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혁명 꿈꾸는 일본-도심 한복판 충전소..하루 30대씩 찾아 저비용 수소 생산 공급 체계 구축에 사활

배준희 2017. 12. 2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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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2일 오전 9시 30분. 도쿄 중심가 신바시역에서 전철로 30분가량 걸리는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시. 도쿄만에 인접한 가와사키시는 도쿄와 요코하마를 잇는 게이힌(京濱) 공업단지(2800만㎡)가 들어서 있는 곳이다. 게이힌 공업단지는 1950~1970년대 일본 경제 고도성장을 이끈 4대 공업단지 중 규모나 생산력 면에서 단연 선두였다. 가와사키시의 인구는 약 150만명. 여러 면에서 한국의 대표 공업도시 울산과 비슷하다. 시청 인근 건물에서 만난 타카히로 후카호리 에코타운 담당 매니저는 창밖 푸른 하늘을 가리키며 “1990년대까지는 대규모 화력발전시설과 석유화학 공장 등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로 마스크 없이는 일상생활조차 힘들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이날 찾은 가와사키시에서는 공업도시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시 북쪽을 가로지르며 도쿄도와 경계선 역할을 하는 타마강은 여느 강과 다르지 않다. 평일 이른 시간이었지만 낚시를 하거나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시민들도 간간이 눈에 띈다. 매연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마스크를 쓴 시민 역시 보이지 않는다. 도쿄만에 인접한 공업단지에서 보이는 뿌연 연기만이 이곳이 한때 공업도시였음을 보여준다.

가와사키시는 1990년대 ‘잃어버린 20년’이 일본 경제를 덮치자 에코타운으로 생존을 모색했다.

2018년 가와사키시는 또 한 번 도약을 준비 중이다. 에코타운을 넘어 일본 전역에 수소에너지를 공급하는 대규모 공급망 구축에 사활을 걸었다. 대표적으로 가와사키시는 여러 기업과 손잡고 2020년부터 동남아시아 브루나이에서 수소를 가져와 LNG발전소에 공급하는 실증 사업을 추진 중이다. 브루나이 현지에서 생산된 LNG에서 수소를 분리한 뒤 이를 액화해 5000㎞ 떨어진 가와사키시로 가져오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연간 수입 물량은 210t 정도. 수소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다카사키 토모히로 가와사키시 임해부사업추진부 매니저는 “브루나이에서 가져온 액화수소를 가와사키시 임해부에 건설 중인 탈수소플랜트로 옮겨 수소를 추출한 뒤 화력발전의 연료로 공급하는 프로젝트로 2020년 상용화가 목표다. 수소를 대량으로 수입해 생산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천연가스에 수소를 섞어 전기를 생산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 2020년 후반에는 수소를 이용한 발전 비용을 1㎾당 17엔(약 170원) 이하로 낮춰, 10엔대 후반인 일반 화력발전소와의 격차를 줄일 계획이다”라고 기대했다.

12월 중순 방문했던 일본은 추상적인 구상 단계에서 벗어나 대량생산을 통해 수소를 국가 기간산업의 ‘쌀’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도처에서 목격됐다. 수소사회로 본격 진입하는 시기를 2020년 도쿄올림픽으로 잡고 정부, 지자체, 기업들이 그야말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수소경제 생태계 조성 박차

▷생산·이송·인프라 확충 동시다발

무엇보다 수소 생산, 이송, 인프라 확충 등 생태계 생성과 발전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모습이다. 한 예로 일본은 이미 수소 공급원 다양화를 위한 동력을 이미 여럿 확보해뒀다. 수소 조달 창구를 다양화하는 것은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실제 일본 수소충전소에서는 입방미터(㎥)당 100엔(약 966원)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수소연료전지차가 대중화되려면 ㎥당 25~45엔 수준까지 낮아져야 할 것으로 본다. 발전용으로 쓰이려면 이보다 더 낮은 10엔 초중반 수준까지 떨어져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타니산업에서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에서는 ㎏당 1100엔을 받고 있었다. 토요타 수소차 미라이는 완충까지 3분이면 충분했다. 사진은 이와타니 수소충전기기 모습(좌)과 충전 중인 미라이 모습(우). (사진 : 배준희 기자)
수소 대량공급에 앞장선 기업은 가와사키중공업이다. 이 회사는 호주 빅토리아 주정부와 손잡고 갈탄을 활용해 수소를 일본으로 옮기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갈탄은 저품질 석탄으로 보면 된다. 통상 연료로 쓰이는 석탄은 수억 년이 지난 화석을 일컫는데, 갈탄은 1억년 미만의 화석이다. 자원으로서의 가치는 거의 없다. 성분의 절반 정도가 수분인데다 건조를 시키면 자연발화해버려 대량 수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발상의 전환은 큰 기회를 만들었다.

12월 15일 만난 니시무라 모토히코(西村元彦) 가와사키중공업 수소체인개발센터 부센터장(이사)은 “갈탄을 고온에서 분해해 수소를 얻는 아이디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 호주 남동쪽에 있는 라트로브 계곡(Latrobe Valley)에는 둘레 14㎞에 달하는 갈탄 매립 지대가 있다. 이곳에서 얻은 수소로 발전을 하면 일본에 240년 동안 공급할 수 있는 전기를 얻는다. 갈탄 채취 장소에서 약 100㎞ 떨어진 곳에는 수소 추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매립한다. 이곳에서 생산한 수소를 정제, 액화시켜 일본으로 들여오는 해상용 수송선을 제조 중이다”라고 밝혔다.

생산을 넘어 수소 수송 수단의 고도화, 다양화 움직임도 뚜렷했다. 액화수소 분야에서는 이와타니산업이 독보적이다. 이 회사는 이미 2006년 액화수소 제조회사인 ‘하이드로엣지’를 설립해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 이와타니는 일본 수소 생산의 60%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액화수소 비중이 절반에 이른다. 기존 로켓 연료로만 사용되던 액화수소를 범용 에너지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다.

-253℃까지 냉각해야 얻을 수 있는 액화수소는 체적이 적어 기체 상태의 수소를 고압 압축하는 방식보다 최고 12배가량 저장과 운송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에는 치요다화공건설이 톨루엔을 활용해 수소를 저장, 이송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가스 상태 수소를 액체로 전환하는 방법의 일종으로 톨루엔과 메틸시클로헥산(MCH)라는 2종류의 액체를 사용한다. 원리는 간단하다. 톨루엔과 수소를 반응시키면 MCH가 된다. 이 MCH 상태에서 상온, 상압 운송이나 저장이 가능하다. 반대로 MCH에서 수소를 분리할 때는 수소발전소의 폐열을 사용한다.

가와사키시는 치요다화공건설을 비롯한 일본 주요 기업과 손잡고 브루나이에서 제조한 수소를 액체 상태로 전환해 선박으로 들여온 뒤 이를 화력발전소의 연료로 활용하는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뿐 아니다. 쇼와덴코는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수소연료전지차용 수소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일본 환경성 지원으로 지난 2015년 7월부터 가와사키시와 손잡고 저탄소 수소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선 결과다. 폐플라스틱으로 수소를 생산하면 이산화탄소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아직은 소규모지만 쇼와덴코는 궁극적으로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제조공법 고도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일본의 수소충전소는 대부분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청정에너지원이라는 국민적 공감대 덕분에 주민 반대로 충전소 설치가 무산된 경우는 거의 없다. 사진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시바코엔 공원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이와타니 수소충전소 모습.
▶가솔린 주유소 바로 옆 수소충전소

▷정부·지자체 통 큰 지원, 체계적 교육

일본에선 도쿄 도심에서도 수소충전소를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12월 15일 오후에 찾은 이와타니의 수소충전소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도쿄타워, 시바코엔 공원 등과 불과 수백m 거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위험시설이란 세간의 인식과는 한참 동떨어진 위치다.

이 수소충전소는 가솔린 주유소와 나란히 붙어 있다. 대규모 공간 확보가 쉽지 않은 도쿄 특성상 대부분 수소충전소는 기존 주유소의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형태로 설치돼 있다. 내부 충전시설로 들어서자 직경 2.4m, 높이 10m짜리 액화수소 저장탱크와 압축기기(컴프레서) 등이 눈에 들어온다. 액화수소 탱크는 토요타 수소차 미라이 30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용량이다. 저장탱크는 지진 등 만약의 사고에도 폭발하지 않도록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외관이 덮여 있다. 아즈마 슈헤이 이와타니산업 매니저는 “수소 검출기가 설치돼 있어 만약 수소가 샌다면 경고등이 켜지고 충전시설 자체가 전면 차단된다. 아직까지 사고 사례는 한 건도 없었고, 혹 누출되더라도 금방 확산되기 때문에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도심 한복판, 가솔린 주유소 옆 수소충전소에 대한 주민들 불안은 없었을까. 아즈마 슈헤이 매니저는 “지금까지 수소충전소를 건설하면서 주민 반대로 무산된 경우는 없었다. 일본은 원전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장기적으로 수소를 비롯한 친환경에너지 비중을 올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도쿄 곳곳에서 수소충전소를 흔히 볼 수 있을 만한 단계는 아니다. 2017년 10월 말 기준 도쿄도 내 충전소는 40곳이 운영 중이다. 도쿄도는 2030년 150곳 확보를 목표로 세워뒀다.

이에 상응해 수소연료전지차 보급도 2020년 6000대, 2025년 10만대, 2030년 20만대로 잡아뒀다. 수소버스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100대 이상 도입이 목표다. 현재 도쿄도에서는 관용 수소버스 2대를 운영 중이지만 하루 2회 비정기적으로 운행되기에 상용화 단계로 보기는 힘들다. 도쿄도는 오는 2020년까지 총 400억엔의 수소 관련 예산을 확보해둔 상태다.

아직까지는 수소충전소 하나 짓는 데 대략 4억~5억엔(약 50억원)가량 소요된다. 때문에 일본 정부와 도쿄도는 대형차 충전소는 3억5000만엔, 일반 승용차 충전소는 1억5000만엔을 상한선으로 보조금을 지원한다. 토지임대료도 50%가량 지원한다.

여기에 더해 2018년까지 시설·관리감독 요건 등 20개 항목의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해선 충전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라 보고 저렴한 설비 개발과 규제 완화 등으로 설치 비용과 운영비를 절감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시설 안전감독자에게 요구되는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수소를 다루는 시설에서 일한 경험이 필요했지만 천연가스 등 일반 고압가스시설을 다룬 경험이 있다면 수소충전소 안전감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수소를 담은 용기에 직사광선이 닿지 않도록 지붕 등 덮개 설치를 의무화한 규정도 완화해 용기의 온도 관리만 하도록 할 방침이다. 충전소 보급 확대를 위해 기존 중소 규모 가솔린 주유소 운영주들을 대상으로 수소에너지 무료 강습이나 안전자격시험 지원 등의 교육 서비스도 제공한다.

수소차 동승, 직접 충전해보니

3분 만에 토요타 미라이 완충…충전 시작되자 ‘쉭쉭’

레인보우 브리지와 수도고속도로를 지나 충전소로 돌아오는 14㎞를 직접 경험했다. 사진은 토요타 수소차 미라이 외관.
시바코엔 공원 바로 옆 이와타니 수소충전소는 토요타 수소차 미라이의 쇼룸과 함께 운영됐다. 덕분에 수소차에 동승해볼 수 있었다. 아직 다수 전기차는 운행 가능 거리가 100~200㎞에 불과한 반면 수소차는 650㎞를 달릴 수 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레인보우 브리지와 수도고속도로를 지나 충전소로 돌아오는 14㎞를 미라이 앞좌석에서 경험했다.

외관은 전면부 좌우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유독 큰 것이 눈에 띄었다. 공기를 최대한 많이 흡입하기 위해서다. 내부 센터패시아나 계기판은 하이브리드 차량 프리우스와 비슷했다. 도심에서 시속 50~60㎞로 달렸지만(최고 시속 175㎞) 가속 반응도 빠르고 부드러운 주행감을 보였다. 차의 움직임을 인지할 정도의 모터 소리만 날 뿐 조용한 편이다. 곡선 구간이 많았지만 핸들링도 유연하다. 배기구에선 내부 화학 반응에서 생겨난 물만 뚝뚝 흘러내렸다.

만약 주행 중 수소가 유출된다면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경고등이 들어오지만 모터가 바로 정지하는 건 아니다. 주행하던 관성으로 가까운 곳으로 차를 이동시킨 뒤 정차하면 된다. 다행히 아직까진 사고 사례는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주행 뒤 실제 충전도 해봤다. 일반 가솔린 차량과 유사해 보였지만 차이점도 적잖다. 무엇보다 수소차는 운전자 본인이 직접 충전할 수 없다. 수소 충전은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 인력과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들만 취급한다. 충전소당 최소 1명 이상 배치된다. 아직은 수소차 보급률이 낮아 인력 운영에 큰 문제가 없지만 보급이 늘어날수록 충전기기와 충전 인력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이 충전소에는 하루 20~30대의 수소차가 찾는다.

충전 시간이나 가격은 상용화 단계로 봐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용량 5㎏짜리 토요타 수소차 미라이는 완충까지 3분이면 충분하다. ㎏당 가격은 1100엔으로 약 1만610원 정도다. 미라이를 제로 상태에서 완충할 경우 5500엔(약 5만3000원)가량 든다. 아즈마 슈헤이 매니저는 “10대 중 3대가량은 일반인 소유자로 드물지만 수소택시도 종종 찾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차에 충전 호스를 넣는 과정도 독특하다. 호스 끝부분에 달린 센서가 충전 직전 차의 현재 온도와 수소탱크 압력 등을 확인한다. 이후 파악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정 온도와 압력을 사용해 주입을 시작한다. 주입이 시작되면 사전에 입력해둔 가격이나 ㎏에 맞춰 넣는 구조다. 실제 충전기를 꽂자 ‘쉭쉭’ 하며 수소가 주입되는 소리가 들렸다.

호리 도쿄도 환경국 지구환경에너지부 차세대에너지추진과 과장은 “2020년 수소차 6000대 보급이 목표다. 배치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차로 15분마다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2025년이면 10분 거리마다 수소충전소가 들어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터뷰 | 야마모토 유타카 이와타니 수소사업본부장

수소액화·누출 방지 기술 탁월…압도적 점유율 뽐내

Q이와타니산업이 일찌감치 수소에너지 산업에 뛰어들게 된 배경은.

A 이와타니산업이 수소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41년으로 설립연도인 1945년보다 앞선다. 사업을 구상했을 때부터 수소에 중점을 뒀다. 창업자인 이와타니 나오지는 이미 1965년 신입직원들에게 “앞으로는 수소의 시대가 될 것이다”라고 천명했다. 최초에는 화학 공장에서 버려지는 수소를 공급받아 공장용 연료로 팔았다. 회사 전체 매출액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후부터 수소 공급은 멈추지 않고 꾸준히 진행해왔다. 현재 이와타니는 일본 수소 생산의 60%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액화수소 비중이 절반에 이른다. 기존 로켓 연료로만 사용되던 액화수소를 범용 에너지로 변화시킨 것이다.

Q현재 이와타니산업 매출에서 수소 관련 비즈니스 비중은.

A 2016년 이와타니산업의 매출은 5880억엔(약 5조6061억원)이다. 이 가운데 수소를 포함한 산업가스와 장비 분야가 30%로 주력 산업 역할을 한다. 그러나 LPG를 비롯한 전통적인 산업가스 수요는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수소 산업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일본 전체 수소 시장점유율은 이와타니가 압도적이지만 시장이 개화 초기라 수익 기여도는 그리 높지 않다.

Q에너지 공급원으로서 액화수소만이 갖고 있는 장점과 단점은.

A 현재 수소연료전지차는 기체 상태의 수소를 기반으로 한다. 이를 액화 상태로 전환하면 850배의 밀도를 갖게 된다. 대형 화물트럭도 한 번 충전으로 1000㎞를 이동할 수 있는 궁극의 청정에너지다. 문제는 액화에 필요한 극저온 기술 확보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액화 과정에서 압력을 높인 다음 열교환기를 통해 영하 253도까지 온도를 떨어뜨려야 한다. 액화에 성공했더라도 이송 과정에서 극저온을 유지할 수 있는 단열재 개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와타니는 액화수소 저장탱크와 밸브 등 누출 위험을 막는 기술력이 특히 뛰어나다.

Q이와타니가 액화수소 분야에서 겪은 성장통을 들려 달라.

A 창업자 이와타니 나오지의 의지로 수소 판매를 시작해 꾸준히 수소 명맥을 유지해왔지만 액화수소 전환에는 큰 고비가 있었다. 액화수소 사업에 뛰어든 시기는 1989년이었지만 이후 제한적인 수요로 막대한 누적 손실만 늘어났다. 특히 마키노 회장이 2000년 취임하면서 액화수소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때만 해도 내부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했다. 마키노 회장은 압축가스를 사용하던 수요처를 설득해 액화수소 사업을 밀어붙이고 2006년 액화수소 제조사인 ‘하이드로엣지’를 설립했다. 이후 6000ℓ 규모의 플랜트를 완성하는 등 일본 최초의 민간용 액화수소 판매를 본격화했다. 현재 일본 액화수소 시장에서 이와타니의 경쟁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Q이와타니의 미래 비전·전략은.

A 현재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LPG가스와 수소 사업의 시너지를 기대한다. 특히 LPG가스 수송망은 향후 수소에너지로 전환 시 공급 인프라 역할이 가능하다. 정부의 수소정책에만 의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시장에 전파하며 수소 산업을 선도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도쿄·가와사키시·요코하마(일본) =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39호 (2017.12.27~2017.01.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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