 연기하는 강행군을 무리없이 소화해내는 노익장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과연 그 감독에 그 배우다.
리들리 스콧을 필두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마틴 스콜세지, 조지 밀러, 우디 앨런 등 나이든 연출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할리우드의 모습은 전세계 젊은 영화인들에 커다란 귀감이 되고 있다. 한국 영화계가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
[셋]<더 포리너>
▲ 더 포리너 포스터 |
ⓒ 더블앤조이 픽쳐스 |
예순을 훌쩍 넘은 성룡의 액션이 예전 같지 않으리란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할리우드와 중국, 홍콩을 오가며 이어지는 그의 왕성한 활동은 그와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 누구보다 성룡의 시대를 함께 한 마틴 캠벨이 가장 자신 있는 장르 안에서 그를 활용하는 만큼 오랜 액션팬들에겐 기대작으로 꼽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7일 개봉하는 <더 포리너>로 마틴 캠벨이 <그린 랜턴: 반지의 선택> 이전까지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마틴 캠벨은 <압솔롬 탈출> <007 골든 아이> <마스크 오브 조로> <버티칼 리미트> <007 카지노 로얄> 등을 만든 유명 연출자다.
[넷]<흥부>
▲ 흥부 포스터 |
ⓒ 롯데엔터테인먼트 |
때는 조선시대, 홍경래의 난으로 헤어진 형 놀부를 찾기 위해 글을 써온 흥부가 서로 다른 길을 걷는 두 형제의 모습을 보고 '흥부전'을 쓰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장화, 홍련> <전우치> <방자전> <마담 뺑덕> 등이 앞서 시도한 고전설화의 현대적 해석을 감행한 작품으로 오늘날 사람들에게 어떤 울림을 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숨진 김주혁 배우의 유작이다.
[다섯]<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포스터 |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
연구센터 실험실에 갇힌 생명체를 사랑하게 된 사람이 그를 탈출시키고자 한다는 줄거리가 유사한 구조의 <스플래쉬>는 물론 <ET> 이후 쏟아진 타 지성체와의 교감을 그린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1990년대 할리우드 키드들의 추억을 자극한다. 더불어 환상적인 영상을 다루는 데 당대 최고의 기량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기예르모 델 토로의 연출작이기에 영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통속적이고 동화적인 얼개 주변에는 기예르모 델 토로 연출작들에서 자주 발견되는 주변인에 대한 따스한 시선도 그대로 엿보인다. 주인공인 엘라이자는 언어장애가 있는 청소부 여성이며 그 주변엔 흑인 여성 노동자와 게이 등이 배치돼 있다. 예쁘고 화려함만 좇는 여타 상업영화와 방식을 달리하는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가 언제나처럼 주변에서 중앙을 뒤흔들 수 있을지 기대된다.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13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최다분야 후보작으로 특별히 감독과 미술, 촬영 등의 부문에서 강력한 경쟁작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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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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