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감독과 각본가가 만든 두뇌싸움.. 보고나면 멘붕이
[오마이뉴스 김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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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성기' 드니 빌뇌브 감독의 거장으로 가는 길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
| ⓒ ?롯데엔터테인먼트 |
거의 매년 장편을 내놓고 있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전성기는 지금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는 이미 더 없이 좋은 작품들을 내놨고 흥행감독이 아님에도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그리 많지 않은 그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영화의 참맛을 알아가는 건 축복이 아닐까.
그의 2015년작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는 그의 연출작들 중에서도 특히 빼어나다. 드니 빌뇌브의 스타일을 모두 구현해내면서도 완벽하리만치 표현해냈다. 적어도 해당 장르에서는 역대 최고급 퀄리티를 자랑하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찬사를 던지지 않을 수 없으며, 영화의 모든 구성요소들을 빈틈없이 배치했기에 교과서라 불러도 하등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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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 주인공이 각각의 목적과 목표를 위해 시카리오에 모였다. |
| ⓒ ?롯데엔터테인먼트 |
그들이 향하는 곳은 멕시코 후아레즈로, 일명 암살자의 도시로 불린다. 그들이 과연 어떻게 최악의 카르텔 조직을 일망타진할 수 있을진 모르지만, 맷과 알레한드로는 잘 알고 있는 반면 케이트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다. 특히 가장 중요한 건 아무래도 이 도시 자체인 것 같다. 민간인들 눈앞에서 카르텔이라 의심되는 이들을 무차별로 죽여버리는... 그 모습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모두들...
케이트에게는 이 모든 게 너무나도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충격은 곧 분노로 바뀌고, 분노는 곧 스스로의 무력감과 순진함에 대한 체념으로 바뀐다. 그들 앞에는, 그녀 앞에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 어떤 예측도 쉬이 할 수 없다.
영화는 범죄 스릴러를 기본으로, 세 주인공 간의 치열한 심리 전쟁을 치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범죄 장르에 어울리는 액션과 더불어 피와 살이 난무하는 모습도 물론 볼 수 있지만, 영화가 스릴러 장르에 더 가깝다고 말하는 듯한 제스처가 영화 곳곳에서 보인다. 그래서 우린 세 주인공의 일거수 일투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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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기엔 선악 따위, 이상과 현실 따위의 구분은 없다. 오로지 이익 추구만 있을 뿐이다. |
| ⓒ 롯데엔터테인먼트 |
케이트는 두말할 필요 없이 이상주의자이다. 오로지 현실만이 있는 이곳에서 법을 지키며 작전을 수행하려는 그녀는 이상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선악 개념은 모호하다. 악의 행동이 분명한 카르텔을 섬멸하고자 그들이 벌이는 짓들은 선보다 악에 가깝다. 최소한 의도는 선하되 행동은 악하다고 할 수 있다.
고민이 깊어진다. 그들의 행동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그들의 행동에 어떤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지. 특히 평범한 가정을 둔 어느 멕시코 경찰의 끝을 목격한다면 반드시 혼란에 빠질 것이다. 선한 의도와 악한 행동이 만나 빚은 결말이 선하게 끝나는지 악하게 끝나는지, 아니 애초에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게 의미가 있기나 한 건지.
거기엔 오로지 이익만 있을 뿐이다. 법 따위는 당연히 없고, 선과 악의 개념 따위도 없으며, 옳고 그름의 기준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출중한 능력의 소유자' 케이트는 철저히 이용만 당한 채 그곳을 떠나야 할 운명이었고, 차라리 그곳에서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게 나았으며, 그곳은 여전히 그곳이었다. 그들은 언제고 그곳을 그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것이었다. 과연 '암살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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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는 각본, 연출, 촬영, 음악, 사건, 인물 등 모든 면에서 교과서적인 풍모를 풍긴다. |
| ⓒ 롯데엔터테인먼트 |
숨막히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건, 영화 속 사건들 때문이지 드니 빌뇌브의 숨막히기만 하는 연출 때문은 아니다. 그는 줌아웃과 줌인을 자유자재로 교차하듯 전체적인 흐름과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안다. 평화 속에 전쟁이 있고, 정적 속에 동적이 있으며, 무표정 속에 수많은 곡절들이 숨어있다.
드니 빌뇌브와 테일러 셰리던의 연출과 각본의 앞날을 기대한다. 그들의 뛰어나고 빼어난 영화적 능력만이 아닌, 독창적 시선 속에 내포된 다채로운 비판의식과 소외를 향한 따뜻함 말이다. 소외를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 또한 다채로우니 기대의 수치는 더 높을 수밖에.
마지막 장면, 그 무법지대에 여전히 남겨진 사람들을 비추는 영화의 시선이 씁쓸하다. 결국 그들이 이용한 그곳의 정체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인 것이다. 모든 종류의 전쟁, 그 진정한 피해자는 민간인들이 아닌가. 우리가 이 영화를 보며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다. 영화 또한 그 부분을 결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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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ingenv.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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