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뒷바라지로 지친 부모들이여, 여기로 떠나라
[오마이뉴스 글:김종성, 편집:이주영]
수험생들에게 수능이 끝나면 제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여행'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여행사·한국철도공사·테마파크 등 관련 업계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여행 상품 할인 혜택 이벤트를 내놓고 있지만, 정작 수험생만큼이나 마음고생을 한 부모를 위한 여행상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수능이 끝나고 이즈음 어른들이 가볼 만한 여행지 가운데 바다여행이 제일 아닐까 싶다. 쪽빛, 비치색, 코발트 블루, 에메랄드빛···. 날씨에 따라 파란 바다색감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는 동해의 바닷가. 속 시원한 사이다 같은 바닷바람과 파도소리를 들으며 해변을 걷다 보면, 초조하고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며 수능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개껍데기로 수놓은 바위들이 있는 고즈넉한 해변과 상쾌한 바닷가 솔숲길, 황홀한 노을이 있는 서해도 좋다. 비타민D 가득 든 햇살은 덤이다.
[강릉시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눈 시린 쪽빛 바다와 속 시원한 파도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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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 바닷가에 자리한 정동진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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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여년 만에 시민에게 개방된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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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시골 간이역같이 정다운 정동진역, 퇴역한 기차를 개조해 만든 박물관과 카페, 열차 시간에 맞춰 일찍 문을 여는 역 주변 식당 등에서 요기를 하며 쉬다 보면 어느새 동해 일출의 장엄한 풍경이 눈앞에 떠오른다. 정동진역은 아침잠이 많아 늘 저무는 노을만 봐야 했던 나 같은 사람에게도 잊기 힘든 동해의 일출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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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드는 동해의 호쾌한 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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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단구는 바닷속에 있던 바위들이 오랜 시간 땅이 조금씩 올라오면서 바닷물 위로 드러난 지형을 말한다. 푸르다 못해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색, 지나가는 길마다 만나는 별의별 모양의 기암괴석과 주상절리(절벽)는 여행객들의 탄성을 부른다. 어항도 마을도 아담한 어촌마을 심곡리는 '망치'라는 특이한 이름의 물고기 매운탕집이 많다.
[충남 태안 노을길] 12km나 이어지는 노을의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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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솔숲이 있어 상쾌하고 아늑한 기분이 드는 태안 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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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안의 향토음식 '게국지', 꽃게로 담근 김치가 들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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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학암포에서 안면도 영목항까지 약 230km에 총 8개 코스의 해변길과 해안숲길이 나 있다. 코스는 100㎞로 이뤄져 있다. 그 가운데 5코스 태안 '노을길'은 초겨울 여행에 잘 맞는 길이다. 안면도 백사장항과 꽃지해변 사이에 위치한 운치 있고 낭만적인 서해가 길을 따라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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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km에 걸친 파노라마 같은 일몰풍경이 이어지는 태안 '노을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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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벗고 부드러운 모랫길과 탁 트인 해변길을 걸어도 좋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노을은 이 길의 백미. 해질녘 삼봉해변·기지포해변·밧개해변·두여해변·꽃지해변 등 각기 다른 이름을 지닌 12km의 바닷길에서 저무는 노을을 한 번 경험하면 잊기 힘들다.
[전남 여수 갯가길] 갯바위·비렁길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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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정의 즐거움이 있는 여수행 남도해양열차(S-Tra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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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갯가길의 매력, 갯바위와 비렁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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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남·서해안은 리아스식 해안으로, 육지의 일부가 바닷속에 잠기면서 이뤄진 굴곡이 심하다. 특히 남해안의 다도해는 해안선이 길고 복잡해 '한국식 해안'으로도 불린다. 그런 해안선을 걷는 여수 갯가길엔 몽돌해변, 해안가 숲길, 어촌마을, 갯바위길, 비렁길 등이 여행자를 반긴다.
여수 가는 길, 남도해양열차(S-Train)라 불리는 조금은 특별한 관광열차를 타고 가면 더욱 좋겠다. S는 바다의 영문인 Sea(시)의 약자로, 곡선 모양의 경전선과 리아스식 해안인 구불구불한 남해안 모양을 형상화했단다. 여수여행에 어울리는 기차다.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할 수 있는 편안한 휴게실이 있고, 신청곡을 받은 승무원이 DJ처럼 소개말과 함께 음악을 틀어주기도 한다. 차량 정체 걱정 없이 여유로운 마음으로 여정을 즐길 수 있는 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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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한 거북손 등 여러 갯것이 들어간 잊지못할 여수 갯가길 비빔밥. |
ⓒ 김종성 |
이 길의 가장 큰 매력은 '2km에 걸쳐 이어진 비렁길'이다. '비렁'은 벼랑(절벽의 순우리말)의 여수 사투리다. 하늘빛 남해가 철썩이는 절벽을 따라 벼랑길이 2km나 이어져 있다. 여수 갯가길은 여행객의 편의를 위해 의도적으로 깎고 다듬고 꾸민 길이 아니다. 걸으면 걸을수록 싱싱한 회 같은 날 것의 느낌이 나는 길이다.
여수 갯가길에서 만나는 어촌에서 특별한 식사를 할 수 있다. 각종 나물과 채소가 주로 들어가는 보통 비빔밥과 달리 갯가길 마을의 비빔밥은 '갯것'으로 가득하다. 바닷가 바위틈에 붙어사는 따개비류인 '거북손' 같은 남해안의 귀한 해산물이 밥 위에 올라와 있다.
* 여수 갯가길 2코스 : 무술목 해변 ? 계동 마을 ? 1.8km 비렁길 - 두문포 마을 ? 무인도 볼무섬 - 방죽포 해변 (약 15km)
[화성시 제부도] 바다 위를 거니는 해안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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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두 번 열리는 제부도 가는 바닷길, 걸어가면 더욱 좋다. |
ⓒ 김종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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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매기들이 낮게 날아다니는 제부도. |
ⓒ 김종성 |
차를 타고 가도 되지만,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바다였던 야트막한 둑길을 걸어 섬으로 가는 기분이 새롭다. 갯벌이 된 바다에 펄떡이는 게와 짱뚱어, 갈매기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제부도다.
제부도에 들어서면 섬 둘레를 따라 바다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5km의 해안가 산책로가 나온다. 밀물 땐 찰랑거리는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 드는 곳이다. 아늑히 저무는 노을을 감상하기 좋은 이 해안 산책로엔 2017년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부문 상을 받은 경관벤치와 아트파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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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에서 디자인상을 받은 제부도 해안가 경관벤치와 아트파크. |
ⓒ 화성시청 |
아트파크는 바닷가의 작은 갤러리로 6개의 컨테이너를 이용해 제부도의 바다 경관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할 수 있도록 지었다. 내외부로 열린 아트파크의 독특한 공간 구성으로 여행객들은 색다른 전시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기분이 드는 해안가 산책로를 걷다 보면 드넓은 제부도 해수욕장과 멋진 매 바위가 기다리고 있다. 매 바위가 그림처럼 서 있는 제부 해수욕장에 사는 갈매기들은 사람들과 친해서 그런지 표정이 보일 정도로 머리 위로 낮게 날아다닌다. 해변가 식당에서 파는 '갈매기밥(새우깡)'을 손에 들고 해변으로 나서면 갈매기들이 친구하자며 곁으로 날아온다.
* 제부도 바닷길 물때 시간 및 여행 정보 안내 : jebumose.invil.org
* 대중 교통편 - 제부여객 (031-356-5979)
- 서울 2호선 전철 사당역 : 4번 출구 바로 앞에서 1002번 버스를 타고 제부도 종점하차
- 1호선 수원역 : 4번 출구 바로 앞에서 1004번 버스를 타고 제부도 종점하차
[삼칭이 해안길] 경남 통영 유일의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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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자색 남해바다가 내내 펼쳐지는 삼칭이 해안. |
ⓒ 김종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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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안길에 서있는 종현산 전망대 풍경. |
ⓒ 김종성 |
중간에 작은 모래해변이 있는 마을 수륙리(水陸里)도 지난다. 삼도수군통제영 시대 죽은 수군들의 원혼을 달래는 수륙제를 행하던 장소라 해서 수륙리란 이름을 얻었단다. 임진왜란 이후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이 해안에 삼천진을 설치했는데, 와전돼 삼칭이라 불린다.
통영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만든 통영국제음악당 옆 충무 마리나 리조트 앞에서 시작해 산양읍 영운리까지 약 4km의 구불구불한 해안길. 경사가 없는 평탄한 길이지만, 지루할 틈 없이 굽이굽이 그림 같은 풍경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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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바다에 기대어 사는 어촌마을 풍경이 잔잔하게 펼쳐지는 해안길. |
ⓒ 김종성 |
2인용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이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오갈 수도 있다. 바다 한가운데로 길게 나 있어 바다낚시를 하는 기분이 드는 통영등대낚시공원에선 초심자도 낚시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해안가에 서 있는 야트막한 종현산(188m) 산책로를 지나치면 후회한다. 전망대까지 난 나무 데크길을 오르면 발아래로 청잣빛 남해가 아득히 펼쳐진다.
ㅇ 주소 : 경상남도 통영시 산양읍 삼칭이해안길
[인천시 용유도 해변길] 용이 노닐었던 아름다운 해변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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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유도가 있는 용유역까지 태워다 주는 무인 자기부상열차. |
ⓒ 김종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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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개껍질로 하얗게 변한 용유도 선녀바위해변. |
ⓒ 김종성 |
바닷가 바로 앞에 용유역이 있어서 찾아가는 길도 한결 편하다. 인천공항철도를 타고 종점인 인천공항역에 내리면, 용유역에 가는 자기부상열차가 기다리고 있다. 15분마다 오가는 장난감 같은 미니 열차는 운전하는 사람이 따로 없는 무인열차로 고맙게도 무료다.
용유도란 섬은 사라졌지만 서로 이어지는 7km의 긴 해변 길은 겨울 바다 여행지로 제격이다. 가을이 끝나가고 겨울이 시작되는 어느 바닷가보다 한가롭고 오붓하게 거닐기 좋은 해변이 섬 서쪽 해안에 길게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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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맘 때 서해 바다에선 굴따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
ⓒ 김종성 |
요즘 서해 바닷가는 어디나 자연산 굴이 지천이다. 멀리서 보면 해안가를 하얗게 칠해 놓은 것 같은데, 돌에 붙은 야생 굴이다. 양식굴과 달리 씨알은 작지만, 비리지 않은 진한 굴 향은 잊기 힘들다. 숙박업소나 해변 낚시가게에서 빌려주는 도구로 굴 따는 재미가 쏠쏠하다. 갯벌 속에 사는 낙지나 조개와 달리 굴은 초보자도 캘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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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sunnyk21.blog.me)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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