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 길고양이와 주민 공생위해 1년 간 쓴 돈만 2000만원
밤마다 우는 고양이 소리, 쓰레기봉투 뜯는 모습 목격하고 급식소 설치
TNR 통해 길고양이와 주민들 공생 효과 거둬 시스템화 될 때까지 노력
뉴질랜드·스위스·캐나다 등을 돌며 스노보드 선수 생활을 했던 이시야마씨는 5년 전인 2013년 연습 도중 머리 등을 다쳐 은퇴했다. 같은 해 어머니의 나라이자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사는 서울에 정착했다. 하지만 복잡한 도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2016년 8월 어머니가 사는 강원도 춘천시 사농동의 조용한 마을로 이사를 왔다.
이시야마씨는 “뉴질랜드 등 외국에서 생활했던 선수 시절에도 도시보다는 주로 조용한 마을에 살았다”며 “인근에 어머니가 살고 있고 마을 분위기도 조용해 이곳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시야마씨의 어머니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 문제와 건강 악화 등으로 2012년 한국으로 나왔다. 현재 이시야마씨가 사는 아파트와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시야마씨의 고향은 일본 동북부 서쪽에 위치한 야마가타현 히가시네시(山形縣 東根市)로 인구 5만명이 넘지 않는 조용한 마을이다. 현재 아버지만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시야마씨는 지난해 2월부터 마을 주변에 사는 고양이 개체 수 파악을 위해 아파트와 맞닿아 있는 농수산물 도매센터에서 사료를 주기 시작했다. 그 결과 주변에 40여 마리의 고양이가 사는 것도 파악했다. 밤마다 우는 고양이를 중심으로 11마리를 잡아 중성화 수술도 했다. 이 중 몸이 아픈 고양이는 동물병원에 데려가 치료한 뒤 키우고 있다.
이시야마씨는 “신장에 문제가 있어 평생 관리가 필요한 고양이를 비롯해 5마리를 맡아 키우고 있다”며 “중성화 수술을 한 고양이 중 4마리는 다른 집에 입양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시야마씨는 “일본의 경우 마을 주민들이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고양이가 있어 쥐나 바퀴벌레 등 해충 번식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심지어 마을에 TNR 버스가 오면 주민들이 자신이 보살피는 길고양이를 데리고 가 중성화 수술을 받게 한다”고 말했다.
이시야마씨는 날씨가 따뜻해지는 3월부터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마을 주변 고양이 개체 수는 10마리가량으로 추정된다.
이시야마씨는 “그동안 캣맘들은 주변 사람들과 부딪치는 것이 싫어 숨어서 몰래 밥 주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 방식이 효과를 거둬 시스템화되면 벤치마킹하는 곳이 생기고 마을 이미지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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